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원고는 오랜 기간 배관공으로 일해 온 근로자로, 성문암(후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거쳐 간 여러 공사 현장 가운데 두 회사 현장에서 석면에 노출된 것이 발병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약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저는 피고가 된 두 회사를 대리하여 방어를 맡았습니다.
방어의 구조와 주요 주장
산재형 손해배상에서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려면 유해물질 노출 사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노출과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모두 증명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세 요건이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음을 단계적으로 밝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먼저 노출 사실 자체를 다투었습니다. 의뢰인 현장에서 원고가 한 작업의 성질이 기존 자재를 파쇄·해체하는 철거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공사 사진과 급여·세금 자료로 작업의 성격과 근무 기간이 며칠에서 간헐적 수준에 불과했음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2009년부터 석면 함유 제품의 제조·사용이 전면 금지된 점을 들어 그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시점의 신규 공사 현장에 석면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음을 논증했습니다.
다음으로 인과관계를 다투었습니다. 성문암은 흡연·음주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특정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지 않으며 그 인자가 다른 원인을 압도했을 개연성이 엄격히 증명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석면 관련 암은 통상 10년에서 50년에 이르는 긴 잠복기를 거치는데, 의뢰인 현장 근무는 진단 시점으로부터 불과 이보다 전이어서 잠복기에 비추어 발병 원인이 될 수 없음을 짚었습니다.
특히 원고가 유리한 증거로 제출한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 회신서를 면밀히 분석하여, 그 내용이 오히려 원고의 발병 원인을 앞선 다른 현장에서 누적된 노출과 과도한 흡연에서 찾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회신서 스스로 후두암 발생에 대한 흡연의 기여도를 높게 명시하고 있었기에, 상대방의 핵심 증거가 오히려 의뢰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자료가 되도록 활용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진단일을 기준으로 한 소멸시효 완성, 문서제출명령 불이행의 효과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 등을 예비적으로 정리하여 다층적인 방어 논리를 구성했습니다.
재판 결과
법원은 의뢰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뢰인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거나 작업과 성문암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이 얻은 결과
의뢰인 두 회사는 1억 원대의 배상책임과 지연손해금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또한 산재 책임이 인정된 사업장이라는 평판상 위험을 피할 수 있었고, 동종 청구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방어 논거도 함께 정리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
산재형 손해배상은 단지 해당 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노출, 의무 위반, 인과관계라는 요건을 사실관계에 맞추어 정밀하게 검토하고, 때로는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를 다시 읽어 방어 자료로 삼는 작업이 결과를 가릅니다.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초기 단계에서 쟁점 구조를 정확히 설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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