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있었을까요(feat: 서울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부장검사출신 박CLO는 법률사무소 고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최근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모텔 연쇄 사망 사건'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체내에서 다종·다량의 약물이 검출되면서 검찰과 경찰이 가해자 여성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검찰에서 수많은 사건을 처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에서 살인죄 성립 여부의 핵심 쟁점과 법률적 가능성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건의 핵심: '미필적 고의'의 입증 여부
일반적으로 살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 '죽이려는 의도(살인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살인 사건 가해자는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고의를 부인하고, 이번 사건처럼 약물을 투여한 경우에는 "평소 복용하던 약물일 뿐이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법리가 바로 '미필적 고의'입니다.
미필적 고의란?
'미필적 고의'란 표현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실 겁니다.
'확정적 고의'와 대비되는 표현인데, 예를 들어 요즘 보이스핑 범행 관련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피해자들의 돈을 전달해 주는 소위 '현금수거책 '들이 입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금수거책의 경우, 자신이 전달해 주는 물건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임을 알면서도 전달하면 확정적인 고의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이라고 의심은 했지만, 금융기관을 사칭한 조직원에게 물어보니 합법적인 퀵서비스 물건 배송이라고 해서 믿었던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심만 했고, 보이스피싱 피해금원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수수료를 준다고 했으니 일단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물건을 전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미필적 고의란, 결과발생, 살인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용인하여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 행위로 나아간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미필적 고의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단은 사람의 주관적 의사를 객관적인 정황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어서 사람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경우 경찰, 검찰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송치하고 기소하지만, 법원 판사는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다종의 약물을 다량으로 치사량에 가깝게 투여했다면, "이 정도로 약을 먹이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투여를 강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검 결과가 시사하는 법적 의미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시신에서 단순히 수면제 성분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약물이 섞인 이른바 '칵테일' 형태의 투약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법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위험성의 예견: 한두 알의 수면제가 아닌, 다량의 약물을 혼합 투여했다는 것은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을 가해자가 알았을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합니다.
반복성(연쇄성): 이미 앞선 사례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동일한 수법을 반복했다면,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예건하고도 이를 용인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출처 : 동아일보
관련 유사 사례 및 판례 검토
우리 법원은 약물 투여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투여량'과 '피해자의 상태'를 살인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어 주요 척도로 삼습니다.
생활고로 9세 아들에게 억지로 과다한 약물을 복용케 하여 살인죄로 처벌된 사안(울산지방법원 2020. 5. 29. 선고 2019고합365 판결)이 있기는 하나, 약물을 억지로 먹인 것이 직접적인 살인행위인 이상 본건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단순히 금품을 뺏기 위해 소량의 수면제를 사용했는데 피해자가 특이 체질 등으로 사망했다면 '강도살인'이 아니라 '강도치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다종·다량'의 약물이 검출되었다면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살인의 의도가 있었거나, 최소한 죽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살인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시각:
향후 수사 방향

수사기관은 향후 다음과 같은 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입니다.
약물 입수 경로: 가해자가 전문적인 지식 없이 어떻게 다종의 약물을 확보했는지, 그 과정에서 살해 목적이 있었는지 확인.

범행 후 조치: 피해자가 약물 반응을 보일 때 119 신고 등 구호 조치를 했는지, 아니면 방치하고 도주했는지(부작위에 의한 살인 가능성).
결론: 살인죄 적용 가능성, 매우 높습니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다량의 약물'이 검출된 이상, 단순한 과실이나 사고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연쇄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은 가해자의 '살인에 대한 용인'을 증명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
오늘 자(2. 20.) 속보로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하여 송치한다고 합니다.
20대의 가해자가 왜 이런 범행을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형사사건, 특히 살인과 같은 중범죄는 초기 대응과 치밀한 법리 분석이 사건의 향방을 결정합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한 법의 엄중함이 실현될 수 있도록 수사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사안입니다.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법률 상담이나 조력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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