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 만취한 직장동료, 블랙아웃, 패싱아웃, 서울 부장검사출신변호사)

준강간, 준강제추행 처럼 죄명에 '준'이 붙은 죄명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형법 제299조
위 형법에 규정한 대로 강간이나 강제추행처럼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니라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를 처벌하는 경우입니다.

깊은 잠에서 빠져서 저항할 수가 없는 상황을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것은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깊은 잠에 빠지는 경우처럼 어떤 경우를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가 중요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ㆍ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ㆍ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대법원 2018도9781 판결)
결국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되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①:A는 B와 성관계를 할 의사로 술에 취하여 모텔 침대에 잠들어 있는 B의 속바지를 벗기다가 B가 깨어나자 중단한 경우
처벌될까?
B가 모텔 침대에 잠들어 있는 이상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는 해당합니다. 다만, A가 실제 간음하기 전에 B가 깨어나 행위를 중단했기 때문에 준강간미수행위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입니다. 준강간은 미수범행도 처벌되는데, 어떤 경우에 실행의 착수, 즉 범행을 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준강간죄에서 실행의 착수 시기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할 의도를 가지고 간음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시작할 때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도19295판결).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A는 준강간죄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②:A는 회사동료 여럿과 1박 2일로 놀러가 호텔에서 자던 중 B가 깊은 잠에 빠진 것으로 생각하고 간음하였으나 사실은 B는 무서워서 자는 척 하였을 뿐인 경우에 A는 어떻게 처벌될까?
이러한 경우 준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는 준강간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간음한 경우에도 미수범으로 처벌된다는 것이죠)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하였으나,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정신적ㆍ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구체적 사례③:A는 직장동료인 B와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고 생각했는데, B는 술에 만취한 자기를 모텔까지 갔는데, B가 잠에서 깨어보니 속옷이 다 벗겨진 상태였다며 준강간피해를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A로서는 A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억울한 상황에 놓였죠
과연 이러한 경우에 수사기관과 법원은 B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하게 될까요?

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ㆍ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ㆍ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18도9781판결)
위 판례를 읽어보시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술에 만취한 채 집에 잘 귀가했는데, 아침에 깨어보면 2차 이후 집에 어떻게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죠.
이때 첫번째는 실제 혼자서 집에 잘 귀가했는데, 위 판례에서 말한 알콜에 의한 인코딩 손상에 따른 블랙아웃 현상으로 사후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인 경우이고,
두번째는 2차 장소에서 만취로 의식을 잃어 직장동료들이 식당에서 함께 택시를 타고 부축해서 아파트 문을 열고 눕혀놓고 나온 경우로 이 경우는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 즉 패싱아웃
상태를 말합니다.
즉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기억안난다는 진술이 패싱아웃으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 판단기준은 위 대법원 판례에서 든대로 CCTV나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 전후 제반사정을 잘 살펴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주장이나 증거를 제시한다면 블랙아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준강간 범행은
법적으로 여러 쟁점이 포함되어 있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에
대한 세심판 판단도 필요하며,
양형기준 자체도 엄격하게 처벌됩니다.
따라서 피해자이든 가해자가 된 상황이든
사건 초기부터 경험이 많은 유능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 경력 20년 부장검사 출신,
성범죄 공인인증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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