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대 신고, 꼭 부모의 학대 사건만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부산 법률사무소 보우의 김민규 형사법 전문 변호사입니다.
'아동학대'라고 하면 보통 부모님이 아이를 학대하는 행위만을 생각하지만, 실제 상담을 해보면 학교 선생님이 훈계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웹툰 작가 주호민씨 사례), 자녀와 다른 아이가 다투거나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서 부모들 간의 싸움으로 번져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힘들텐데, 그 때문에 고소까지 당한다면 정말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투거나 다른 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여 상대방 부모에게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상대방 아이의 부모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 신고를 당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도 그런 사건이었는데, 해당 사건에서 의뢰인은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바탕으로 아동학대 혐의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아래 사건이 있었던 당시에는 아동학대가 '아동복지법 위반'에 해당하였지만, 최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대한 특례법'이 신설되었습니다).
2. 사건의 경위
먼저, 고소인이 우리 의뢰인을 고소하기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의 자녀(A로 지칭)와 상대방 자녀(B로 지칭)는 같은 아파트에 살며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우였습니다.
-의뢰인 말씀에 따르면 B는 어린이집에서 A에 대한 따돌림을 주도하고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A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학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감정이 좋지 않았던 의뢰인은 다른 학부모인 C에게 답답함을 호소하였고, B의 모친에게 전화하여 'B가 A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B도 초등학교에 가서 오히려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으니 잘 교육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며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B의 부친(고소인)은 ' 1. 피고소인(의뢰인)이 C에게 "B에 대해서 살인충동을 느낀다"라고 말하여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2. 또, 피고소인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등원 버스를 기다리던 중 B에게 "초등학교 들어가면 왕따 당한다."라고 강압적으로 말하여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으로 의뢰인을 고소하였습니다.
3. 사건 쟁점의 정리
저는 처음 의뢰인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아래와 같이 쟁점을 정리하였습니다.
-1항 : 의뢰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C의 전언 뿐이어서 증거가 부족하다. 또한, 증거가 명확하다 하더라도 피해아동이 아닌 제3자에게 피해아동에 관해 과격한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서적인 학대가 되기는 어렵다.
-2항 : 이 또한 당사자에 가까운 B의 모친의 증언을 제외하고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4. 1항 관련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뢰인은 C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가 욕 잘하고 살인충동 느끼는걸 보고 내가 싫어졌느냐"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증거가 존재했습니다.
저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만으로는 '누구에 대한' 살인 충동을 이야기하는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대화의 맥락을 보면 그 지칭 대상이 피해아동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초에 피해아동을 향해 한 말이 아니므로 정서적 학대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하고(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이 경우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문제되는데(동법 제17조 제5호), 고소인의 고소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의자는 피해아동에게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한 것이 아니어서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이나 정상적 발달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의뢰인이 C에게 했던 말의 워딩과 고소인이 고소장에 기재한 워딩이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 C가 전언 과정에서 과장을 덧붙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지적했죠.
5. 2항 관련
저는 의뢰인이 B의 모친에게 전화통화로 '교육을 잘 시켜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으므로, 마찬가지로 피해아동에게 말을 하지 않아 아동학대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고소인 측은 의뢰인이 피해아동이 있는 자리에서 그러한 말을 했다고 주장하였고, 등원을 기다리는 시간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시간과 장소를 특정했죠. 양측 다 명확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우리 의뢰인도 통화내용을 녹음하지는 않았던 거죠. 이에, 저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평소 같은 시간에서 등원을 시키는 다른 학부모들의 증언을 확보하여 경찰에 제출하였습니다. 다른 학부모들은 특별히 두 사람과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 제3자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6. 무혐의 불기소처분
그 결과 검찰은, 1항에 대하여 제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지칭 대상 불명확, 전언 과정에서의 과장)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하였습니다.
검찰은 2항에 대하여도 다른 학부모들의 증언에 비추어 의뢰인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불기소 처분 하였습니다.
7. 형사사건 대응의 핵심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내지 무죄를 다투기 위한 대응방식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는, 법리적으로 의뢰인의 행위가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여, 고소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범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법리적 변론).
둘째는, 범죄의 증명은 수사기관에서 하여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고소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고소인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입니다(사실관계에 관한 변론).
위 사례는 위 두가지가 모두 활용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둘 중 한가지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컨대, 증거가 명확한 경우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변론을 할 경우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양형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고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단순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행위가 법리상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 반대로 피의자에게 유리한 제3자 진술이나 자료는 무엇인지 차분히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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