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기 직전에 유언으로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을 처분해서 쓰라”고 말하고 사망한 경우, 그 사람의 유언대로 상속재산을 처분해서 사용한 사람은 과연 “범죄행위로 처벌받을까요?”
처분한 사람이 상속인이었다면 자신이 상속받을 재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일 상속인이 아니라면, 즉, 가족이 아닌 제3자이거나, 가족이더라도 상속인의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여러 가지 사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살던 아내의 경우에는 남편이 사망한 후, 남편의 전처 소생의 자녀들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 한 사건이 바로 그런 사례였는데요. 전처 소생의 딸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던 새어머니를 횡령죄로 고소했는데, 1심에서는 무죄로 선고되었다가, 2심에서는 유죄판결로 뒤집어졌고, 다시 3심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이 난 사건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판결이 엎치락뒤치락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A씨는 2004년 전 부인과 사별한 남자 B를 만나 동거하면서 혼인신고는 하지 못하고 10년간 사실혼관계로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 B가 간암진단을 받고 입원하게 되자, B는 A씨에게 “그동안 고생많았다. 내 재산이라고는 트랙터와 승용차 2대뿐인데, 내가 죽고 나면 이걸 팔아서 당신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말하고, 이어 남편 B는 차량매매상인에게 전화하여 “내가 죽으면 내 차 3대를 팔아서 돈을 A에게 주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B는 자신의 인감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A씨를 통해 차량매매상인에게 전달하였고, 한 달 뒤에 B는 사망하였습니다.
B가 사망한 다음날 차량매매상인은 차량 3대를 팔아서 A씨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였고, A씨는 위 돈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후 B의 전처 소생이자 유일한 상속인인 B의 딸이 찾아와 “아버지의 트랙터와 차량 2대를 유일한 상속인인 내가 가져 가겠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딸은 더욱이 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나, 이를 거절하여 결국 간이식을 받지 못한 아버지가 사망에 이르렀던 것이고,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제야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가지려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A씨는 B의 딸에게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하였으나, B의 딸은 “아버지가 유언장을 쓴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하면서 A씨를 횡령죄로 고소하였습니다.
A씨 사건을 맡았던 1심 법원은 “망인인 B가 생전에 차량매매상인에게 차량의 매도를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A씨가 망인으로부터 차량대금을 증여받은 것이므로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2심 법원은 “차량매도에 대한 망인의 위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위임은 민법 제690조 ‘위임은 당사자 한쪽의 사망이나 파산으로 종료된다’는 법조항에 의해 망인의 사망으로 종결된 것이므로, 망인의 상속재산인 차량들은 망인의 유일한 상속인인 딸에게 전부 상속되었다. 따라서 A씨나 차량매매상인은 망인의 차량들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횡령죄에 해당한다”라고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A씨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2심의 유죄판결을 뒤집어 “이 사건 차량처분대금은 망인이 A씨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A씨가 이를 승낙함으로써 망인과 A씨간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에게는 차량대금을 A씨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망인의 상속인인 딸이 차량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이와 동시에 망인의 딸은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이 A씨에게 부담하는 의무도 함께 승계한 것이다. 따라서, A씨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무죄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 사건은 형사사건으로서, 형사상 범죄가 성립하려면 그 입증책임을 검사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남편 B가 A씨에게 증여했다고 볼만한 정황들, 즉, B의 유일한 상속인인 딸이 간이식을 거절했던 점, 평소 B와 딸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왕래가 전혀 없었던 점 등으로 볼 때, A씨가 남편 B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B가 스스로 A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위 사례가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진행되었다면, A씨는 딸이 제기할 ‘부당이득반환소송’에서 과연 승소할 수 있었을까요? 민사소송의 사례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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