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회사(사용자)로부터 해고, 정직, 강등, 감봉, 견책, 전보 등 부당한 인사처분을 받았을 때 법원 또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그 인사처분의 당부를 다투어서 부당한 인사처분이었음을 인정받으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을 통한 소송절차에서는 민사소송비용법, 관련 대법원규칙(변호사보수의소송비용산입에관한규칙 등)에 근거하여 원고인 근로자가 승소하면 지출한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변호사비용 중 일부를 피고인 회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데, 노동위원회 절차에서는 근로자가 승소하더라도 지출한 변호사(또는 노무사) 비용을 환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위와 같이 회사의 근로자에 대한 인사처분이 부당한지 또는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다른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에서는 소송비용 회수가 가능하고 노동위원회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으나, 노동위원회 절차 시 소요된 변호사비용을 회사에게 부담시킬 법적 근거가 없었고 판례도 존재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천지방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나70304 판결은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등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지 않고 민사소송 등을 제기해 승소했을 경우 사용자로부터 일정 범위 내에서 소송비용을 상환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승소했을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부당해고 등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위에 구제신청 등을 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변호사선임비용에 대해서도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에게 상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면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심판 과정에서 지출한 변호사선임비용 2,400만원 중 70%인 1,7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자신이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사용자보다 법률적 조력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게 마련입니다. 사법절차인 법원에서의 소송절차는 물론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절차 역시 준사법절차여서 법적판단을 하는 기관이지 '근로자를 도와주는 기관'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노동사건은 사건 진행 초기 자료수집을 통한 사실관계 정리 및 법리보강이 어느 사건보다도 중요하고, 노동위원회에서 망가진 사건은 행정소송에서 뒤집기 매우 어려워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근로자들은 노동위원회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승소했을 때 사용자로부터 상환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비용을 아끼느라 변호사의 도움 없이 사건을 진행하다가 단순히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수준에서 막연히 노동위원회가 날 돕겠지 하는 생각으로 절차에 임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위 판결로 인해 앞으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단계에서 근로자가 승소한 경우 그에 소요된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사용자에게 배상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입니다.
위 판결은 근로자가 최종적으로 법원 또는 노동위원회에서 승소, 즉 사용자의 인사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 확정된 사건으로, 당연히 어떤 사건에서는 회사의 인사처분이 정당하다는 판정이나 판결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회사가 지출한 변호사선임비용도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위 판결이 판단한 바는 없기 때문에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위 판결의 원심(1심)은 근로자가 지출한 변호사선임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근거 중 하나로 "근로계약에 따른 사용자의 행위의무에는 부당하게 근로자의 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도 포함"된다는 점을 들었는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도 그와 같은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는 의문이라, 위 판결만으로 곧바로 사용자가 승소한 경우 지출한 변호사선임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가 근로계약상 도출되는지도 의문이나 이는 차치하더라도).
다만 그렇다고 대등한 양 당사자 사이의 법률분쟁에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나,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소송비용 상환을 청구 못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불합리하며, 개별구체적 사안과 상관없이 무조건 근로자가 약자이고 선하며, 사용자는 강자이고 악하다는 식의 비법률적인 가치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 향후 반대되는 유사 소송들이 이어질 경우 어떠한 판단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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