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추적 수사에도 협박 무죄 — 증거능력을 다툰 변론 기록
대대적인 추적 수사에도 협박 무죄 — 증거능력을 다툰 변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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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추적 수사에도 협박 무죄 — 증거능력을 다툰 변론 기록 

김무룡 변호사

무죄

서****

수십 명의 수사 인력이 동원되고, 수많은 CCTV와 위치정보가 쌓인 사건.

그 모든 증거가 '나'를 가리키고 있다고 할 때, 과연 무엇을 어떻게 다퉈야 할까요.

증거가 많아 보일수록, 의뢰인은 "이걸 어떻게 뒤집나" 하는 막막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증거의 양'이 아니라 '그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되었는가'입니다.

오늘은 국회의원 협박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통해,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이런 고민, 있으셨나요」

의뢰인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협박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위협적인 내용물이 담긴 택배가 피해자 측에 배송되었고, 수사기관은 그 택배를 발송한 사람이 바로 A씨라고 보았습니다.

수사기관은 택배 발송 장소부터 시작해, 도주 경로로 추정되는 버스·택시·도보 동선을 CCTV와 위치정보로 촘촘히 엮어 나갔습니다.

A씨는 일관되게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미 방대한 증거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다퉈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수사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그 절차 하나하나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이 협박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정말 A씨가 그 행위를 한 사람인가. 수사기관은 여러 동선을 이어 붙여 A씨를 특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연결고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부터 따져야 했습니다.

둘째, 그 증거들은 적법하게 수집되었는가. 여기서 두 가지 법 원칙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영장주의입니다. 수사기관이 통신사 등에 위치정보를 받으려면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있어야 하고, 그 영장의 '원본'을 상대방에게 제시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 형식적인 절차처럼 보여도,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핵심입니다.

다른 하나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입니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모은 증거는, 설령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여기에 더해 '독수독과(毒樹毒果)' 법리가 있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이 든 나무)에서 파생된 2차 증거(그 열매)도 함께 증거능력을 잃는다는 의미입니다.


즉, 출발점이 되는 증거 하나가 무너지면, 그로부터 이어진 증거들이 연쇄적으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김무룡 변호사는 이렇게 접근했습니다」

저는 협박을 비롯한 형사 사건을 다뤄오며, '무작정 부인하는 변론'이 아니라 '절차를 검증하는 변론'이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해 왔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 경험을 토대로, 수사 절차를 한 단계씩 되짚었습니다.

1) 위치정보 영장의 집행 방식을 확인했습니다. 수사기관이 통신·위치정보 업체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을 살핀 결과,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모사전송(팩스)으로만 집행한 정황을 짚어냈습니다. 이는 영장주의가 요구하는 '원본 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 그 위치정보가 위법수집증거임을 다퉜습니다. 영장주의를 위반해 수집된 위치정보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3) 파생 증거까지 연쇄적으로 다퉜습니다. 그 위치정보가 없었다면 확보될 수 없었던 후속 증거들이 무엇인지, 증거목록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독수독과'에 해당함을 짚었습니다.

증거가 방대할수록, 저는 그 증거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절차를 거쳐' 모였는지를 끝까지 따라가는 데 집중합니다.


「결과」

법원은 변호인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습니다.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집행되어 수집된 위치정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로부터 파생된 다수의 2차 증거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적법하게 남은 증거만으로는 의뢰인이 그 행위를 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절차상 정황에 따른 것입니다.


같은 협박 사건이라도 증거 수집 경위와 절차의 적법성 여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결과도 미리 보장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의 한마디」

형사 사건을 하다 보면, 증거가 많다는 사실 자체에 압도되어 미리 포기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적법절차는 장식이 아닙니다. 🤝

그것은 '혹시라도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 헌법이 세워둔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절차를 어기고 모인 것이라면 다시 들여다볼 가치가 있습니다.

혼자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그 절차의 빈틈을, 저는 끝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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