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호사 윤형주입니다.
얼마 전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세 시장이 위축되면서 선량한 임대인분들조차 본의 아니게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분노케 했던 '빌라왕' 사건처럼 무책임하고 악질적인 전세사기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세 시장에 대한 불신이 선량한 임대인을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보증금 반환이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사기꾼' 취급을 받게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기'가 성립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소를 진행했다가 결국 '불송치' 결과를 마주하고 허탈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고소인의 입장에서도 결국 불송치로 끝날 사건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고소하는 것은 또다른 피해만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전세사기 범죄와는 결이 다른, 안타까운 사정으로 고소당했던 임대인의 사례를 통해 '사기'와 '사고'의 차이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
상황 분석
의뢰인은 다가구 주택에서 임대업을 성실히 운영해 오던 평범한 임대인이었습니다. 소위 '무자본 갭투자'를 일삼는 빌라왕들과 달리, 본인의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관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자, 불안해진 임차인들은 의뢰인을 '전세사기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소인은 직접 주택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보증금 합계액을 조사하였고,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고지했던 보증금 합계액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고소인은 이를 기망행위라고 주장하며 의뢰인을 고소하였습니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숫자와 실제 숫자에 50%이상 차이가 있어 의심받기 좋은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사기이고 무엇이 아닌가
✅ [원칙] 담보가치가 충분하다면 사기가 아닙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속이지 않는 한, 보증금이 주택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사기로 보지 않습니다.
임차보증금이 주택의 담보가치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할 때 적극적으로 임차인을 기망하였다는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임대인이 주택 이외에는 별다른 자력이 없다는 사정은 임차보증금의 반환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평가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2. 23. 선고 2015고단4130 판결
⚠️ [예외] 사기가 성립하는 '특수한 사정'들
반면, 최근 소위 '빌라왕' 사건처럼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면 부동산 가액이 보증금보다 크다고 하더라도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4. 1. 11. 선고 2023노2619 판결 참조).
무자본 갭투자: 자기자본 없이 100채 넘는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
유동성 위기 방치: 거래비용 등으로 인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험을 방치한 경우.
다른 부동산의 부실: 다른 소유 부동산이 이미 과도한 근저당 채무를 부담하고 있거나 이미 타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처분의 어려움: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인해 4~8년간 처분이 어려워 단기간 내 보증금 마련이 불가능한 경우.
'빌라왕'과는 다른 의뢰인의 진실
의뢰인이 전세사기로 의심받은 사유는 크게 하나, 고지한 보증금 총액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고소인이 제시한 수치와 의뢰인의 기록이 왜 달랐는지 면밀히 대조했습니다. 의뢰인이 다가구 주택을 관리하며 중간에 퇴거한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내역을 장부에 즉시 업데이트하지 못했거나, 갱신 계약 시 변경된 금액을 혼동하는 등 관리상의 허점이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임차인을 속이려는 '기망'이 아니라, 다가구 주택을 관리하며 발생한 '단순 행정적 착오'였음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이 받아들어져 결국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결 론
전세사기인지 단순한 경제적 사고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 없이 진행되는 무분별한 고소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임대인은 억울한 형사 처벌의 공포에 시달려야 하고, 임차인은 법적 실익 없는 싸움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보증금 회수 계획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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