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의뢰인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분이었습니다. A씨는 상선의 지시를 받아 자금세탁에 관여하는 역할을 했고, 여러 피해자로부터 송금된 거액의 피해금이 이 조직을 통해 세탁되었습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다수의 피해자에게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입히는 중대한 범죄로, 가담자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A씨는 실형이 선고되어 법정구속된 상태에서 항소심을 맞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항소심을 맡아, 실형을 집행유예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변론에 임했습니다.
2. 항소심의 과제
보이스피싱 가담 사건에서 1심 실형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막연히 "반성하고 있다", "합의했다"는 주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양형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려면, 1심이 형을 정한 근거 자체를 점검하고 그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저희는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1심이 A씨에게 불리하게 인정한 핵심 사정에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지점을 바로잡는 것이 변론의 출발점이었습니다.
3. 실형을 집행유예로 바꾼 세 가지 변론
① 불리한 정상의 사실오인을 바로잡다 : 1심은 A씨가 범행의 대가로 상당한 범죄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이를 불리한 정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기록을 검토한 결과, A씨가 받은 돈은 범행의 대가가 아니라 ① 생계를 위해 빌린 차용금과 ② 이 사건과 별개의 거래 대가였을 뿐, 범행으로 인한 수익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객관적인 금융거래 자료, 관련자들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는 점, 그리고 1심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해서는 같은 진술을 배척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범죄수익을 취득했다는 인정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조목조목 입증했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은 이 부분을 더 이상 A씨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양형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자체를 바로잡은 것입니다.
② 공범들까지 설득해 이끌어 낸 적극적 피해 회복 : A씨는 구속된 상태에서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마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피해 회복에 사용하여, 공범들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부담했습니다. 그 액수는 전체 피해금액의 약 4분의 1에 이르렀습니다.
나아가 A씨는 자신의 합의에 그치지 않고, 구치소에서 다른 공동피고인들에게 연락해 함께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합의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에서 공동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단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실질적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정으로 변론했습니다.
③ 역할의 제한성과 공범 간 양형 균형 : 저희는 A씨가 범행을 주도하거나 지휘한 지위가 아니라, 상선의 지시에 따라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한 종속적 가담자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범행을 주도한 총책급 인물이 별개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에 비추어, 그보다 역할이 제한적이고 피해 회복에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A씨에게 실형이 유지되는 것은 공범 사이의 양형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4. 결과
항소심은 1심 판결 중 피고인 부분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은 보이스피싱 범행의 사회적 해악이 크다는 점은 무겁게 보면서도, A씨가 범행을 주도한 지위가 아니었던 점, 편취액 전부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한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두루 고려했습니다. 실형이 선고되어 구속되어 있던 의뢰인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된 결과였습니다.
5. 이 사건의 시사점 : 양형도 결국 사실관계 싸움이다
보이스피싱 가담 사건은 실형 가능성이 높은 영역입니다. 그러나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더라도, 양형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바로잡아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듯, 양형 변론은 "반성한다", "합의했다"는 호소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1심이 불리하게 평가한 사정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기록으로 검증하고, 피해 회복의 정도와 가담 역할, 공범 사이의 형평까지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형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같은 사정은 시점이 늦어질수록 효과가 줄어들 수 있어, 가능한 한 이른 단계에서 방향을 정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언제든 상담을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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