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상대방의 말로 갑자기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누구라도 깊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간·강제추행과 달리 준강간·준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어, "합의된 관계였다"는 생각과 법의 평가가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핵심은 당시 상대방이 정말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그리고 그 점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준강간·준강제추행죄의 성립요건과 항거불능의 의미, 특히 음주 상태에서 자주 문제 되는 쟁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준강간·준강제추행죄란 — 형법 제299조의 구조
준강간·준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9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문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는데, 그 형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릅니다. 즉 준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준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강간·강제추행과 동일한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일반 강간·강제추행이 폭행·협박이라는 적극적 수단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준강간·준강제추행은 이미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이용한다는 데 본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해자가 별도로 힘을 쓰거나 위협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의 무력한 상태를 이용해 성적 행위를 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물리적 강제가 없었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으며, 핵심은 상대방의 상태입니다.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의미 — 무엇이 핵심인가
이 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두 개념이 바로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입니다. 판례는 심신상실을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로,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정의합니다. 수면 중이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주의할 점은, 단순히 술을 마셨거나 약간 취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항거불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은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같은 음주 상태라도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바로 이 지점이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술에 취한 상태 —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구별
음주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입니다. 블랙아웃은 당시 의식과 행동은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나중에 그 기억이 남지 않는 현상이고, 패싱아웃은 의식 자체가 꺼져 잠들거나 쓰러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둘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에서, 피해자가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항거불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억이 사라진 블랙아웃이었다면 당시에는 의사 표현과 행동이 가능했을 수 있고, 반대로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이었다면 항거불능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억이 있느냐"가 아니라 "행위 당시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가능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함께 걸어 이동하고 대화를 나눈 정황이 CCTV에 남아 있다면, 비록 상대방이 다음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당시에는 항거불능이 아니었다고 볼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인사불성으로 부축받아 옮겨진 정황이 있다면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되기 쉽습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 종합적 심리
그렇다면 법원은 항거불능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위 2018도9781 판결은 어느 하나의 사정만으로 결론짓지 말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음주량이나 기억 유무 같은 단편적 정보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 CCTV·목격자를 통해 확인되는 의식·거동 수준
두 사람의 평소 관계와 만나게 된 경위 — 사전 관계, 약속의 성격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방식과 그 계기 —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지
피해자의 연령·경험, 심리적·정서적 상태 등 개별 특성
피고인 진술의 합리성과 사건 이후 양측의 반응
이처럼 판단 요소가 많다는 것은, 사건마다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강간·준강제추행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경우, 막연히 "기억이 없다더라"는 말에 압도되기보다 당시 정황을 보여 줄 객관적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거불능은 "기억의 유무"가 아니라 "행위 당시 판단·저항 능력"으로 가려집니다. 블랙아웃이라는 말 자체가 곧바로 유죄나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준강간 불능미수 — 상태가 아니었다면 무죄일까
그렇다면 가해자가 상대방이 항거불능 상태라고 생각하고 행위했는데, 실제로는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쟁점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의 취지는, 피고인이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다는 고의로 행위했고, 그가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비록 실제로는 그 상태가 아니어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가 사실은 항거불능이 아니었다"는 사정이 곧바로 완전한 무죄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는 고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법리이므로, 애초에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고 볼 정황이라면 결론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 성립요건 정리와 실무 유의점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준강간·준강제추행죄는 다음 요소들을 차례로 따져 판단하게 됩니다. 어느 한 단계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이 죄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상태 — 행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상태의 이용 —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했는지
고의 — 상대방이 그러한 상태임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
동의 여부 — 당시 유효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정황이 있는지
실무에서는 CCTV 영상, 메신저 대화, 목격자 진술, 음주 정도에 관한 객관적 자료, 사건 전후 양측의 행동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특히 사건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나 이동 동선은 당시 상태와 동의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곤 합니다. 사안마다 사실관계가 천차만별인 만큼, 조사 초기 단계에서 정확한 법리 검토와 증거 정리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폭행이나 협박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이 아니라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것을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강제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Q. 상대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무조건 항거불능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이 없는 블랙아웃과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대법원도 기억 유무가 아니라 행위 당시 정상적 판단·저항이 가능했는지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Q. 둘 다 술에 취했어도 처벌되나요?
A. 가해자가 취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그 점을 인식하고 이용했는지가 쟁점이 되며, 음주 정도와 당시 정황이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사안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준강간미수도 처벌되나요?
A. 네, 미수도 처벌됩니다. 나아가 상대방이 실제로는 항거불능이 아니었더라도, 그렇다고 인식하고 이용하려 한 경우 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혐의를 받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동의 여부와 당시 상태는 결국 객관적 증거로 판단됩니다. CCTV, 메시지, 이동 동선, 사건 전후 정황 등 당시 상황을 보여 줄 자료를 빠짐없이 확보하고, 진술이 일관되도록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준강간·준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는 만큼, "강제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상대방이 단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항거불능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당시의 구체적 상태와 정황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큰 범죄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사실관계와 증거 구조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리므로, 혐의를 받는 입장이든 피해를 주장하는 입장이든 초기에 정확한 법리 검토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불안 속에 시간을 보내기보다, 자신의 사안에서 어떤 요건과 증거가 문제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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