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뺑소니(특가법 도주치상), 사고후미조치죄로 처벌받기 위하여는 자신이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매우 경미한 사고였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거나 하는 사정으로 사고의 발생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운전하였을 수도 있고, 이 경우 사고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다투게 됩니다.
물론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사고를 미필적으로라도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판례도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검토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수원지방법원 2022고단6483 판결
‘스쳐 진행(측면접촉)’ 형태의 사고에 대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정을 실시한 결과, 그 충격력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유발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 사례가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12. 6. 선고 2022고단6483 판결).
위 판결에서 법원은 사고 당시 ‘피해자 차량은 흔들리는 정도의 충격이 있었으나 피고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량의 흔들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고인의 사고 미인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도주의 고의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구호를 필요로 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거나 교통상의 위험 또는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의 차량이 편도 5차로 중 2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1차로에서 신호대기 후 좌회전을 시작하던 피해자의 차량 우측 앞 범퍼 부분을 피고인의 차량 좌측 뒤 범퍼 부분으로 충격한 것인데,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 차량이 흔들리는 정도의 충격은 있었으나 피고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량의 흔들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사고 직후 피고인이 좌회전을 하던 중에 교차로에서 잠시 정차한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은 '사고를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아니라 우측에서 버스와 택시가오고 있어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조심히 가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당시 피고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의 오른쪽 차로에서 택시가 좌회전을 하고 맞은편에서 버스가 우회전을 하고 있어 피고인이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3) 또한 사고 직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기다리라고 소리치고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린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평일 아침 출근시간이었고 사고 장소는 편도 5차로의 수원역 교차로로 많은 차량이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소리나 경적 소리를 인지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사고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을 추격하여 정차한 후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보험사에 연락을 하였는데, 당시에는 주로 교통사고의 과실 및 보험처리 여부가 문제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출동 경찰관 또한 이 사건 사고를 이른바 '뺑소니'로 처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은 당시 경찰관이 사고 여부를 확인한 후 각자 보험처리를 하라고 말하고 돌아갔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는 사고 5일 후에 이 사건 사고를 '뺑소니'로 다시 신고하였다). 위와 같은 사고 이후 정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구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5) 피해자는 요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제출하였으나, 이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감정 결과 및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상해발생이 낮은 수준의 사고 유형 중 '스쳐 진행(측면접촉)하면서 스크래치가 발생된 사고' 유형과 유사한 충돌 형태로서 이 사건 사고로 발생되는 충격력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유발할 정도로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6) 피고인 차량과 피해자 차량의 각 충격부위에는 긁히거나 칠이 벗겨진 흔적은 있으나 다른 파손 흔적은 없었고, 그 결과 사고 직후 도로에 사고로 인한 비산물은 없었으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차량의 수리비는 818,758원(부가가치세 제외)이 나왔고 그 중 공임이 496,658원을 차지한다.
3.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고정543 판결
법원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고인에게 사고 당시 자신의 신원이나 상태가 밝혀지는 것을 피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나 동기가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사고 미인식을 인정하였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4고정543 판결).
4) 한편 C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 편도 4차선 도로 중 4차로에 정차한 후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손을 들어 이 사건 승용차 운전자에게 멈추라고 손짓을 하여 이 사건 승용차 운전자가 자신의 손짓을 볼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 사건 승용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승용차와 상대 차량의) 접촉소리가 들렸고, (곧바로 정차하여) 이 사건 승용차 우측 후사경(사이드미러)이 접혀진 사실을 확인한 후 전동으로 위 후사경을 다시 작동시켜 상대 차량을 살펴보았으나 비상등이나 방향지시등을 점멸하는 등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다른 차량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고, 충정로사거리에서 재차 신호대기를 하다가 좌회전하면서 위 후사경을 통하여 재차 살펴보았음에도 상대 차량이 보이지 않아 상대 차량 운전자도 가벼운 접촉사고로 판단하여 자신을 따라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진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진술이 상반되는 데다가,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두 차량의 접촉으로 인한 충격음, C이 운전석 창문을 여는 소리와 혼잣말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는 반면, C이 이 사건 승용차 운전자를 향하여 무언가 말하는 소리는 전혀 녹음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고, 이 사건 승용차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며,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등 피고인에게 사고 당시 자신의 신원이나 상태가 밝혀지는 것을 피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나 동기가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C이 운전한 피해 차량의 위치나 물적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하였음에도 의도적으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도 어렵다.
4. 창원지방법원 2024고정171 판결
도주할 ‘특별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사정은 도주 범의를 부인하는 중요 정황으로 복수의 사례에서 인정되었습니다.
5) 이 사건 사고는 저녁 시간에 발생하였고, 사고 현장은 차량의 통행이 빈번한 교차로였으며, 피고인이 음주상태였다고 볼만한 정황도 기록상 나타나지 않는다. 피고인의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였는바, 피고인에게서 사고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도주할 특별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
5. 결어
저는 이처럼 뺑소니 사건을 다루어 본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무죄가 나온 판례들을 분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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