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에 손을 댄 적도, 회삿돈이 실제로 빈 적도 없는데 어느 날 <업무상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횡령과 달리 ‘재산이 실제로 줄었는가’가 아니라 ‘회사에 손해를 볼 위험을 만들었는가’를 따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재 한 번, 계약서 한 장, 거래처에 대한 편의 한 번이 뒤늦게 배임으로 문제 되는 일이 생깁니다. 이 글에서는 업무상배임죄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지, ‘회사에 실제 손해가 없어도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지, 경영상 판단은 어디까지 보호받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업무상배임죄란 — 형법 제356조가 정한 네 가지 뼈대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고,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경우는 형법 제356조 업무상배임죄로 가중됩니다. 일반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의 임직원, 대표이사, 자금을 관리하는 담당자처럼 ‘업무로서 남의 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으면 대부분 업무상배임죄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배임죄는 크게 네 개의 축으로 성립합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유죄가 되고, 하나라도 무너지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는 각 요건을 나누어 다투게 됩니다. 특히 ‘손해’와 ‘이익 취득’은 서로 다른 별개의 요건이라는 점이 뒤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신분범) — 신임관계에 따라 남의 재산 사무를 맡은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임무위배행위 — 그 신임을 저버리는,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어긋나는 행위여야 합니다.
재산상 이익 취득 — 본인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합니다.
본인에게 손해 — 회사(본인)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또는 그 위험)해야 합니다.
배임죄는 ‘남의 재산을 지켜줄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신임을 저버렸을 때 성립하는 신분범입니다.
“회사에 손해가 없어도 처벌되나” — 배임죄는 ‘위험범’이다
많은 분이 “회삿돈이 실제로 축나지 않았으니 배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판례의 결론은 다릅니다.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인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배임죄를 ‘위험범(위태범)’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회수 가망이 뚜렷하지 않은 특수관계 회사에 담보도 없이 거액을 빌려주었다면, 아직 상환기일이 오지 않아 실제로 돈을 떼인 것이 아니어도 그 시점에 이미 회사 재산에 손해를 볼 ‘위험’이 생긴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부실한 담보를 근거로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처럼, 자금이 상대방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 그 자체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판례는 일단 손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보강하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더라도 배임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봅니다. 즉 나중에 돈을 다 돌려받았다는 사정은 범죄의 성립을 없애기보다는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유에 가깝습니다.
배임죄의 ‘손해’에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됩니다(위험범).
그래도 ‘막연한 위험’만으로는 안 된다 — 구체적·현실적 위험
위험범이라고 해서 손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부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명확히 선을 긋습니다. 이 기준이 방어의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가령 신용 상태가 양호한 거래처에 통상적인 거래조건으로 외상 매출을 준 뒤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일부를 회수하지 못했다면,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더라도 그것을 배임에서 말하는 ‘구체적 위험’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업에는 통상적인 위험이 늘 따르는데, 그런 일반적 위험까지 배임으로 처벌하면 정상적인 영업 판단이 모두 범죄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손해 위험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그 위험이 통상적 사업 리스크 수준을 넘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사실관계로 따지는 것이 배임 사건의 핵심 다툼 지점입니다.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이어야 하며,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손해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 ‘재산상 이익 취득’도 별개 요건
배임죄는 회사에 손해(위험)가 생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임무위배행위로 행위자 자신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것을 함께 요구합니다. 판례는 배임죄에서 ‘재산상 이익 취득’과 ‘재산상 손해 발생’을 대등한 범죄성립요건으로 보아 서로 대응하여 병렬적으로 규정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요건 때문에, 회사에 손해나 손해의 위험은 있었지만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가 특정되지 않는 ‘단순한 경영 실패’는 배임으로 의율하기 어렵습니다. 손해액과 이익액이 반드시 액수까지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임무위배행위를 매개로 한쪽의 손해와 다른 쪽의 이익이 서로 맞물려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이익으로 얻었는가”가 명확히 그려지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이익의 귀속과 크기가 흐릿하면 배임죄 자체의 성립은 물론, 뒤에서 볼 특경법 가중 여부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손해 났다고 다 배임은 아니다 — 경영판단 원칙과 배임의 고의
기업 경영에는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 필연적으로 따르고,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손해로 이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만약 손해라는 결과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한다면 경영자가 어떤 모험적 결정도 할 수 없게 되어 기업가정신이 위축됩니다. 그래서 판례(대법원 2002도4229 등)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을 통해 배임 고의를 엄격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판례는, 경영상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 사업의 내용, 회사가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행위한 경우에 한하여 배임의 고의를 인정합니다.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판단의 경위와 동기 — 사익 추구였는지,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는지.
절차의 정상성 — 필요한 검토·보고·결재 등 통상적 절차를 거쳤는지.
정보의 충실성 — 당시 확보 가능한 정보에 기초한 합리적 판단이었는지.
이익·손실의 개연성 —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실제로 있었는지.
손해가 났다는 결과만으로, 또는 단순한 과실만으로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경영판단 원칙).
손해액이 형량을 가른다 — 특경법 5억·50억 가중
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커지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되고,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배임·업무상배임으로 인한 특경법 위반죄에서는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득액) 자체가 범죄구성요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판례는 죄형균형원칙과 책임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이득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실무상 매우 중요한 결론이 나옵니다.
이득액 5억 미만 — 형법상 배임·업무상배임죄로 처벌.
5억 이상 50억 미만 — 특경법상 3년 이상 유기징역.
50억 이상 — 특경법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을 때 —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고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
즉 회사에 손해를 볼 ‘위험’은 인정되더라도 그 이익의 가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면, 특경법의 무거운 형이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그래서 배임 사건에서 ‘이득액이 얼마인가’를 다투는 것은 유무죄를 넘어 형량 자체를 좌우하는 핵심 방어입니다.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면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배임 혐의로 조사받게 됐다면 — 무엇을 다투나
배임 사건의 방어는 앞서 본 요건을 하나씩 짚는 데서 시작합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요건을 파고드느냐에 따라 무혐의·무죄, 형법 배임, 특경법 가중으로 결론이 크게 갈립니다. 특히 초기 진술이 사건의 프레임을 정하기 때문에, 무리한 자백이나 즉흥적 해명 전에 기록과 자금 흐름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분 — 애초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임무위배 — 재량 범위 내의 정상적 업무였는지, 통상 기대되는 행위에 어긋났는지.
손해·위험 — 손해 또는 그 위험이 구체적·현실적 수준에 이르렀는지.
이익·이득액 —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그 가액을 특정할 수 있는지.
고의 — 경영판단 원칙에 비추어 ‘의도적’ 배임의 인식이 있었는지.
변제나 피해 회복은 범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양형에서는 매우 중요한 유리한 사정입니다.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신속히 원상회복하거나 공탁 등으로 피해를 메우는 조치는 형을 정할 때 적극적으로 참작될 수 있으므로, 대응 방향을 초기에 잡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삿돈이 실제로 축나지 않았는데도 배임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는 위험범이어서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것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이어야 하고,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나중에 돈을 다 갚거나 손해를 메우면 무죄가 되나요?
A. 이미 손해의 위험이 발생했다면 사후 회복은 배임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다만 신속한 변제·원상회복·공탁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므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Q. 회사에 이익이 되려고 한 결정이 손해로 끝났는데도 배임인가요?
A. 손해라는 결과만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경영판단의 원칙상 자기나 제3자의 이익과 회사의 손해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한 경우에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며, 단순한 과실이나 판단 착오는 배임이 아닙니다.
Q. 배임과 횡령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횡령죄는 자기가 보관 중인 ‘재물’을 영득하는 범죄이고, 배임죄는 사무처리상 임무위배로 재산상 이익·손해가 오가는 범죄입니다. 대상(특정 재물인지 재산상 이익인지)과 행위 구조가 달라 적용 죄명이 갈립니다.
Q.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무조건 특경법으로 처벌되나요?
A.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어야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위험은 있지만 이익의 가액을 특정할 수 없으면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로만 처벌되므로, 이득액 산정을 다투는 것이 형량 방어의 핵심입니다.
Q. 직원인데 상사의 지시로 한 일도 배임 공범이 될 수 있나요?
A. 단순 지시 이행이라도 임무위배와 회사의 손해를 인식하고 가담했다면 공범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관여 정도, 이익의 귀속, 위법성 인식 등에 따라 책임 범위가 크게 달라지므로 개별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맺음말
업무상배임은 ‘실제로 회사 돈이 비었는가’가 아니라, ‘회사에 구체적·현실적인 손해 위험을 만들고, 그로 인해 누군가 재산상 이익을 얻었으며, 행위자가 그것을 의도했는가’를 겹겹이 따지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회사에 눈에 보이는 손해가 없어도 처벌될 수 있는 한편, 손해가 났더라도 위험의 구체성·이득액·경영판단으로서의 고의를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기도 합니다.
특히 이득액은 특경법 가중 여부와 형량을 좌우하는 만큼, 수사 초기부터 자금 흐름과 손해·이익의 범위를 정확히 정리하고 다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기 진술 하나가 사건의 프레임을 굳혀 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요건별 방어 전략을 먼저 세운 뒤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원·경기남부에서 배임 등 기업 관련 형사 사건으로 조력이 필요하시다면, 자금 흐름과 이득액 산정을 함께 짚어 사안의 방향을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