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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이사 해임은 기업의 경영권 분쟁, 사업상 책임소재 문제, 횡령 배임 등의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제기되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사의 해임은 단순히 사람을 내보내는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임기가 남은 이사를 해임할 때 해임절차와 해임 사유를 확실히 하지 않는다면, 남은 임기 동안의 보수 전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주식회사 이사의 해임사유와 해임 시 거쳐야 할 절차, 해임된 이사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사의 해임 관련 분쟁으로 고민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이사와 회사의 법적 관계 - 신뢰로 맺어진 위임계약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사와 회사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임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위임은 쉽게 말해 위임인(회사)이 신뢰를 바탕으로 수임인(이사)에게 법률행위나 사무를 처리하도록 맡기고 수임인이 승낙하여 체결되는 계약입니다. (민법 제680조)
이사는 위임인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일할 의무가 있습니다.(선관주의 의무) 만약 이사가 회사가 맡긴 사무를 성실히 처리하지 않거나 오히려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하였다면, 회사는 이사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제680조(위임의 의의)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681조(수임인의 선관의무)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이사해임의 절차
상법상 주식회사가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법정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절차가 위법하면 해임사유가 확실해도 해임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사해임에 관한 상법 제385조에 따르면 이사해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제385조(해임)
①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한 때에는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총회의 결의가 있은 날부터 1월내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③제186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1. 주주총회의 소집과 안건 기재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결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사회에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고 주주총회일 2주전에 주주들에게 서면으로 소집 통지를 보내거나, 각 주주들의 동의를 받았다면 전자문서로 통지서를 보내야 합니다. (상법 제363조 제1항) 통지서에는 '이사 해임의 건'이라는 주주총회의 의제가 명확히 표시되어야 하고 해임할 이사를 특정해야 합니다.
2. 주주총회 특별결의
이사 해임은 주주들의 강력한 권한이므로 보통결의보다 까다로운 특별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2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3. 해임대상 이사의 의결권 및 소명권
해임되는 이사가 주주인 경우 자신의 해임안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상법상 해임이사에게 의견진술권을 부여하는 규정은 없으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해임 대상 이사에게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소명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사해임의 사유
본래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인 위임인과 수임인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지가 가능합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민법 제689조 제1항 및 제2항)
주식회사와 이사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로 회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해임할 때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바로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를 해임하면 회사가 이사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1. '정당한 이유'의 의미
법원은 '정당한 이유'를 주관적 사유로 판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려면 다음과 같이 이사가 경영자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해야 합니다.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법령이나 정관 위반 : 이사가 법을 어기거나 회사의 규칙인 정관을 어긴 경우입니다. 횡령, 배임, 경업금지 의무 위반 등입니다.
직무 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 : 실적이 안 좋은 수준을 넘어, 경영자로서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질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유치계획이 전혀 실현되지 않았거나, 동종 업계 대비 영업실적이 현저히 악화되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경우입니다.
정신적·육체적 결함 : 이사가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로 더 이상 경영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입니다.
업무집행의 장애 사유가 이사 본인에게 발생한 경우 뿐 아니라 회사 자체에 부도 등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원축소필요 등의 경영상의 필요성이 발생한 경우 역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다47529 판결)
2. '정당한 이유' 인정 사례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 1년 동안 경영계획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 정도로 투자유치능력·경영능력 및 자질 부족이 드러나 대표이사로서 수임 직무 수행이 곤란해졌고, 그 결과 회사가 경영을 맡기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가 붕괴된 사례에서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2. 선고 2020가합601201 판결 : 원고는 다른 이사의 횡령 의심 정황과 원고 본인에 대한 업무상 횡령 공소제기 사실 등에 대해 조치를 취하거나 주주들에게 공지하지 않았고, 주주들이 이에 대해 설명과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였음에도 이에 불응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8. 선고 2019나51224 판결 : 원고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회사가 당기순손실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었고, 원고가 투자 관련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했습니다.
3. '정당한 이유' 부정 사례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6다201715 판결 : 원고인 대표이사가 회사의 대주주의 주식양도를 방해했다는 점에 대해, 원고가 주식양도를 방해했다 하더라도 대표이사로서의 의견을 표명한 것을 넘어 대주주의 주식 처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할 정도의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사유는 대주주가 원고에 대한 주관적 신뢰상실에 불과할 뿐 원고에게 회사의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정당한 이유'를 부정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8. 20. 선고 2018가합42026 판결 : 회사가 주장하는 실적 악화는 외부 요인(중국시장과 노조파엄)과 결부되어 원고(이사)의 경영능력 부족)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무단결근했다는 주장도 회사가 먼저 업무에서 배제한 것이지 원고의 귀책이 아닌 점 등을 이유로 '정당한 이유'를 부정했습니다.
4. 해임 당시 회사가 알고 있는 사실로 제한되는지
회사가 이사의 해임결의를 할 당시 인지하고 있던 사실만 '정당한 이유'로 주장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인지하지 못해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정하지는 아니하였지만, 해임 당시 이사의 비위사실이 있었고 이를 회사가 해임의 '정당한 이유'로 주장할 수 있다면 회사가 이사를 해임하기 용이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이사를 단순히 '실적 부진'으로 해임했는데, 해임 결의 당시 이사가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등을 저지르고 있음을 나중에 발견했다면,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쉽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해임 당시 회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여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해임결의시 참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임결의 당시 해당 사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였다면 '정당한 이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0639 판결)

이사의 손해배상 청구
임기가 남은 이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되었다면 그 이사는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
1. 손해액 산정
손해액 산정의 기준은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이사가 임기 만료시까지 받을 수 있었던 보수입니다. 때문에 주주총회 결의에서 이사의 보수를 정하지 않았다면 본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4342 판결)
원고가 정관에서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하기로 규정되어 있는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 적이 없다고 자인하고 있는 이상, 피고 회사의 대주주가 매년 원고의 보수를 결재·승인하여 피고 회사가 그에 따른 보수를 원고에게 지급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사의 보수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의 보수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4342 판결
2. 손익상계 - 다른 회사에서 번 돈은 제외
해임된 이사가 남은임기 기간 동안 다른 회사에 취업하여 소득을 얻었다면, 그 금액은 회사가 지급할 손해배상금에서 차감됩니다. 이를 손익상계라 합니다.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채권자 또는 피해자 등이 동일한 원인에 의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하고, 이와 같이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그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임기가 정하여져 있는 감사가 임기만료 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되었음을 이유로 상법 제415조, 제385조 제1항에 의하여 회사를 상대로 남은 임기 동안 또는 임기 만료 시 얻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을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하는 경우, 당해 감사가 그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4342 판결

3. 대표이사직 해임시 손해배상 청구 불가
실무상 '이사 해임'과 '대표이사 해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어 주식회사를 대외적으로 대표하고 업무집행을 총괄하는 자로, 이사회의 '대표'이며,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즉, 모든 대표이사는 이사이지만 모든 이사가 대표이사인 것은 아닙니다.
상법상 이사는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으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반면 대표이사는 언제든지 이사회 결의로 해임될 수 있고, 정관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선정되는 경우도 정관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언제든지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해임될 수 있으나 이사로서의 지위는 유지됩니다.
대표이사가 그 지위에서 해임되었을 뿐 이사에서 해임되지 않은 것이라면 여전히 이사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사 해임시 이사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규정하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
임기를 정한 이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임하는 경우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는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경우에 유추적용할 것이 아니고, 이는 상법 제38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정할 것을 정하여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0다245552 판결

이사 해임과 경영권 분쟁은 단순히 '누가 더 지분이 많으냐'의 싸움이 아닙니다. 상법상 해임절차와 '정당한 이유'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이사를 해임한다면 향후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사해임과 관련하여 민사소송 뿐 아니라 업무상 횡령,배임, 경업금지 의무 위반과 같은 형사법적 쟁점도 문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사 해임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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