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호사 윤형주 입니다.
문득 예전에 진행했던 무료 법률 상담 시간이 떠오릅니다. 당시 정말 많은 분이 찾아주셨는데, 놀랍게도 상담에서 10건에 7~8건은 바로 '모욕죄' 관련 질의였습니다. 그만큼 우리 일상 속에서 타인과 주고받는 말 한마디가 법적인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뜻이겠지요.
특히 인터넷 공간이나 비대면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거친 표현을 쓰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 경찰에서 연락이 오거나 경찰에 신고한다고 협박을 받았을 때 당혹감과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전과가 남으면 어쩌나', '단순히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인데 이게 정말 죄가 될까'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수행했던 모욕죄 관련 무죄 사례와 함께 모욕죄의 모호한 경계를 명확히 짚어보고, 억울한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모욕죄, 법은 무엇을 모욕이라고 부르는가?
가장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법이 정한 모욕의 정의입니다. 대법원은 모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2229 판결)
하지만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보충적인 기준을 더해 표현의 자유도 보호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2229 판결, 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7370 판결 등 참조)
외모에 대한 비판, 과연 모욕죄가 성립될까?
그렇다면 외모에 대한 비하는 어떨까요? "외모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외모를 언급한 표현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꽤 많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3. 6. 7 선고 2023고정186 판결: ‘못생긴’, ‘쌍판때기’라는 표현은 생김새가 보통에 미치지 못한다는 표현에 불과하여 욕설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5. 27. 선고 2015고정818 판결: '얼굴에 요상한 장치를 낀 경박하게 생긴 아줌마'라는 표현은 피해자의 외모나 태도에 대하여 무례하게 표현한 정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하지만 외모를 비하한 표현을 두고 모욕죄라고 판단한 사례도 분명히, 그리고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국 단어 하나만으로 성립 여부를 일도양단식으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발언의 경위와 표현 방법, 두 사람의 관계 등을 입증 가능한 자료와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해야만 억울한 결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인민군 같다는 표현은 유죄? 무죄?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발언은 외형이 인민군 같다는 취지의 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상대방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기소되어 큰 고통을 겪고 계셨습니다.
'인민군 같다'는 표현 그 자체만으로는 이것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결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욕죄는 단어 한마디의 사전적 의미보다, 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경위와 맥락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사건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짚어내며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나갔습니다.
저는 이 사건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짚었습니다.
표현의 대상과 맥락 분석: 해당 발언은 상대방의 인격이나 외모 자체를 비하하려는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상대방이 입고 있던 특이한 '옷차림'에서 받은 주관적인 인상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악의성의 부재 입증: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는 악의적인 목적이 없는, 상황에 따른 우발적인 의견 표명이었음을 설명했습니다.
법리적 대응: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근거로, 해당 표현이 상대방을 다소 불쾌하게 할 수는 있어도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정도의 혐오스러운 수준은 아님을 치밀하게 입증해냈습니다.
결 론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반영하여, 결국 해당 발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모욕죄는 그 판단 기준이 매우 섬세하고 주관적입니다.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면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사건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줄 수 있는 조력자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