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영업금지 가처분,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
약국 영업금지 가처분,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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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영업금지 가처분,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 

맹조영 변호사

분양받을 때 분명히 "이 상가에서 약국은 이 호실만"이라고 했습니다. 분양계약서에도 적혀 있고, 관리규약에도 업종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건너편 호실에 어느 날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더니 약국 간판이 올라갑니다.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면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만 돌아옵니다. 한 달째 근처 병원에서 넘어오던 처방전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과거 대형로펌 재직 당시 위와 같은 약국 영업금지 가처분 사건을 검토하였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약국 쪽에서 가장 힘들어하시는 건 단순히 이번 달 매출이 줄었다는 게 아닙니다.

약국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업종입니다. 약사 인건비, 임대료, 약품 재고 유지비는 처방전이 반으로 줄어도 그대로입니다. 매출이 절반 나면 수익은 절반이 아니라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고정 환자가 한번 새 약국으로 옮기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그 사이에 빠져나간 환자와 무너진 수익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처분으로 일단 멈출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실무에서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약국 영업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핵심 쟁점을 정리하고,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가처분이 필요합니까

재판은 빨라야 수개월, 길면 1년이 넘습니다. 아울러 상대방이 항소나 상고를 하게 되면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약국의 피해는 그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처방전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빠른데, 고정비는 매달 나갑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국은 매출이 줄어도 비용이 같이 줄지 않는 구조여서 손해가 월 단위로 쌓입니다. 몇 달이면 수천만 원, 1~2년이면 억 단위 피해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가처분은 이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본안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법원이 "일단 저 호실에서 약국을 열지 마라"고 임시로 명령하는 것입니다.

다만 법원이 이걸 쉽게 내리지는 않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영업을 통째로 멈추라는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이런 가처분은 채무자의 고통이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6. 7. 4.자 2006마164,165 결정).

법원이 보는 건 두 가지입니다.

상대방의 영업을 금지할 권리가 있는지(피보전권리), 그리고 본안 재판까지 기다리면 안 될 만큼 급한지(보전의 필요성).

영업을 금지할 권리, 근거에 따라 다릅니다

분양계약서에 업종이 적혀 있으니 당연히 막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근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법리 구성이 달라지고, 결론도 달라집니다.

분양계약에 업종이 지정되어 있을 때

실무에서 가장 많이 보는 구조입니다.

건축주가 상가를 지으면서 점포별로 업종을 정해 분양한 경우, 그 약정을 어기고 같은 업종으로 영업하는 쪽에 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수분양자 지위를 양수한 사람이나 임차인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계약의 업종제한을 묵시적으로 수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판시했고, 이런 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42540 판결).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묵시적으로 수인, 동의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어 다툼이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편, 약국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임대만 주고 있어도 청구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매출 감소가 결국 임대 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소유자에게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대법원 2009. 9. 21. 선고 2009마389 결정).

관리규약에 업종제한이 있을 때

이 쪽이 좀 더 복잡합니다.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규약이 적법하게 성립했느냐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뒤의 논의가 다 의미 없어집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관리규약의 설정·변경에는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이걸 못 채우면 규약 자체가 무효이고, 무효인 규약으로 영업금지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급심에서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청구가 기각된 사례가 있습니다.

정족수를 채웠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업종제한이 특정 호실 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예를 들어 기존 약국 독점영업권 조항을 삭제하거나, 새롭게 특정 호실의 업종을 금지하는 경우)에는 해당 구분소유자의 개별 승낙까지 받아야 합니다. 승낙 없이 통과된 규약 변경은 그 소유자에게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약국 사건에서 이 "특별한 영향" 논리로 규약 효력이 부정된 하급심 사례가 있습니다.

분양계약과 관리규약의 관계도 확인해야 합니다. 관리단이 규약을 제정하면서 업종제한 규정을 넣지 않았을 때, 이것이 "업종제한을 폐지하겠다는 의도"인지 "단순히 빼먹은 것"인지에 따라 분양계약상 약정의 존속 여부가 달라집니다. 전자라면 분양계약서에 뭐가 적혀 있든 약정은 소멸한 것이고, 후자라면 살아 있습니다. 관리단집회 회의록을 봐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영업양도 후 경업금지 약정이 있을 때

분양계약이나 관리규약과는 다른 구조입니다.

약국을 양도하면서 "이 상가에서 다시 약국을 열지 않겠다"고 약정한 경우, 또는 상법 제41조의 경업금지의무가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이 구조는 범위가 넓습니다. 직접 약국을 여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하는 것까지 금지됩니다. 대법원은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상태를 해소하려면 영업 자체를 폐지해야 하고,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양도해도 영업 실체가 남아 있으면 위반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37985 판결).

권리가 있다고 가처분이 자동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 유형의 사건을 검토해 보면, 피보전권리는 소명이 되는데 보전의 필요성에서 막히는 경우가 생각보다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은 별개의 독립된 요건이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해서 필요성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7. 4.자 2006마164,165 결정).

보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한 방법으로는, 이대로 놔두면 금전으로 메울 수 없는 손해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다. 약국 사건이라면 새 약국이 들어온 시점 전후의 처방전 수 변화, 월별 매출 추이, 고정 환자 이탈 규모를 숫자로 정리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국은 고정비 구조 때문에 매출 감소가 수익에 미치는 타격이 다른 업종보다 큽니다. 이 구조를 데이터로 보여주면 "금전배상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는 논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한편, 채권자가 이미 약국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 하더라도, 그 영업부진이 상대방의 업종제한 위반에서 비롯된 것이면 보전의 필요성은 인정됩니다(대법원 2009. 9. 21. 선고 2009마389 결정). "이미 영업을 안 하고 있으니 급할 것도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런 경우는 필요성이 부정됩니다.

영업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놓고, 본안소송에서는 영업금지를 청구하지 않고 손해배상금만 구한 사안입니다(대법원 2005. 4. 7.자 2003마473 결정). 법원 입장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가처분으로 "당장 멈춰라"를 구하면서, 본안에서는 "돈만 달라"고 하면 "진짜 급한 거 맞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가처분과 본안의 청구를 처음부터 일관되게 구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처분이 나오면 어떤 형태입니까

인용 결정의 주문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피신청인은 ○○ 점포에서 스스로 약국을 개설하여 영업을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약국을 개설하여 영업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접 개설뿐 아니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여는 것까지 막는 겁니다.

지금 확인하셔야 할 것

같은 상가에 약국이 새로 들어오고 있다면, 상대방과 감정적으로 부딪히기 전에 아래부터 정리하십시오.

분양계약서를 꺼내십시오. 업종제한 조항의 문언이 출발점입니다. 업종변경을 절대 금지하는 건지, 일정 절차를 거치면 허용하는 건지에 따라 청구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관리규약 원본과 의결 자료를 확보하십시오. 상대방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지점이 "규약이 적법하게 성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제정 당시 정족수, 서면결의 자료, 관리단집회 회의록이 관리단 쪽에 남아 있는지 빨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매출 변화를 숫자로 만드십시오. 새 약국 입점 전후의 처방전 수, 월별 매출, 고정 환자 수 변화. 약국의 고정비 구조(인건비, 임대료, 재고 유지비)와 함께 정리하면, "금전배상으로는 메울 수 없는 손해"라는 논증의 뼈대가 됩니다.

상대방의 입점 경위를 파악하십시오. 양수인이나 임차인이라면 업종제한을 알고 있었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중개 과정의 자료, 계약서 기재 사항을 확인할 수 있으면 유리합니다.

본안소송 전략을 먼저 세우십시오. 가처분만 따로 가면 안 됩니다. 본안에서 영업금지를 청구하지 않고 손해배상만 구하면, 가처분의 보전 필요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양계약서에 업종이 적혀 있으면 무조건 막을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상대방이 양수인이나 임차인인 경우에는 업종제한의 존재를 알았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상가 안에서 이미 여러 호실이 지정 업종과 다른 영업을 하고 있었다면, 업종질서가 무너져 있었다는 이유로 묵시적 동의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분양계약서 문언, 상가의 실제 운영 실태, 거래 경위를 종합해야 합니다.

Q. 관리규약이 없으면 방법이 없나요?

아닙니다. 분양계약상 업종제한 약정만으로도 청구가 가능합니다. 관리규약형은 "규약의 적법 성립"이라는 관문을 하나 더 넘어야 하는 반면, 분양계약형은 계약서 자체가 증거여서 구성이 단순한 편입니다.

Q. 약국을 직접 안 하고 임대만 주고 있는데, 제가 가처분을 낼 수 있나요?

됩니다. 대법원이 이 부분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소유자가 직접 영업하지 않더라도, 임차인 매출 감소 → 임대 조건 악화라는 손해가 예견되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임차인도 마찬가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관리규약이 무효라는 주장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실무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정족수 충족 여부, 의결 절차가 핵심인데, 이 자료가 관리단에 남아 있는지를 빨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자료가 없으면 규약의 효력부터 흔들리기 때문에 시간이 중요합니다.

Q. 가처분이 나왔는데 상대방이 안 지키면요?

간접강제를 신청합니다. 가처분 명령을 어기는 날마다 일정 금액의 제재금을 부과하는 절차입니다. 별도로 본안소송에서 영업금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것도 병행합니다.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집니다.

새 약국이 영업을 시작하고 처방전이 분산되면, 매달 수백만 원씩 손해가 쌓입니다. 고정 환자가 새 약국에 자리를 잡을수록 되돌리기 어려워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은 "이미 영업이 안정되었는데 지금 와서 멈추라는 건 가혹하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매출이 꺾이는 초기에 움직여야 보전의 필요성 소명이 유리합니다. 분양계약서 문언, 관리규약 적법성, 매출 감소 데이터, 이 세 가지를 어떤 구조로 묶어서 가처분 신청까지 가져갈지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맹조영 변호사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상가 업종제한 분쟁 분석부터 분양계약·관리규약 적법성 검토, 피보전권리 구성, 보전의 필요성 소명자료 정리,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 간접강제 신청, 본안소송 수행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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