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거나 대출 사기나 투자사기를 당하여 돈을 특정계좌에 입금한 사례와 관련하여 사기 피해자들이 계좌 명의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보게 됩니다.
일부 변호사들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하여 소송을 제기하도록 한 다음 그러다가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여 소송비용까지 물어주는 경우가 있어서 아래와 같이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와 부정되는 경우 판례 사안들을 분석하였습니다. 부디 참고하시어 이중의 피해가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대출 사기, 투자 사기(암호화폐 투자리딩 사기 등) 등 사기의 유형을 불문하고 접근매체 양도인의 과실 방조 책임에 관하여 동일한 법적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유형의 사기이든 간에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①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②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범죄 예건가능성이 높으면 계좌명의자의 손해배상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 대가를 받고 통장을 양도한 경우 -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하여 언론 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그 범행 구조상 대포통장이 필수적으로 이용된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공지된 사실에 가깝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대가를 받고 통장을 양도한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예견가능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피고 스스로 접근매체를 교부하기 전 "요즘 사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사기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는 등 불법적 목적에 사용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신원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 성명불상자에게 공동인증서를 포함하는 접근매체 등을 그대로 전달한 점을 들어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5. 11. 27. 선고 2024나214991 판결)
수원지방법원은 "2000년대부터 전화금융사기 범죄가 기승하기 시작하였고, 구조적으로 그 범행이 접근매체의 양도행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2008. 12. 31.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의 양도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기에 이르렀는데, 그 후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기승하는 전화금융사기 범죄의 현실, 그 양산 형태와 구조, 이를 막고자 하는 정부의 계도와 언론보도, 그에 따라 일반인의 인식 정도도 상당히 향상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자신이 양도한 접근매체가 사기 범행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여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나64556 판결)
나. 투자 사기 관련 책임을 인정한 사례
신원이 불명하지 않은 자에게 넘겨주거나 통장을 넘겨주는 것을 넘어 범죄조직을 도와준 경우
울산지방법원은 피고가 암호화폐 투자리딩 사기 범죄조직원을 도와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그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건네준 사안에서, 예견가능성 기준을 적용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23. 4. 11. 선고 2022나15144 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피고가 불특정 다수의 대포통장을 모집·관리하면서 투자 사기 피해금이 입금되면 이를 인출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 사안에서, 형사재판에서 사기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채용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 10. 12. 선고 2022가단249601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피고 법인의 대표이사가 대출중개인으로부터 계좌개설 및 접근매체 양도 요청을 이미 받았음에도 계좌 개설 당시 이를 고지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고지한 사안에서, 이러한 부작위가 성명불상자들에게 통장 등 접근매체를 대여하고 비정상적인 금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과 다름없다고 하여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 1. 14. 선고 2024가단126854 판결)
대전지방법원은 피고가 접근매체가 불법행위에 이용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성명불상자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3가단232417 판결)
금전을 출금하여 전달한 경우
피고가 통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금된 돈을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출금하여 전달하기도 한 사안에서, 이례적인 방법으로 수회에 걸쳐 바로 인출하여 전달하는 것이 적법한 대출을 위한 것이 아닌 범죄행위의 과정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18. 12. 19. 선고 2017가단525803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
다. 투자사기에 연루되었지만 책임이 부정되는 사례
서울고등법원(인천)은 투자 사기에 이용된 통장의 명의자인 피고에 대하여, 피고가 해당 통장을 직접 양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양도인으로 보더라도 원고에 대한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예견하면서도 양도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하여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여부가 곧바로 그 접근매체를 이용한 다른 사기범행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인천) 2024. 12. 19. 선고 2024나12475 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피고들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적법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는 있으나, 그 역시 모두 대출 자체와만 관련된 것으로서 피고들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하여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 6. 21. 선고 2023가단101996 판결)
라. 가상화폐(비트코인) 대리구매 유형으로 책임을 부정하는 사례
제주지방법원은 피고가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비트코인 대리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사안에서, "이 사건 당시까지 접근매체를 양도받아 조직원이 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수료 지급을 조건으로 비트코인 대리구매를 요청하여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취득한 금원을 인출·은닉하는 방식의 범행은 아직 언론이나 수사기관을 통하여 알려진 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예견가능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제주지방법원 2019. 8. 26. 선고 2018가단56062 판결)
마. 대출사기에 속아 통장을 교부한 경우는 책임을 부정하는 경향
피고가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전달하였고,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취득하지 않은 사안에서, 피고가 통장 등을 교부할 당시 그것이 전화금융사기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또한 피고의 통장 등의 전달로 인하여 원고가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돈을 이체하기에 이른 것이 아니라 피고 명의의 계좌는 원고가 이미 성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하므로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28. 선고 2017나39855 판결 손해배상(기))
피고들이 마이너스통장 개설 등을 해준다는 성명불상자의 말에 속아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내준 사안에서, 피고들이 얻은 이익이 전혀 없고 피고들 역시 성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한 점 등을 이유로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20가단520693 판결 손해배상(기))
피고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안에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접근매체를 교부할 당시 그것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이를 보내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21. 11. 2. 선고 2020가단315105 판결 손해배상(기))
피고들이 계좌 개설 시 '통장·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을 들었음을 확인하는 서명을 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피고들이 접근매체를 제공할 당시 그것이 보이스피싱 범행과 같은 불법행위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7. 선고 2014가단248121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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