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모욕죄의 이해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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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모욕죄의 이해와 대응 

박상석 변호사

학교폭력으로 번진 모욕죄, 장난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말은 대단히 거창한 표현이 아니다. 단체 채팅방에 올린 조롱, 교실에서 여러 학생이 듣는 가운데 한 욕설, SNS 댓글에 남긴 비하 표현, 친구들끼리 웃자고 만든 별명 하나가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 입장에서는 장난이었다고 말하지만, 학교와 수사기관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성립한다. 여기서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모욕은 구체적 사실을 말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표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특정 학생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단톡방 욕설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모욕죄가 자주 문제 되는 장소는 교실보다 단체 채팅방이다. 학생 몇 명이 있는 카카오톡방, 인스타그램 스토리, 댓글, 익명 게시판, 게임 채팅방에서 특정 학생을 향해 모욕적 표현을 한 경우다. 가해 학생 측은 친한 친구들끼리만 한 말이라고 주장하지만, 단톡방에 여러 명이 있었고 그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공연성이 문제 될 수 있다.

특히 피해 학생의 이름, 사진, 별명, 학년·반 등으로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다면 특정성도 인정될 수 있다. 실명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같은 반 학생들이 보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표현이라면 모욕죄 검토 대상이 된다. 학교 안에서는 별명 하나만으로도 특정되는 경우가 많다. 좁은 사회라서 그렇다. 법적으로도 꽤 좁다.

다만 모든 욕설이나 불쾌한 표현이 곧바로 모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표현이 나온 경위, 당사자들의 관계, 대화의 맥락, 사용된 표현의 수위, 당시 상황을 종합해 판단한다. 서로 말다툼을 하던 중 우발적으로 나온 표현인지, 특정 학생을 반복적으로 조롱하기 위해 만든 표현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 학폭위와 형사절차는 별개로 진행될 수 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학교 절차와 형사절차가 별개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 측이 학교에 신고하면 학교폭력 사안조사가 진행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로 넘어간다. 동시에 경찰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당황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학교에서 사과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경찰 연락이 오거나, 반대로 경찰에서 큰 처분이 없을 것 같았는데 학폭위에서는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두 절차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사절차는 범죄 성립과 처벌 여부를 보고, 학교폭력 절차는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조치 필요성을 본다.

따라서 대응도 나누어야 한다. 형사절차에서는 공연성, 특정성, 모욕성, 고의가 핵심이고, 학폭위에서는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피해 회복 노력, 관계 회복 가능성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느 절차에서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달라진다.

◆ 캡처 자료 하나가 사건의 방향을 바꾼다

모욕죄와 학교폭력 사건은 증거가 비교적 명확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단체 채팅방 캡처, 댓글 화면, SNS 게시물, DM, 녹음파일, 친구들의 진술이 그대로 자료가 된다. 그래서 초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적인 해명이 아니라 자료 확인이다.

가해 학생 측에서는 전체 대화 맥락을 확보해야 한다. 피해 학생과 어떤 관계였는지, 그 표현이 왜 나왔는지, 피해 학생도 대화에 참여했는지, 서로 비슷한 표현을 주고받은 사정이 있는지, 이후 바로 사과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캡처 한 장만 보면 일방적 괴롭힘처럼 보이지만, 전체 대화 흐름을 보면 우발적 말다툼이었던 사건도 있다.

반대로 피해 학생 측에서는 모욕적 표현이 반복되었는지, 다른 학생들에게 공유되었는지, 그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생겼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모욕죄는 단어 하나만 보는 사건이 아니다. 그 표현이 피해 학생의 학교생활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함께 본다.

◆ 장난이었다는 진술은 가장 약한 방어다

학생 사건에서 가장 흔한 해명은 장난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생각보다 힘이 약하다. 장난이었다는 말은 가해 학생의 의도만 설명할 뿐, 피해 학생이 겪은 모욕감이나 주변 학생들에게 퍼진 효과를 지우지는 못한다.

정말 장난의 범위였다고 주장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평소 서로 같은 방식으로 농담을 주고받았는지, 피해 학생도 그 표현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정황이 있었는지, 특정 학생을 배제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는지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친해서 그랬다는 말은 부족하다. 친함은 면허증이 아니다.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프리패스가 아니다.

반성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인 사과문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 이후의 태도다. 게시물을 삭제했는지, 추가 공유를 막았는지, 피해 학생에게 직접 또는 절차를 통해 사과했는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학폭위에서는 이 부분이 조치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모욕죄 학교폭력 사건은 초기에 방향을 정해야 한다

모욕죄가 얽힌 학교폭력 사건은 작게 시작해 크게 번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단톡방 말다툼처럼 보였지만, 학교폭력 신고와 형사 고소가 함께 들어오면 학생의 생활기록부, 진학, 교우관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초기에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가해 학생 측이라면 먼저 표현의 수위와 공개 범위, 피해 학생 특정 가능성, 반복 여부를 정리해야 한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과장된 부분이나 전체 맥락과 다른 부분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피해 학생 측이라면 단순히 기분이 나빴다는 수준을 넘어, 해당 표현이 어떻게 퍼졌고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학교폭력과 모욕죄가 함께 문제 되는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싸움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표현, 맥락, 전파 가능성, 피해 정도를 정확히 나누어 보는 일이다. 말 한마디로 시작된 사건이라도 기록으로 남으면 절차는 훨씬 무거워진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누가 더 크게 억울하다고 말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이 어떤 자리에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증거로 설명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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