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입니다.
최근 구인 사이트에서 "사무보조", "어드민", "데이터 정리" 등의 명칭으로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했다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흔히 보이스피싱 하면 직접 전화를 걸거나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사 현장에서는 서류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단순 사무 업무를 수행한 사람에게까지 공범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률사무소 유(唯)에 의뢰주신 분의 사례를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보호를 위해 다소 각색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상담자는 구인 앱에서 "무역회사 경리보조"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채용되었습니다.
인문계 전공으로 무역이나 회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월급이 괜찮아 지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입사 후 회사는 정상적인 무역 법인처럼 보였습니다.
사무실에 사업자등록증이 걸려 있었고 거래처와의 통화도 오갔으며 실제 세금계산서가 오가는 환경이었습니다.
상담자는 사장과 실장의 지시에 따라 거래처별 입출금 정리·매출 자료 취합·거래명세서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였습니다.
실장의 지시로 실제 거래가 없는 업체의 세금계산서를 양식에 맞춰 정리하는 업무가 추가되었습니다.
금액과 거래처는 이미 사장과 실장이 정해둔 상태였고 상담자는 해당 내용을 엑셀에 입력하고 출력하는 작업만 수행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꼈으나 "원래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는 실장의 설명을 믿었고 다른 직원들도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별도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국세청 세무조사를 거쳐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사장과 실장은 "경리 직원이 알아서 처리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결국 상담자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및 문서위조 혐의의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인데 범죄의 공범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단순 사무직에게 적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혐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문서위조·행사(형법 제231조·제234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사기 공범(형법 제347조)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기본입니다.
피해 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계된 경우에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이 추가되며,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범죄단체 가입·활동죄(형법 제114조)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개별 혐의만으로도 실형이 가능한 법정형이며 혐의가 경합되면 양형은 더욱 가중됩니다.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러한 사안에서 가장 흔한 항변은 "그게 범죄인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르고 가담한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정말 몰랐는가"를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어떤 경위로 입사했는지,
업무 내용의 의미를 인지할 수 있었는지,
해당 범죄로 인한 이익이 본인에게 돌아왔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위 상담 사례에서 상담자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고 정해진 월급 외에 어떠한 추가 이익도 없었으며 거래의 성사 여부가 본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고의성을 다투는 데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류 작성에 관여한 사실 자체는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어떤 맥락에서 소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상급자가 책임을 하급 직원에게 전가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초기 대응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이런 구조는 보이스피싱에서도 동일합니다.
위 사례는 허위 세금계산서 구조이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단순 사무보조"·"물류 관리"·"고객 상담" 등의 명목으로 채용한 뒤 실제로는 대포통장 관리·현금 정리·자금 이체 등의 업무를 시키는 구조입니다.
채용 당시에는 정상적인 업체처럼 보이고 급여도 정기적으로 지급되기에 본인이 범죄 조직의 일부라는 인식 없이 상당 기간 근무하게 됩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조직 상층부는 예외 없이 "말단 직원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 공범으로 입건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채용 공고만으로 해당 회사가 정상적인 업체인지 범죄 조직인지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업무 내용에 비해 급여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통장이나 계좌 관련 업무가 포함된 경우,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이러한 구조에 연루된 것을 인지하셨거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으신 경우라면 초기 단계에서의 법률 조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특히 상급자가 책임을 전가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본인의 역할과 인식 수준을 객관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조기에 확보하고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법률사무소 유(唯) 대표변호사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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