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공간에서 단둘이 있었고 CCTV도 목격자도 없는데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했다면, '증거가 없으니 무혐의로 끝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사실무에서 사람의 진술은 그 자체로 증거이고, CCTV 없는 사건일수록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릅니다. 이 글에서는 강제추행죄가 CCTV 없이도 성립할 수 있는 이유, 넓어진 폭행·협박 요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성인지 감수성, 그리고 무죄를 다투는 증거 전략과 초기 대응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 CCTV가 없어도 처벌될 수 있는 이유
많은 분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단둘이 있었고 CCTV도 목격자도 없으니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사람의 진술도 엄연한 증거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반드시 영상이나 물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강제추행 사건의 상당수는 은밀한 상황에서 벌어져 CCTV나 제3자 목격이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믿을 만한지를 중심으로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즉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다른 물적 증거가 없어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고, 반대로 진술의 신빙성에 합리적 의심이 생기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따라서 "증거가 없다"는 말은 정확히는 "물적 증거가 없다"는 뜻일 뿐, 사건 자체가 증거 없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CCTV 없는 사건일수록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다툼이 승패를 좌우하므로, 초기부터 무엇을 어떻게 다툴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CCTV가 없어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유죄가 될 수 있고, 그 신빙성에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무죄가 됩니다.
폭행·협박 요건이 넓어졌다 —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과거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이른바 최협의설)여야 한다는 것이 오랜 판례였습니다. 그래서 "세게 저항하지 않았으니 강제추행이 아니다"라는 항변이 실무에서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폭행·협박이 선행되는 유형의 강제추행에서 그 폭행·협박은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정도면 충분하고,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까지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이거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이면 요건을 갖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기습추행, 즉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유형은 추행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별도의 강한 폭행·협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예컨대 스쳐 지나가며 순간적으로 신체를 만진 경우에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물리적으로 강하게 제압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가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장담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CCTV 없는 사건에서 무죄를 다투려면 요건 자체보다 진술의 신빙성과 행위의 존부, 즉 과연 그런 접촉이 있었는지와 고의가 있었는지를 정밀하게 다투는 방향이 더 현실적입니다.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물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믿을 만한지를 엄격히 심사합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뒤집어 보면,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정당한 방법은 바로 이 기준의 빈틈을 짚는 것입니다. 진술의 핵심이 흔들리는지, 경험칙에 어긋나는지, 객관적 정황과 모순되는지, 허위 진술의 동기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법원이 신빙성을 판단할 때 살피는 요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진술의 일관성: 최초 신고, 경찰·검찰 조사, 법정 진술에서 핵심 내용이 일관되는지. 사소한 차이가 아니라 범행의 핵심 부분이 바뀌면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경험칙 부합: 진술 내용이 상식과 논리에 맞는지. 다만 "피해자라면 당연히 이랬어야 한다"는 통념은 함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문자·통화 기록, 이동 동선, 시간 관계 등 확인 가능한 사실과 진술이 맞아떨어지는지.
허위 진술의 동기: 금전, 감정, 관계 청산 등 피해자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진술의 구체성·자연스러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말하기 어려운 세부가 담겨 있는지, 부자연스러운 과장이나 축소가 있는지.
피해자 진술은 함부로 배척할 수 없지만, 핵심이 일관되지 않거나 객관적 정황과 모순되면 신빙성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오해와 실제
성범죄 사건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인지 감수성은 앞서 본 2018도7709 판결에서 제시된 개념입니다. 이는 법원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을 이해하고,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기대어 진술을 배척하지 말라는 심리 지침입니다. 예컨대 "진짜 피해자라면 곧바로 신고했을 것", "피해자가 가해자와 이후에도 연락했다면 거짓말이다"와 같은 고정관념만으로 진술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원칙은 아닙니다. 형사재판의 기본인 무죄추정과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라는 엄격한 증명 원칙은 성범죄에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대법원 역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와 객관적 정황, 경험칙에 비추어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어의 초점은 "피해자가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유죄의 확신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와 논리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정적 인신공격은 오히려 성인지 감수성 관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CCTV 없는 사건에서 무죄를 다투는 증거 전략
영상 증거가 없다는 것은 검사에게도 부담이지만, 피고인에게도 스스로 결백을 증명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정황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핵심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기록 확보: 사건 전후의 문자·메신저·통화 내역, SNS 대화는 당시 관계와 정황을 보여주는 객관 자료입니다. 사건 직후 피해자의 태도나 발언이 진술과 다르면 유력한 반증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장소·동선의 재구성: 교통카드, 카드 결제, 휴대폰 위치 등으로 진술 속 시간·장소가 실제와 맞는지 검증합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정황이 드러나면 신빙성이 크게 흔들립니다.
제3자 진술: 사건 직후 상황을 접한 지인, 함께 있던 일행, 주변 상인 등의 진술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검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진술 변화의 기록화: 고소장, 경찰·검찰 조서, 법정 진술을 대조해 핵심 내용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리합니다.
신체·현장의 객관 증거: 접촉 부위나 방식에 관한 진술이 현장 구조나 신체적 정황과 부합하는지 따집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주변을 무리하게 탐문하는 행위는 2차 가해나 증거인멸·회유로 오해받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증거 수집은 가급적 변호인을 통해 적법한 방법, 즉 사실조회,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 등으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초기 수사 대응이 결과를 바꾼다
CCTV 없는 사건일수록 피의자 본인의 진술이 또 하나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경찰 조사에서 당황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부인하다가 태도를 바꾸면 그 자체가 유죄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은 무리하게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는 체포·구속 여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으므로, 주거와 직업이 분명하고 증거를 인멸할 의사가 없음을 소명하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과 증거보전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합의나 공탁은 유무죄와는 별개의 양형 요소입니다. 다만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섣부른 합의 시도는 자칫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예컨대 결백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면, 재판부가 이를 유죄를 전제한 행동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습니다. 무죄 다툼과 양형 대비를 어떻게 병행할지는 사건 구조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CTV도 목격자도 없는데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나올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진술도 증거이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물적 증거가 없어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신빙성은 일관성, 경험칙 부합,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등을 기준으로 엄격히 심사되며,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무죄가 됩니다.
Q. 크게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까지 요구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습추행은 추행행위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되므로, 강한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Q.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피고인은 무조건 불리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잘못된 통념으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지 말라는 심리 지침일 뿐, 피고인의 무죄추정과 엄격한 증명 원칙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거만으로 유죄의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억울하게 고소당했다면 무고로 맞고소해도 되나요?
A. 신중해야 합니다. 무고죄는 상대가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성립하는데, 본안 사건이 무혐의나 무죄로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무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급한 맞고소는 오히려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본안 대응을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경찰 조사에서 그냥 사실대로 다 말하면 되지 않나요?
A.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단정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진술이 왜곡되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필요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유죄가 되면 처벌 외에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A.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부수처분의 종류와 기간은 선고형과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맺음말
CCTV 없는 강제추행 사건은 "증거가 없으니 괜찮다"고 안심할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치밀한 다툼이 승패를 가르는 사건입니다. 핵심은 피해자를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데 있지 않고,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을 대조해 유죄의 확신에 이를 수 없음을 증거와 논리로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분이라면, 사건 직후의 진술과 정황 자료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길입니다. 어느 쪽이든 초기 대응의 방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하므로,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이른 단계에서 점검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강제추행 사건으로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신다면, 혼자 판단하기 전에 사건의 구조와 증거 상황을 함께 짚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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