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통장이 막혔을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제1항은 금융회사가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즉시 해당 계좌 전부를 지급정지하도록 하며, 사기이용계좌를 피해금이 송금된 계좌뿐 아니라 그 자금이 다시 이전된 계좌까지 포함하도록 정의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보낸 돈이 중간 계좌를 거쳐 환전 신청자의 통장으로 들어오면, 신청자의 계좌도 같은 분류에 들어가 막힙니다. 본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받은 적이 없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지급정지는 단순한 출금 제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잔액에 대한 명의인의 채권이 채권소멸절차를 통해 사라질 수 있고, 그 절차는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두 달 안에 잔액에 대한 권리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의신청을 해봤자 받아들여질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길이 이의신청입니다. 명의인은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에 세 가지 사유 중 하나를 들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거나, 그 돈을 정당한 권원으로 받았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거나, 그 계좌가 피해금 편취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는 것입니다.
환전 거래라는 사정은 두 번째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입니다. 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환전 수익금이 불법원인급여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어 정당한 권원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고, 같은 호 단서는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실을 명의인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이 사유로의 이의제기를 막아 두고 있습니다. 신원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큰돈을 받는 거래 구조 자체가 중과실로 평가될 위험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의신청의 실익은?
핵심은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금융회사는 지급정지 후 곧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해야 하는데, 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채무부존재확인이나 부당이득반환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면 그 공고 요청을 하지 않습니다. 즉 소송이 법원에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채권소멸 시계가 멈춥니다. 이의를 제기하면 금융회사는 피해자와 금융감독원에 통지하고, 피해자가 통보받은 날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지급정지가 풀리지 않습니다. 그 2개월 안에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두면 채권소멸이 막힙니다. 결국 이의신청은 그 자체로 잔액을 살리는 카드라기보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때 걸기 위한 시간 확보 장치입니다.
또 하나의 실익은 사후 보험입니다. 채권이 일단 소멸한 뒤 금융감독원에 환급을 청구하려고 해도 법이 정한 사유를 갖춰야 하기에 이의신청을 거쳐 두지 않으면 사후 환급의 길도 좁아집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무엇을 다투는가
이의신청과 동시에 많이 검토되는 것이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입니다. 이 소송은 구조가 일반적인 민사 청구와 반대 방향입니다. 명의인이 원고가 되어 자신에게 부당이득반환 채무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면, 피고인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권리의 요건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책임이 상대방으로 넘어갑니다.
다툼의 초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입금이 환전 신청에 따른 정상 거래임을 보여줄 객관적 자료가 있느냐입니다. 신청 내역, 입금액과 신청 금액의 일치 여부, 거래 상대와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그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임을 명의인이 알았거나 중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느냐입니다. 이 부분에서 거래 구조의 합리성, 상대를 확인할 수 있었는지, 거래의 규모와 빈도가 두루 평가됩니다.
실제 하급심을 보면 결론은 양쪽에서 다 나옵니다. 신청금과 입금액이 일치하고 명의인이 피해금임을 알지 못했다고 보아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사례가 있는 반면, 신원을 알 수 없는 상대에게서 큰돈을 받으면서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정황을 들어 중과실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자료의 두께가 결과를 가른다는 뜻입니다.
형사 수사가 같이 들어오면 어떻게 답해야 하나
이 사안의 어려움은 민사가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수사기관은 사기 공동정범이나 방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그리고 거래의 성격에 따른 별도 처벌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핵심은 미필적 고의입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고의에 관해, 다른 공범과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통해 범죄에 가공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인식은 미필적이어도 된다고 밝혀 왔습니다.
여기서 까다로운 선택이 생깁니다. 위 사이트들의 환전 거래로 환전 거래로 알고 받았다는 진술은 보이스피싱 고의를 부정하는 논거가 됩니다. 다만, 문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가 본인의 도박 사실에 대한 주장 및 입증자료이기에 보이스피싱 범죄와 별개로 상습(도박) 또는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등의 형사절차에 대한 리스크가 생깁니다. 다만, 솔직하게 진술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
실무상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본인의 도박 사실과 보이스피싱 범죄 계좌 연루로 인해 지급정지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 도박사이트와 보이스피싱 범죄가 우리 생활 깊숙이 번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환전금과 관련된 지급정지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우선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대응 방안을 전략적으로 검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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