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성립요건 총정리 — 폭행·협박과 기습추행, 어디까지 인정될까
강제추행 성립요건 총정리 — 폭행·협박과 기습추행, 어디까지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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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강제추행 성립요건 총정리 — 폭행·협박과 기습추행, 어디까지 인정될까 

강대현 변호사

누군가로부터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했거나, 반대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해 고소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이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느냐"일 것입니다. 강제추행죄는 단순히 신체를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2023년 대법원이 40여 년간 유지해 온 판단 기준을 바꾸면서, 어디까지가 강제추행인지에 대한 경계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폭행·협박의 의미부터 기습추행, 고의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298조의 구조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범죄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강제추행이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수단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이고, 다른 하나는 결과로서의 추행입니다.

이 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즉 자신의 성적 영역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자유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명백히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신체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접촉했는지가 모두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단순한 호감 표현이나 우연한 접촉과 범죄로서의 추행을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 요건들에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폭행·협박"이라는 수단과 "추행"이라는 결과가 모두 갖추어져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추행'의 의미 — 무엇이 추행으로 인정될까

판례는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주관적 만족 여부가 아니라,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함의를 가지는지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장난이었다"거나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행위 자체의 성적 성격이 인정되면 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단순히 신체 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정황을 따져 본다는 점이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접촉한 신체 부위 — 가슴·엉덩이·성기 등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인지

  • 접촉의 양태와 시간 — 스치듯 지나간 것인지, 의도적으로 만지거나 움켜쥔 것인지

  • 당사자 관계 — 평소 신체 접촉이 자연스러운 사이인지, 전혀 모르는 사이인지

  •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 대중교통·회식 자리 등 거부가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 피해자의 명시적·묵시적 의사 —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

예컨대 붐비는 지하철에서 손등이 우연히 스친 것과, 의도적으로 손을 뻗어 특정 부위를 만진 것은 같은 접촉이라도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결국 추행 여부는 "어디를,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접촉했는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폭행·협박은 어디까지 인정되나 — 가장 핵심적인 쟁점

강제추행죄에서 가장 다툼이 많은 부분이 바로 폭행 또는 협박입니다. 추행은 인정되더라도 그 수단이 법이 말하는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으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폭행·협박을 어느 정도로 요구하느냐는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됩니다.

전통적으로 대법원은 이 폭행·협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즉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유형력이나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를 이른바 최협의설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기준은 피해자에게 강하게 저항했을 것을 사실상 요구하는 결과가 되어, 현실의 성범죄 양상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오래 제기되어 왔습니다.

"추행은 분명한데 폭행·협박이 약했다"는 사건에서 종전 기준과 변경된 기준 중 어느 쪽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폭행·협박의 정도는 강제추행 사건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 40년 만에 바뀐 기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1983년 이래 40여 년간 유지해 온 최협의설을 폐기하고, 폭행·협박의 기준을 한층 완화한 것입니다.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은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새로운 법리의 핵심입니다.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여기서의 폭행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협박은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면 됩니다. 항거가 곤란했는지를 따로 따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는 폭행·협박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정도와 같은 수준으로 기준이 내려온 것으로, 그만큼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 변화의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강하게 저항하지 못했으니 항거 곤란이 아니다"라는 식의 방어가 어느 정도 통했지만, 변경된 기준에서는 그러한 논리만으로 무죄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다만 이는 폭행·협박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의미일 뿐, 추행 자체가 인정되는지, 고의가 있었는지 등 다른 요건은 여전히 그대로 다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기습추행 — 폭행 자체가 추행이 되는 경우

강제추행에는 일반적인 형태 외에 이른바 기습추행이라는 유형이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신체를 접촉하는 경우로, 이때는 폭행과 추행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별도로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선행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길을 지나가다 갑자기 상대방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움켜쥐는 행위, 또는 회식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습추행 법리는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부터 인정되어 온 것으로, 변경된 폭행·협박 기준과 맞물려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를 폭넓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입니다.

고의와 성적 의도 — 실수로도 처벌될까

강제추행죄도 고의범이므로, 자신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성욕의 만족이라는 별도의 성적 동기나 목적까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판례는 성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고 그 사실을 인식했다면 고의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성적인 의도는 없었고 단지 화가 나서 그랬다"거나 "친근감의 표현이었다"는 변명만으로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정말로 추행의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다면, 이는 무죄·무혐의를 다투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고의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과 정황 증거를 통해 신중히 판단되어야 합니다.

강제추행 성립요건 정리와 실무 유의점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는 아래 요소들을 차례로 따져 판단하게 됩니다.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강제추행죄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 추행 해당성 —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인지

  • 폭행·협박 —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 고지가 있었는지(기습추행은 폭행 자체가 추행)

  • 고의 — 그 행위가 추행에 해당함을 인식했는지

  • 피해자의 의사 — 동의가 있었는지, 거부 의사가 있었는지

실무에서는 이 요건들이 CCTV, 목격자 진술, 당사자 간 메시지, 진술의 일관성 등 구체적 증거를 통해 다투어집니다. 특히 2023년 판례 변경 이후에는 폭행·협박의 정도를 다투기보다, 추행 자체의 해당성이나 고의, 동의 여부 등 다른 쟁점에서 방어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사안마다 사실관계와 증거 구조가 천차만별이므로, 강제추행으로 조사나 고소가 진행 중이라면 초기에 정확한 법리 검토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옷 위로 살짝 스친 것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단순히 스친 정도로는 추행으로 보기 어렵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움켜쥐었다면 옷 위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접촉 부위와 양태, 당시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네,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폭행·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강한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더 이상 무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성욕 만족이라는 별도의 목적이 없어도 강제추행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고 그 사실을 인식했다면 고의가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추행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볼 정황이 있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Q. 기습추행은 일반 강제추행과 처벌이 다른가요?

A. 적용 법조는 같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로, 법정형에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기습추행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으로 평가되어, 별도의 폭행·협박을 따지지 않고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나는데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음주로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객관적 증거로 행위가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으며, 심신상실·심신미약 주장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여집니다. 초기 대응과 증거 검토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맺음말

강제추행죄는 추행이라는 결과와 폭행·협박이라는 수단이 모두 갖추어져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특히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폭행·협박의 기준이 완화되면서, 과거보다 성립 범위가 넓어진 만큼 "별일 아니다"라고 안이하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추행 해당성, 고의, 동의 여부 등 여전히 다툴 수 있는 쟁점이 많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사실관계와 증거 구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든 고소를 고민하는 입장이든 초기에 정확한 법리 검토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막연한 불안 속에 시간을 보내기보다, 자신의 사안에 어떤 요건과 증거가 문제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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