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언급되지만 엄연히 다른 범죄
횡령과 배임은 흔히 함께 언급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둘 모두 '신임관계'를 위반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임관계'란 무엇이고 왜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는 것일까요?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회사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면 단순히 재산적인 손해를 넘어, 함께 사업을 할 정도로 서로 신뢰하였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매우 충격이 클 것입니다.
즉, 횡령과 배임은 개인 재산인 소유권을 보호하는 한편 상호 신뢰관계에 있는 사이를 보호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서로 믿고 일을 하거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런 신임관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기거나 업무를 위임하지 못할 것입니다.
재물 vs 재산상 이익, 결정적 차이
이처럼 횡령과 배임은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횡령은 '재물'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배임은 '재산상 이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재물과 재산상 이익의 차이가 궁금하실 텐데, 최대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여기서 말하는 재물은 '타인의 물건'이라고 보시면 되고, 재산상 이익에는 물건 외에 다양한 경제적 이익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금고에 있던 현금 1억 원을 가져갔다면 이는 '재물'인 현금을 가져간 것이므로 횡령입니다. 반면,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 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여기서 침해된 것은 구체적인 '물건'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므로 배임이 됩니다.
보관자 vs 사무처리자, 주체의 차이
즉, 횡령과 배임은 언뜻 비슷해 보이면서도 그 대상(객체)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바로 이 차이로 인해 중요한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횡령은 '재물'을 보관하던 자가 배신적인 행위를 한 것이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고,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입니다. 금고 관리자, 회계 담당자, 임차인(임대보증금), 수탁자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반면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대표이사, 이사, 대리인, 위임받은 자 등이 포함됩니다.
현실에서는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여기까지 잘 이해가 되셨을까요?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앞서 살펴본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회사의 회계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일까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일까요?
회계 담당 직원으로서 회사의 돈을 보관하고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회사의 회계 업무를 담당하였으므로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기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애매하다고 느껴지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실무적으로도 주체와 객체만으로 해당 사안이 횡령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나머지 요건들을 고려하여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실제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공소장 변경 없이) 횡령죄로 처벌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횡령배임 변호사가 가장 먼저 보는 것
꼭 법에 관한 이야기만 하면 내용이 길어지는데요, 기억하실 것은 과연 누가(주체) 무엇을(객체) 대상으로 행동을 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형사사건의 시작 역시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횡령배임 전문변호사로서 사건을 처음 상담받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의뢰인이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무엇을 다루었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적절한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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