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에서 의뢰인이 가장 먼저 묻는 건 재산이나 양육비가 아닐 때가 많다. "아이들은 어떡하죠?" 이게 먼저다.
이번 사건도 그랬다.
의뢰인은 4살, 5살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남편이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집은 남편 명의였고, 의뢰인은 전업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리한 출발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조정으로 빨리 끝내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4살, 5살이라는 게 중요했다.
이혼이 성립되는 순간 아이들의 주거환경이 바뀌고, 받을 수 있는 지원도 달라진다. 그래서 소송을 길게 가져가는 것 자체가 의뢰인한테 유리한 전략이었다. 조정이 목적이 아니라, 소송까지 갈 준비를 하면서 협상력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이었다.
남편은 소장에서 월 700~800만원을 번다고 주장했다. 나는 바로 양육비 사전처분을 신청했다. 그런데 법원은 5개월 동안 판단을 미뤘다. 그리고 조정 전날, 남편이 갑자기 소득금액증명원을 제출했다. 자영업자 특성상 공식 소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오는 서류였다.
조정에서 나는 바로 짚었다. 소장에서 재산분할 기여도를 이야기하며 본인 입으로 월 700~800만원 번다고 기재해놓고, 조정 전날에 이 서류를 내밀면서 소득이 없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이런 상황에서는 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조정 과정에서 나는 아이들 양육환경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을 위해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그런데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재산분할로 3천만원을 받고, 그 돈으로 지금 살 고 있는 집에서 100만원씩 차감한다는 하여 3년정도 지내라는 제안이였다.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는데 돌아온 건 월세 계산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조정을 거절했다. 재산분할 1억 이하, 양육비 협의 불가 — 조정은 다시 제가 상대방 양육비를 한번 증명해볼터니 조정은 그때가서 다시하든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자 판사님이 직접 조정에 내려왔다. 나는 이미 소송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무덤덤해진다.
결과는 판사님의 중재안을 제시하셨다.
재산분할로 의뢰인 보유 현금을 제외하고 6천만원을 더 받았다. 의뢰인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 5천만원도 분할 대상임에도 지켜냈다. 합산 1억1천만원 확보. 동시이행 항변으로 6천만원을 받을 때까지 아이들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만들었다. 양육비는 월 160만원, 아이 둘 각 80만원씩. 과거양육비 조항을 넣었고, 추후 남편의 실제 소득이 확인되면 증액 청구도 가능하다.
조정이 끝나고 의뢰인이 먼저 말했다. 나를 위해 싸워줘서 고맙다고.
이혼소송에서 빠른 합의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지키는 것이 합의 금액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그 판단을 함께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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