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서에 "시정명령 시 해제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면 - 대법원이 내린 결론
안녕하세요. 박기태 변호사입니다.
오피스텔 분양계약에는 다양한 해제 조항이 포함됩니다.
그중 "분양자가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면, 실제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법원이 2026년 6월 12일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 어떤 사건이었나요
A씨는 2022년 5월, 분양금액 약 3억 9,180만 원 상당의 오피스텔 수분양자 지위를 승계 취득했습니다.
해당 분양계약서 제6조 제4항 제2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2023년 12월, 분양사업자 B사는 분양광고안 내용 누락을 이유로 실제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A씨는 이듬해 3월 해제 의사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위반사항이 계약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만큼 중대해야만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대법원은 무엇을 뒤집었나
대법원 제2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환송했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계약서 해석 원칙입니다.
"해제조항의 문언이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
법원이 '중대한 위반'이라는 요건을 계약서에 없는데도 임의로 덧붙이는 것은 명확한 문언을 제한 해석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계약서에 쓰인 대로 읽으면 된다 — 이것이 대법원이 내린 결론입니다.
■ 이 판결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법원 제2부는 2025년 12월 24일에도 같은 논리로 원심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판결이 나오자 일부에서 "시정명령 1회만 있으면 무조건 해제 가능"이라는 광고가 확산됐고, 관련 소송이 급증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응해 2026년 4월 3일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 대법원 기조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 시행령이 개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현행: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 수분양자가 계약 해제 가능
개정안(예정): 시정명령을 받았고, 그 위반으로 인해 분양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 계약 해제 가능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정명령만으로는 해제 사유가 되지 않고,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추가 요건이 붙게 됩니다.
다만 개정안은 아직 시행 전입니다.
개정 전 체결된 계약에는 현재의 계약서 문언과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 수분양자라면 지금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① 계약서 해제 조항의 표현을 직접 읽어보세요.
시정명령 외에 벌금·과태료도 해제 사유로 포함되어 있는지, 조항의 표현이 명확하고 일의적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이 전제한 것은 "명확히 기재된 경우"입니다.
② 시정명령 발령 사실과 내용을 파악하세요.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이 있었는지는 관할 행정청 또는 분양사업자에게 확인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발령 시기와 구체적인 사유도 함께 기록해두세요.
③ 해제 의사표시는 서면으로,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약정해제권은 시정명령을 안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내용증명 등 서면 방식으로 의사표시를 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 분양사업자 입장에서도 대비가 필요합니다
오피스텔이 정상 준공되어 입주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과거에 받은 시정명령을 근거로 계약 해제 청구가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시세 하락이나 대출 규제로 잔금 납부가 어려워진 수분양자들이 이 판결을 활용하는 경우입니다.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시행되기 전까지는 "계약서 문언대로"라는 원칙이 살아 있습니다.
해제 청구를 받은 경우라면 계약서 조항의 표현, 시정명령의 내용과 시점, 계약 목적 달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결의 적용 여부는 계약서 문언, 시정명령의 구체적 내용, 해제 의사표시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수분양자든 분양사업자든, 섣불리 결론 내리기보다는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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