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 확인해야 할 사항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 확인해야 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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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 확인해야 할 사항 

최염 변호사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를 받으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이렇게 묻습니다.

“이거 오면 이미 사건이 시작된 건가요?”
“저를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뜻인가요?”
“왜 지금 와서 이런 통지를 하는 건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에 ‘수사목적’이라고 적혀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내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했고 금융회사가 그 요청에 따라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미일 수 있으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금융실명법은 일정한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 금융회사 등이 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칙적으로 그 제공 사실을 명의인에게 사후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통보서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본인이 범죄의 당사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수사에서는 특정 자금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상대 계좌, 연결 계좌, 입출금이 오간 계좌가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즉, 직접적인 수사대상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고 대상으로 조회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통보서가 왔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떤 기관이 언제 어떤 범위의 정보를 받아 갔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금융실명법상 통보서에는 제공받은 자, 제공일, 사용 목적, 제공한 정보의 주요 내용 등이 포함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왜 몇 달 전에 조회해 놓고 이제서야 알려주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법은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통보를 바로 하지 않고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거나, 증거인멸·증인위협 등으로 공정한 사법절차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 또는 조사 절차를 방해하거나 과도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는 통보유예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일부 사유에 대해서는 6개월 범위의 유예와 추가 연장도 허용됩니다. 그래서 오늘 통보서를 받았다고 하여 오늘 처음 수사가 시작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 정보 제공일이 훨씬 앞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통보서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봐야 할까요.

첫째, 제공받은 기관입니다. 경찰인지, 검찰인지, 다른 수사기관인지에 따라 사건의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제공일입니다. 통보서를 받은 날짜와 실제 정보 제공일이 다를 수 있으므로, 시점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셋째, 제공 범위입니다. 단순 인적사항만인지, 계좌번호까지인지, 실제 거래내역까지 포함됐는지에 따라 상황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행령은 인적사항의 범위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증서번호 등 특정이 가능한 정보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넷째, 사용 목적입니다. 여기에 ‘수사목적’이라고 적혀 있다면 세무나 일반 행정 목적이 아니라 형사절차와 관련된 정보 제공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엄격하게 다루어집니다. 대법원도 범죄수사를 위해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거래명의자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법관의 영장에 의해야 한다고 본 바 있습니다. 물론 실제 사건에서는 어떤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확보되었는지에 따라 쟁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수사목적의 금융정보 조회는 임의적인 확인 정도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통보서를 받는 순간부터 대응의 질이 달라집니다. 괜히 놀라서 바로 수사기관에 전화해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기억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그때 아마 이런 거래를 했던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전달, 자금세탁 의심 거래, 도박자금 흐름, 지인 부탁으로 대신 송금한 내역, 가상자산 거래와 연결된 입출금처럼 계좌 흐름이 핵심인 사건은 작은 설명 하나가 사건 구조 전체를 바꿔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통보서를 보관해 두고, 통보서에 적힌 제공일 전후의 거래내역을 정리해야 합니다. 누구에게서 돈이 들어왔는지, 왜 나갔는지,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관련 메시지나 통화내역이 남아 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이 사안이 단순 참고 조회 수준인지, 피의자 조사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사기·전자금융범죄·도박·가상자산 관련 흐름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는지를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는 단순한 안내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 금융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다는 사후 통지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최악의 상황으로 단정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별일 아니겠지 하며 넘겨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통보서의 문구를 보고 겁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문서에 적힌 기관, 시점, 범위를 기준으로 내 거래를 다시 점검하는 것입니다. 금융실명법은 거래정보 제공 사실을 명의인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고, 관련 판례도 수사기관의 금융정보 확보 절차를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 통보서는 “이미 끝난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같은 의미의 사건은 아닙니다. 다만 수사목적 통지가 있었다면, 적어도 내 계좌 흐름이 형사절차와 연결되어 검토되었을 가능성은 열어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초기 정리가 제대로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초기에 설명이 엉키면 나중에 바로잡는 데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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