성범죄 혐의로 긴 수사와 재판을 견딘 끝에 무죄나 불기소 처분을 받아도, 잃어버린 시간과 명예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허위로 고소한 상대를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무고죄 양형기준을 손보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은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성범죄에서 "무죄가 나왔으니 상대는 당연히 무고"라는 생각은 법리적으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고죄가 언제 성립하는지, 처벌 수위와 현행 양형기준은 어떤지, 그리고 논의 중인 강화 방안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차근차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무고죄란 — 형법 제156조가 정한 세 가지 요건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156조). 성범죄로 억울하게 지목된 사람이 무죄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뒤 상대를 처벌해 달라고 할 때 가장 먼저 검토하는 죄명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름만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성립 문턱이 높아서,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아래 세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허위성 —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해야 합니다. 단순히 증거가 부족한 것과는 구별됩니다.
신고 — 수사기관 등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자발적으로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목적과 고의 — 상대가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해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요건이 실무에서 승패를 가릅니다. 신고자가 자기 기억을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했다면, 설령 그 내용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달랐더라도 허위 신고의 고의가 없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냈다는 점이 드러나야 비로소 무고의 영역에 들어옵니다.
무고죄는 상대가 '거짓임을 알면서' 신고했을 때 성립합니다. 내가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의 무고를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성범죄 무죄가 곧 무고는 아니다 — 대법원의 '적극적 증명' 법리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나는 무죄를 받았으니 상대는 당연히 무고"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불기소나 무죄는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 신고가 거짓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고죄로 처벌하려면 방향을 바꿔서, 그 신고가 실제로 허위였다는 점을 새로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지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신고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고, 진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해 무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8도2614 판결). 이 법리는 성폭행 등 피해를 주장한 신고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선고된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최근 판결도 같은 태도를 재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은 신고 내용 중 일부가 진실에 반하더라도 그것이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황의 과장에 불과하다면 무고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도2656 판결, 2024. 5. 30. 선고). 예컨대 목격자도 CCTV도 없이 진술만 있는 사건에서 무죄가 났다고 해도, 상대의 신고가 처음부터 지어낸 거짓이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무고 고소는 오히려 무혐의로 끝날 수 있습니다.
신고가 허위라는 점은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하며, 진실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8도2614).
무고죄 처벌 수위 — 형법과 특가법, 자백·자수 감면
무고죄의 법정형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형법 제156조는 무고죄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고의 대상이 된 죄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죄라면 가중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특가법 제14조). 무고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오래전 허위 고소라도 시효 안에서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다만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도 열려 있습니다. 무고죄를 저지른 사람이 자신이 신고한 사건의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법원은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합니다(형법 제157조, 제153조). 이때의 자백은 "신고가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자신의 범행 자체를 인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본형(형법 제156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특가법 가중(제14조) — 특가법상 죄로 무고한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필요적 감면(제157조) — 재판·징계 확정 전 자백·자수 시 형을 감경 또는 면제.
현행 양형기준과 '솜방망이' 비판
법정형이 무겁다고 해서 실제 선고형까지 무거운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에는 이미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이 있는데, 기본 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는 징역 6개월에서 2년, 가중영역은 1년에서 3년 수준입니다. 합의, 초범, 반성 같은 사정이 겹치면 감경영역으로 내려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오랫동안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성범죄 무고는 상대의 인생을 뒤흔들 만큼 피해가 큰데도 실형 선고 비율이 낮아, 법정형과 실제 처벌 사이의 괴리가 지나치다는 지적입니다. 무고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몇 년의 시간과 명예를 잃었는데 정작 허위 고소를 한 상대는 가벼운 처분에 그친다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강화 논의 — 무엇이 달라지나
이런 배경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무고죄 양형기준 손질에 나섰습니다. 2025년 4월 출범한 제10기 양형위원회(임기 2025. 4. 27.~2027. 4. 26.)는 자금세탁, 디지털 성범죄, 음주운전 등과 함께 무고죄를 양형기준 정비 대상에 포함시켰고, 실제 선고형과 법정형의 괴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완전히 없던 기준을 처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준을 상향·정비하려는 취지입니다.
거론되는 방향은 권고 형량범위를 높이거나 가중인자를 촘촘히 다듬어 허위 고소에 더 무겁게 책임을 묻는 쪽입니다. 다만 이는 아직 논의 단계로, 최종 의결과 시행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흐름 자체가 처벌 강화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실무에서 눈여겨봐야 합니다.
양형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권고 기준이지만, 법관이 이를 벗어나려면 판결문에 이유를 적어야 하므로 실제 선고에 강한 영향을 줍니다.
성범죄 무고로 몰렸다고 생각될 때 — 대응 순서
억울하게 성범죄로 고소당한 상황이라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무고 맞고소가 아니라 본안 사건 방어입니다. 성범죄 혐의 자체에 대해 불기소나 무죄를 받아야 무고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초기 진술·메시지·통화기록 등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부터 빠짐없이 확보해야 합니다.
무고 고소의 시점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론상으로는 상대 사건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무고 고소가 가능하지만, 실무에서는 본안이 불송치되거나 무죄로 확정된 뒤에 고소해야 허위성 입증이 훨씬 수월합니다. 반대로 성급하게 맞고소했다가 본안에서 불리한 결론이 나오면 무고 고소가 힘을 잃을 수 있습니다.
본안 방어 우선 — 성범죄 혐의에 대한 불기소·무죄가 무고 주장의 전제입니다.
허위 고의 입증 준비 — 상대가 거짓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정황을 구체적으로 모읍니다.
맞고소 시점 조율 — 본안 결과 확정 후 고소하는 편이 입증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진짜 피해자가 도리어 무고로 몰릴 위험도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법리는 이런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도 작동하므로, 어느 쪽 입장이든 사실관계와 증거를 냉정하게 정리한 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 무죄를 받으면 상대는 자동으로 무고죄로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무죄나 불기소는 유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 신고가 거짓이었다는 확정은 아닙니다. 무고죄로 처벌하려면 상대의 신고가 허위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며, 이를 못하면 무고 고소도 무혐의로 끝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8도2614).
Q. 무고죄 공소시효는 얼마나 되나요?
A. 무고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이므로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따라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허위 고소라도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처벌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위성 입증에 필요한 증거 확보는 어려워집니다.
Q. 상대와 합의하면 무고죄는 없어지나요?
A. 무고죄는 친고죄가 아니고 국가의 심판기능을 보호하는 범죄여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을 뿐, 그 자체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무고인 걸 뒤늦게 깨달았는데 지금이라도 자수하면 감형되나요?
A. 네. 신고한 사건의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법원이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형법 제157조, 제153조). 다만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정도가 아니라 허위 신고였음을 인정하는 자백이어야 합니다.
Q. 양형기준이 강화되면 지금 진행 중인 사건도 더 무겁게 처벌되나요?
A. 양형기준 개정은 아직 논의 단계이며, 시행 시점과 적용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정된 양형기준은 그 시행 이후 공소제기된 사건에 적용되므로, 현재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무고 고소를 잘못하면 제가 오히려 처벌받을 수도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상대의 신고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근거 없이 무고로 맞고소했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신고인이 무고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맞고소는 감정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를 갖춘 뒤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맺음말
성범죄 무고는 억울함을 바로잡는 정당한 수단이지만, "무죄를 받았으니 상대는 무고"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무혐의로 끝나기 쉽습니다. 핵심은 상대의 신고가 처음부터 허위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에 있고, 이는 본안 방어의 성패, 증거의 밀도, 맞고소 시점과 맞물려 결정됩니다.
제10기 양형위원회의 무고죄 양형기준 강화 논의는 허위 고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묻겠다는 흐름을 보여 줍니다. 다만 아직 논의 단계인 만큼, 지금 사건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바뀔 제도만 기다리기보다 현행 법리와 판례에 맞춰 대응을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무고 사건은 성범죄 본안과 얽혀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입증 부담도 큽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성범죄나 무고 문제로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사건 초기에 증거와 진술을 정리하며 전략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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