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주식 리딩방·공모주 사기 피해가 늘면서, 피해자가 오히려 사기 피의자·피고인으로 몰리는 사례가 함께 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 전형이었습니다.
의뢰인 A씨는 주식 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SNS를 통해 알게 된 한 투자리딩방의 권유로, 곧 상장 예정이라는 비상장주식과 공모주에 자신의 돈 수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A씨는 좋은 투자 기회라고 판단해 가까운 지인 B씨에게도 같은 정보를 공유했고, 수익을 함께 나누기로 했습니다. B씨는 여러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A씨에게 1억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보냈으며, A씨는 그 돈을 리딩방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후 해당 리딩방은 사기로 드러났습니다. 수익을 출금하려 하자 세금·수수료 명목의 추가 입금 요구가 반복되었고, A씨는 그 단계에서 자신이 사기 피해를 입었음을 인지했습니다. A씨가 리딩방 운영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과 별개로, 지인 B씨는 A씨를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동일한 사기 범행의 피해자였던 A씨가 사기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사안입니다.
2. 사기죄 성립의 쟁점
차용사기 사건에서 무죄 판단을 이끌어내기는 일반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A씨가 B씨에게 원금 반환을 언급한 정황이 있었고, 거액이 실제로 오갔으며, 그 돈이 회수되지 못한 결과가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갚겠다고 하고 빌린 돈을 갚지 못했으니 사기"라는 공소 논리가 외형상 성립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건의 쟁점이 '결과'가 아니라 거래의 성격과 편취의 범의, 그리고 기망과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변제하지 못한 결과를 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기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음을 법리로 다투기로 했습니다.
3. 사기 무죄를 이끈 세 가지 변론 전략
① 차용금이 아닌 공동투자약정
검사는 이 거래를 차용금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했고, 이는 원금과 확정 이자를 보장하는 대여가 아니라 주가 등락에 따라 손익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였습니다. 이 점은 고소인 B씨의 증인신문 진술로 뒷받침되었습니다. B씨는 주가 등락에 따라 기대와 불안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는 단순 대여 관계에서는 나타나기 어려운 반응입니다.
저희는 원금 반환 약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거래를 금전소비대차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거래의 실질이 공동투자약정임을 논증했습니다.
② 편취 범의의 부존재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기망해 이익을 취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A씨는 자신의 자금을 동일한 리딩방에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투자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리딩방 대화 내용을 그대로 캡처해 B씨에게 보여주며 정보의 출처를 공개했고, 스스로 전문가임을 표방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B씨 역시 A씨가 주식에 밝지 않았다는 점을 법정에서 인정했습니다. 리딩방이 사기임을 인지한 직후 A씨가 B씨에게 그 사실을 즉시 알린 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 저희는 사기임을 알지 못한 채 지인에게 투자를 권유했더라도 본인이 거액을 투자한 피해자인 경우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하급심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③ 기망과 처분행위 사이 인과관계의 단절
사기죄는 피고인의 기망과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B씨는 증인신문에서 A씨의 설명이 아니라 캡처된 메시지 화면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진술했습니다. B씨가 신뢰한 대상은 A씨 개인이 아니라 정보의 원천인 리딩방 운영자들이었던 것입니다. A씨는 정보를 생성한 주체가 아니라 이를 전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저희는 전달받은 정보를 그대로 옮긴 행위는 정보의 원천에 대한 피해자의 신뢰와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본 하급심 판례를 근거로, A씨의 행위와 B씨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변론했습니다.
4. 결과 - 사기 무죄, 검사 항소 포기로 확정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에 관하여 B씨를 기망했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공모주 투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스스로 변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돈을 빌린 것으로 보았습니다. 판결 주문은 무죄였습니다. 검사는 이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고, 1심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5. 이 사건의 시사점
이 사건은 사기죄 판단에서 실무상 자주 문제되는 세 가지 지점을 보여줍니다.
첫째, 금전거래의 성격은 명칭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됩니다. 당사자가 원금 반환을 언급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거래가 곧바로 차용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 원금에 대한 대가의 고정성 여부, 당사자 사이의 관계, 자금 제공자의 사업 관여 정도 등을 종합해 차용금인지 투자약정인지를 가립니다. 손익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였다면, 변제 약정의 외형이 있더라도 그 실질은 투자에 가깝습니다.
둘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의 자백이 없는 한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범행 전후의 재력과 환경, 거래의 경위, 자금의 이행 과정 등을 종합하게 됩니다. 본인이 먼저 거액을 투자한 사정, 정보의 출처를 숨기지 않은 사정, 사기를 인지한 직후 상대에게 이를 알린 사정 등은 모두 기망의 고의를 부정하는 방향의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셋째, 사기죄는 기망과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합니다. 정보의 원천과 그 전달자가 분리되는 구조에서는, 피해자의 신뢰가 누구를 향했는지가 핵심입니다. 피해자가 전달자 개인이 아니라 정보의 원천을 보고 처분에 이르렀다면, 단순 전달자의 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절될 수 있습니다.
주식 리딩방·공모주 등 투자사기 피해 과정에서 주변에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피의자·피고인의 지위에 놓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거래의 실질, 범의의 유무,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초기에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이후 절차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특히 거래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자금의 흐름, 상대방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초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언제든 상담을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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