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거책 무죄전략
보이스피싱 수거책 무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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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거책 무죄전략 

이요한 변호사

[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자통신금융법 위반 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 사기는 현재 가장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폐해를 야기하는 범죄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외에 거점을 둔 총책을 중심으로 모집책, 송금책, 수거책 등으로 구성된 점조직 형태를 띱니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범죄 경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고수익 아르바이트' 혹은 '채권 회수 업무'라는 명목에 속아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연루된 피고인이 편취 고의와 공모의사를 부인하여 무죄를 선고받기 위한 법리적 전략, 수사단계에서의 대응방법 및 필요한 증거자료들을 판례의 사례를 통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금수거책으로 몰려 고민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의 법리적 쟁점과 미필적 고의

1. 법리적 쟁점

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대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이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欺罔)ㆍ공갈(恐喝)함으로써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ㆍ알선ㆍ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

가. 자금을 송금ㆍ이체하도록 하는 행위

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ㆍ이체하는 행위

다. 자금을 교부받거나 교부하도록 하는 행위

라. 자금을 출금하거나 출금하도록 하는 행위

제15조의2(벌칙)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倂科)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③ 상습적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위 각 범죄는 고의범만을 처벌하므로 과실 사기죄는 존재할 수 없고, 수거책으로 활동한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임을 전혀 몰랐다면 원칙적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미필적 고의'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2. 미필적고의와 수거책의 인식수준

미필적 고의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의미합니다. 현금수거책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인지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행위를 지속했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수거책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체적인 전모를 모르더라도,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령하는 방식의 비정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거책의 미필적 고의가 이전보다 쉽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도19221 판결


편취 고의 및 공모의사 부인

현금수거책의 미필적 고의가 폭넓게 인정되므로, 무죄 주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몰랐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신이 속을 수 밖에 없었던 객관적 정황과 범죄로 의심하기 어려웠던 사유를 구체적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1. 업무시작 경위

최초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를 상세히 분석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구직자를 속이기 위해 실존하는 법인이나 법무법인의 명칭을 도용하고, 정교하게 위조된 근로계약서나 위탁계약서 등의 서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가 통상적이라고 볼 수 있거나, 정상적인 회사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면 미필적 고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2. 피고인의 인지능력과 사회적 배경

법원은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할 때 피고인의 나이, 교육수준, 사회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지적장애가 있거나 한국에 입국한지 얼마 안된 외국인인 경우, 사회 초년생으로 금융거래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 고령자로 IT 기술에 어두운 경우 등 일반인에 비해 사회경험이 떨어진다면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의정부지방법원 2024. 8. 20. 선고 2024고단141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지능지수와 사회연령이 낮으므로, 일반인이 현금수거 업무를 행할 때 가질 수 있는 의문을 품을 정도의 지적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3. 범행 당시의 행동 특성

범죄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는 수거책이라면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 할 유인이 있습니다. 반면 정말로 속아서 가담한 수거책은 자신의 실명을 사용하거나 본인의 차량/카드를 이용하고, 현금 수거 당시 피해자에게 본인의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합니다. 범행 당시의 행동 특성을 분석하여 미필적 고의를 부정할 사정을 찾아내야 합니다.

4. 범행 이익(수수료)의 분배

전달 과정에서 범행이익(수수료)을 분배받은 바 없거나 그 액수가 적다면 미필적 고의를 부정할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보수액이 과도하거나 보수지급 과정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유죄의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수거책으로 조사받을 경우 대응전략

1. 경찰 조사 전 준비

수사관은 대개 피의자에게 '현금 전달 방법이 이상하다는 생각 안들었나?" "이런 간단한 일에 어떻게 그런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나?"는 등의 압박 질문을 던집니다. 이 때 "조금 이상한 것 같았지만 범죄일줄은 몰랐습니다."는 답변은 미필적 고의를 사실상 자백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피의자는 수거업무를 시작한 경위, 수거 업무 수행방법 등을 최대한 자세히 복기해야 합니다. 자신이 수거 업무를 정상적인 업무로 믿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반드시 확보한 후 조사에 임해야 하며,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식할 수 없었던 사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2. 디지털 증거 보존

경찰로부터 연락받은 후 두려움에 카카오톡 대화방이나 텔레그램을 나가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며, 해당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일체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증거인멸 시도로 비쳐줘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보이스 피싱 조직으로부터 어떻게 기망당했는지 보여주는 핵심 증거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대화내역 전체를 보존하고, 필요하다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서라도 삭제된 대화내용을 복원해야 합니다.

3. 증거자료 리스트

법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호소가 아닌,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필요합니다.

(1) 구직·채용 과정의 정당성

  • 알바천국 / 사람인의 구인공고란 : 피고인이 정상적인 경로로 일자리를 찾았음을 증명하는 자료입니다.

  • 지시자와의 대화내역 :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하기 어려운 일상적 업무지시 내용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 가짜 근로계약서 및 위임장 :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고인을 속이기 위해 보낸 문서입니다.

(2) 수거 당시의 행동증거​

  • 이동 경로 기록 : 피고인 본인의 차량을 이용한 네비게이션 기록이나 하이패스 내역

  • 실명 사용 흔적 : 피해자에게 건넨 명함이나 대화 과정에서 본인의 실명을 밝힌 정황

  • 계좌내역 : 피고인이 얻은 대가가 통상적인 아르바이트 일당 수준 미만임을 보여주는 계좌내역


제가 실무를 하면서 만난 보이스피싱 수거책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거나 경제적 궁핍에 처한 취약 계층, 대한민국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피고인들이 현금 수거 과정에서 수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수거 행위를 하다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억울하게 가담하게 되었다면, 수사 초기부터 본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법리적 쟁점과 대응방법을 숙지하고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말 몰랐다."는 진심이 법정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사단계에서부터의 일관된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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