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휴대전화 하나 빌려준 일이 형사사건이 되는 순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은 피의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휴대전화나 유심을 잠깐 빌려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지인이 부탁해서 개통해줬고, 실제로 그 전화가 어디에 쓰였는지는 몰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스미싱, 성매매 광고, 중고거래 사기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범죄조직이 타인 명의 휴대전화나 유심을 이용해 연락망을 만들고, 광고를 올리고, 피해자와 통화하고, 인증번호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대전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 인프라를 제공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 타인의 통신용 제공은 단순 명의대여보다 넓게 본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쉽게 말하면 본인이 이용할 목적으로 개통한 통신서비스를 다른 사람의 통신 수단으로 제공하는 행위가 문제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은 휴대전화, 유심, 선불폰, 인터넷 회선, 문자 발송용 회선이다. 본인 명의로 개통한 뒤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유심만 전달하거나, 일정 대가를 받고 여러 회선을 개통해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본인이 직접 범죄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통신수단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되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용 허락이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제3자에게 반복적이지 않은 정도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 등 예외도 두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일시적으로 전화를 빌려준 사정과, 대가를 받고 유심을 넘긴 사정은 다르게 평가된다. 결국 수사는 제공 경위, 반복성, 대가성, 사용 목적 인식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 보이스피싱과 연결되면 사건의 무게가 달라진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해당 휴대전화나 유심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경우다. 이때 수사기관은 단순히 유심을 넘긴 행위만 보지 않는다. 피의자가 범죄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여러 개의 회선을 개통했는지, 개통 직후 곧바로 타인에게 넘겼는지,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본인은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분증을 보내고,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유심을 택배로 보내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수사기관은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텔레그램 대화, 계좌 입금 내역, 택배 송장, 개통 서류가 남아 있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훨씬 약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외에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다른 혐의가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휴대전화 하나 빌려줬다고 생각했는데 수사기록에는 조직범죄의 일부 역할로 기재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초기 대응에서 사건의 범위를 좁히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 반복 개통과 대가 수령은 불리한 정황이 된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반복성과 대가성이다. 한 번 지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사안과, 여러 차례 휴대전화나 유심을 개통해 넘긴 사안은 전혀 다르다. 회선 수가 많을수록, 개통 직후 곧바로 타인에게 전달될수록,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대가를 받을수록 불리하다.
또한 본인이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개통 직후 통화내역이나 문자내역이 없고, 곧바로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었거나, 범죄에 사용된 계정 인증에 쓰였다면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제공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통신기록은 생각보다 말이 많다. 피의자가 침묵해도 기지국 기록과 개통 내역이 대신 말한다.
방어를 위해서는 왜 개통했는지, 누구에게 어떤 설명을 듣고 넘겼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사용 목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몰랐다고만 하면 부족하다. 몰랐다는 말이 설득되려면 당시 사정이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 초기 진술에서 범죄 인식 여부를 정확히 정리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은 피의자가 대수롭지 않게 조사에 응했다가 사건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를 빌려준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이후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몰랐다는 취지로 말해야 할 사건에서, 별생각 없이 돈 받고 넘겼다는 식으로 진술하면 범죄 인식이 있었던 것처럼 기록될 수 있다.
반대로 객관자료상 개통과 전달 사실이 명확한데도 전부 모른다고 부인하면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 사건은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어야 한다. 개통 사실, 전달 사실, 대가 수령 여부, 사용 목적 인식 여부, 범죄 이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각각 별개의 쟁점이다.
특히 휴대전화 포렌식, 계좌추적, 통신자료 조회가 예정되어 있다면 조사 전에 관련 기록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누구와 연락했는지, 어떤 문구로 제안받았는지, 받은 돈의 명목이 무엇이었는지, 유심이나 휴대전화를 어떻게 전달했는지가 모두 중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은 말보다 기록이 먼저 움직인다.
◆ 휴대전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의 문제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에서 핵심은 결국 본인의 역할이다. 단순히 지인의 부탁을 받아 일회적으로 빌려준 것인지,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회선을 제공한 것인지,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사정을 알고도 넘긴 것인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사건과 연결된 경우에는 선처를 주장하려면 단순 반성만으로 부족하다. 제공 경위, 범죄 인식 부재, 취득한 이익의 규모, 피해 발생과의 거리, 재범 가능성 차단 조치까지 정리해야 한다. 사용 중인 회선 해지, 관련자와의 연락 차단, 부당 이익 반환 노력도 양형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와 유심은 요즘 범죄에서 칼이나 도구처럼 쓰인다. 본인은 빌려줬다고 생각했지만, 수사기관은 범죄에 필요한 통신수단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작게 볼 일이 아니다. 본인이 무엇을 알고,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정확히 나누어 설명하는 것, 그 지점에서 방어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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