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부에는 내 자녀로 올라 있지만 실제로는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전자검사 결과지 한 장이면 등록부를 곧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절차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 소송 자체가 각하되고 전혀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 유전자검사가 가지는 증거로서의 효력, 상대방이 검사를 거부할 때의 대응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이란 — 등록부와 혈연이 어긋날 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은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에 부모와 자녀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친생자관계가 없을 때, 그 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법원 판결로 확정받는 가사소송입니다. 근거 조문은 민법 제865조이며,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을 근거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게 됩니다. 즉 이 소송은 서류상의 신분관계를 진실에 맞게 되돌리는 절차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실무에서 이 소송이 문제되는 상황은 다양합니다. 혼인 외에서 태어난 자녀를 서류상 친생자로 잘못 올린 경우, 타인의 자녀를 정식 입양 절차 없이 친생자로 출생신고한 경우(이른바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 병원의 착오로 신생아가 뒤바뀐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 — 남의 아이를 자기 친생자로 출생신고한 경우, 입양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한 친생자관계는 부정될 수 있습니다.
혼인 외 자녀를 부부의 친생자로 기재한 경우 — 등록부와 혈연이 다르다는 점을 판결로 확정합니다.
상속 분쟁 과정에서 뒤늦게 혈연관계가 문제되는 경우 — 상속인 자격을 다투기 위해 제기되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이 소송은 아무 사안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라, 뒤에서 설명할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유전자검사 결과가 아무리 명확해도 소송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 갈림길 — 친생추정이 미치면 친생부인의 소로만 다툴 수 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자녀가 '친생추정'을 받는지 여부입니다. 민법 제844조는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 그리고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여 남편의 자녀로 봅니다. 이렇게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는 특별한 절차 없이 법률상 남편의 친생자로 확정됩니다.
문제는,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는 유전자검사로 혈연관계가 없음이 밝혀지더라도 친생부인의 소(민법 제846조, 제847조)로만 그 관계를 부정할 수 있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다투면 부적법하여 각하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도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판결은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정은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는 될 수 있어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고 보았고, 남편의 동의 아래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에게도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더 주의할 점은 친생부인의 소에는 짧은 제척기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 또는 처가 그 사유가 있음, 즉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합니다(민법 제847조 제1항). 예컨대 남편이 유전자검사로 혈연관계 없음을 알게 되었다면 그 시점부터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를 내야 하고, 이 기간을 넘기면 원칙적으로 더는 다툴 수 없습니다. 소송의 종류를 잘못 고르면 시간만 허비하고 정작 제척기간을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유전자검사 결과가 있어도,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녀라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이 아니라 친생부인의 소를 2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대법원 2016므2510 전원합의체).
이 소송이 가능한 경우 —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녀
반대로 친생추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자녀는 이해관계인이 원칙적으로 기간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다툴 수 있습니다. 친생추정이라는 강한 법률상 보호막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검사 등 과학적 증거로 혈연관계가 없음을 밝히면 비교적 정면으로 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사안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부터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소송의 출발점입니다.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아 이 소송을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 — 민법 제844조의 추정 요건 밖에 있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습니다.
혼인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타인의 자녀를 친생자로 허위 출생신고한 경우 — 애초에 부부 사이의 친생추정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거나 해외 체류 등으로 동거가 전혀 없어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 — 판례가 인정해 온 이른바 '외관설'에 따른 예외입니다.
다만 최근 판례의 흐름은 친생추정의 예외를 넓게 인정하지 않는 방향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앞서 본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이 인공수정 동의 자녀나 혈연관계 없는 자녀에게도 친생추정을 유지한 것이 그 예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다투기에 앞서 '이 소송을 낼 수 있는 사안인가' 자체가 치열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자검사의 효력 — 결론을 좌우하는 핵심 증거, 그러나 절차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친생관계를 다투는 사건에서 유전자검사(DNA 검사)는 가장 유력한 증거입니다. 법원은 혈액형 검사나 유전자검사 같은 과학적 증명방법을 신뢰하며, 부계가 배제된다는 결과, 즉 친생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면 사실상 결론이 정해질 정도로 증거가치가 높습니다. 반대로 부계 일치 확률이 매우 높게 나오면 친생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유전자검사 결과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가 자동으로 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검사지가 아무리 명확해도, 등록부를 바꾸려면 반드시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뒤에서 볼 허가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검사 결과는 그 절차 안에서 증거로 쓰이는 것이지, 그 자체로 신분관계를 변동시키는 서류가 아닙니다.
또한 사설 기관에서 받은 검사지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지만, 법원은 그 검체가 실제 당사자의 것인지, 채취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따집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검체를 바꿔치기했다고 다투면, 법원은 지정 기관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 다시 감정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신원 확인 절차가 갖추어진 방식으로 검사를 받아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상대가 유전자검사를 거부할 때 — 수검명령과 불응 시 제재
친생관계 소송에서 자주 부딪히는 벽은 상대방이 유전자검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 법제에서는 상대방의 신체에서 강제로 채혈하거나 검체를 채취할 수 없습니다. 대신 가사소송법 제29조는 법원이 혈족관계 확정을 위해 당사자나 관계인에게 혈액형 검사 등 유전인자 검사를 받도록 명하는 '수검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명령을 하면서 불응 시의 제재를 함께 고지합니다.
수검명령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제재가 따릅니다. 가사소송법 제67조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과태료를 받고도 다시 명령을 위반하면 법원은 30일의 범위에서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감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검사를 회피한다고 해서 유리해지는 구조가 아닌 셈입니다.
끝까지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소송이 그대로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자유심증에 따라 별거 기간, 사설 검사 결과, 상대방이 검사를 거부하는 태도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하여 친생관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는 사실상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검사를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제소 기간 — 당사자가 사망했다면 안 날부터 2년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당사자가 모두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제척기간이 없어 언제든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 중 일방이 사망한 뒤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때는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검사(檢事)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민법 제865조 제2항). 상대방이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 검사가 피고의 지위를 대신하는 것입니다.
당사자 쌍방이 모두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는, 판례가 그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간을 넘기면 아무리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이 소로는 다툴 수 없게 되므로, 특히 사망자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기간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산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여기서 '사망을 안 날'은 사망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안 날을 의미하고, 사망자와 친생자관계가 없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 분쟁이 벌어진 뒤에야 혈연관계를 문제 삼는 경우, 사망 사실은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탓에 이미 기간이 지나버리는 일이 생기기 쉬우므로 초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하며, 이때 '안 날'은 사망 사실을 안 날을 의미합니다(민법 제865조 제2항).
소송이 아닌 지름길 — 친생부인의 허가·인지의 허가 청구
모든 사안에서 정식 소송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반영한 2017년 개정 민법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에 한해 소송보다 간이한 절차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이혼 직후 태어났지만 전남편의 자녀가 아닌 경우를 실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머니 또는 어머니의 전 남편은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854조의2), 생부는 인지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55조의2). 혈액형 검사나 유전자검사, 장기간의 별거 등으로 친생자가 아님이 소명되면 법원이 허가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통해 전남편에 대한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정식 친생부인의 소에 비해 절차가 간명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 간이 절차는 '혼인관계 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자'라는 한정된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안이라면 여전히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거쳐야 합니다. 결국 자신의 사안이 어느 절차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첫걸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전자검사 결과지만 있으면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 고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검사 결과는 매우 강력한 증거이지만, 등록부 정정은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친생부인·인지 허가 결정을 근거로만 가능합니다. 반드시 소송이나 허가청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검사지 자체가 신분관계를 변동시키는 서류는 아닙니다.
Q. 혈연관계가 없는 것이 확실한데도 소송이 각하될 수 있나요?
A. 네. 자녀가 친생추정을 받는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가 아니라 친생부인의 소로만 다툴 수 있어, 소송 종류를 잘못 고르면 각하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므2510 전원합의체). 그래서 사안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먼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상대방이 유전자검사를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강제 채취는 할 수 없지만, 법원이 수검명령을 내릴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재차 불응 시 30일 범위의 감치가 가능합니다(가사소송법 제29조, 제67조). 나아가 거부 태도 자체가 자유심증에 따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나요?
A. 당사자가 모두 생존해 있다면 원칙적으로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당사자 일방이 사망했다면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하므로(민법 제865조 제2항), 사망자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기간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Q. 이혼 후 300일 안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전남편의 자녀가 아닙니다. 꼭 소송을 해야 하나요?
A. 이 경우에는 정식 소송 대신 어머니 또는 전남편이 친생부인의 허가를, 생부가 인지의 허가를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간이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54조의2, 제855조의2). 유전자검사 등으로 친생자가 아님이 소명되면 허가를 받아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Q. 사설 기관에서 받은 유전자검사도 증거가 되나요?
A. 됩니다. 다만 검체가 실제 당사자의 것인지, 채취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다툼이 생기면 법원이 지정한 기관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 다시 감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신원 확인 절차가 갖추어진 방식으로 검사를 받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맺음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의 성패는 유전자검사 결과에 앞서 '이 소송이 가능한 사안인가', 즉 친생추정이 미치는지에서 먼저 갈립니다.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녀라면 친생부인의 소를 2년 안에 제기해야 하고,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경우라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라면 친생부인의 허가·인지의 허가 청구라는 간이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절차 선택을 잘못하면 유전자검사 결과가 아무리 명확해도 각하되거나 제척기간을 놓쳐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유전자검사 역시 올바른 절차 안에서 활용될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므로, 초기에 사안의 유형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족관계 문제는 상속이나 양육 등 다른 분쟁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수원·경기남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겪고 계신다면, 출생 시기와 혼인관계, 사망 여부 등 사실관계와 관련 서류를 정리해 이른 시점에 법률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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