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들 알 듯이 혼인에는 법률혼과 사실혼이 있습니다. 여기서 사실혼이라 함은 ① 혼인 의사의 합치와 ②혼인의 실체는 있으나 ③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신고를 요하는 법률혼주의를 규정하고 이에 대해 일정한 법적효과와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법률효과(예를 들면 법률혼 배우자 사이의 상속, 슬하 출생자의 혼생자지위 등)를 제외하고 법률혼에 관한 규정이 사실혼에도 그대로 적용보호되며, 그 중 가사실무상 사실혼의 가장 주된 보호는 ①사실혼파기자에 대한 위자료청구권과 ②재산분할청구권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든다면 ③민법 외 각종 법령상 임대차승계권이나 급여수급권 등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귀속시켜 보호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 위와 같이 법령상 사실혼의 경우에도 일정한 보호가 주어지나 현실적으로 사실혼관계는, 혼인관계증명서(법률혼의 경우)와 같이 공부상 공시되어 쉽게 확인 증명되는 것이 아니고, 사실혼에 관하여 어떠한 약정서를 작성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드문 일이어서 좀처럼 외부에서는 명확히 인식할 수 없고 그 증명도 쉽지 않다는 면에서 소송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상대방 배우자의 생존 시에는 사실혼의 존재를 확인 받을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다 일방이 사망하게 되면 그제야 법령상 사실혼배우자에 대한 보호 규정의 존재를 알게 되어 사망자를 상대로 과거에 존재하였던 사실혼에 관한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서 입증의 문제를 그때서야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3. 그런데, 사망자 상대의 사실혼관계의 증명은 그 증명전에 확인의 이익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민사소송법(가사소송법)상 확인의 소는 현재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즉시확정의 법률상 이익이 있고 확인의 소가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어야만 본안판단(사실혼존재여부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망자 상대의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는 사실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다행히 다음의 대법원 판례는 특별법령상 사실혼배우자가 각종 급여 등을 받을 권리자로 규정되어 있는 등의 경우 확인의 이익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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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94므1447 판결 [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나, 혼인, 입양과 같은 신분관계나 회사의 설립, 주주총회의 결의무효, 취소와 같은 사단적 관계, 행정처분과 같은 행정관계와 같이 그것을 전제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발생하고 그에 관하여 일일이 개별적으로 확인을 구하는 번잡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혼 배우자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3항(1994.12.22. 법률 제48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개정법상으로는 제4조 제3호)뿐 아니라,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선원법시행령 제29조 제1호, 근로기준법시행령 제61조 제1항 제1호, 군인연금법 제3조 제1항 제4호,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 등에서 각종의 급여 등을 받을 권리자로 규정되어 있는 등 법률상의 배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법적 취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혼관계는 여러 가지 법률관계의 전제가 되어 있고, 그 존부확인청구는 그 법률관계들과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것이다.”
4. 위 대법원 판례 문구 중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보면, 사망한 배우자와 사실혼관계에 있었다는 과거의 신분관계확인의 소에 관하여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복수의 분쟁이 존재하고 확인판결로서 이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사실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복수의 분쟁은 그 잠재성만 있으면 되지 현실적으로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은 전혀 아닌 것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망인과 사실혼관계에 있었다는 사실혼관계 존재확인의 소에 있어 그 확인의 이익을 증명하기 위해 사실혼관계와 관련된 복수 분쟁의 존재 및 이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인데, 본인이 수행한 아래 사건(임차인인 망인의 주택임대차를 사실혼 배우자가 승계하기 위해 망인과 사실혼관계에 있다는 소를 제기) 담당재판부는 현재 임대인과의 임대차 승계 분쟁 하나만 존재할 뿐 달리 복수의 분쟁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니 복수 분쟁의 일망타진 효과, 일거에 해결하는 효과가 없다 따라서 임대인을 상대로 임차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된다, 구태여 죽은 사람을 상대로 이 사건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소의 이익이 없다고 오해하여) 각하판결을 하였습니다.
5. 사실 원고가 구한 사실혼존재확인소는 사망자 상대였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일응 비도덕적으로 보이는 중혼적 사실혼이었는데, 재판부는 내심 원고가 존재확인을 구한 사실혼이 중혼적 사실혼이어서 보호가치가 떨어진다는 막연한 선입견에서 각하판결을 한 것으로 보이고, 또 사실혼관계를 판단하기 위한 계좌사용 등등 개개별의 증거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곱씹어 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위해, 편의상 단칼에 각하 시킨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는 증거는 법정변론시 분쟁이 복수가 아니니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언질을 주었고(반박을 했지만 소송대리인을 이상하게 보았다), 또 판결서를 보면 각하 이유로 사건과 관련이 없는 엉뚱한 대법원 판례를 들었기 때문인데, 여튼 재판부가 단단히 오해하였다는 생각에 항소를 하였습니다[원심이 각하의 논거로 든 것은 대법원 95므694 판결로서 “우리 법제상 사망자 사이 또는 생존하는 자와 사망한 자 사이에서는 혼인이 인정될 수 없고, 혼인신고특례법과 같이 예외적으로 혼인신고의 효력의 소급을 인정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러한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질 수도 없는 것이므로,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하는 당사자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서는 사망자와의 과거의 사실혼관계 존재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내용인 바, 판례 사안의 경우에는 확인판결을 받더라도 혼인신고라는 목적 달성이 안 되고 분쟁해결도 전혀 안되므로 결국 소가 무익한 수단임은 아주 당연하다. 그런데 원고는 사망자와의 사이에 혼인신고를 할 목적이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허용되는 임대차승계라는 법적 가능성 있는 목적 달성을 위해 망인과의 사실혼관계존재확인소를 제기한 것이므로 절대 위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면 안된다].
6. 항소이후 본인은 항소심 재판부에 원심이 본안판단의 노력(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좌 등 증거를 매우 정밀히 봐야 했다)을 피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복수 분쟁이 있어야 한다는 등 엉뚱한 논리와 엉뚱한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여 섣불리 각하판결을 한 것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피력하였는데(소송대리인의 입장에서는 괜히 재판부 탓을 하여 재판부의 눈 밖에 나는 것이 항상 두렵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이 각하한 것은 “중혼적 사실혼이라서 ...(특수한 케이스다)”라며 마치 항소를 기각할 태도를 보였습니다.
7. 그러나 과거의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망인이 법률혼배우자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경우 등에는 사실혼으로서 보호된다는 점과 사실혼배우자가 주택임차권을 승계하는 경우 주택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상속권까지 가질 수 있다는 학설(지원림 민법강의) 및 주택임차권을 승계한 사실혼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한 항소심판례를 구체적으로 언급, 설득하여, 결국 사망자 상대의 중혼적사실혼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뒤집고 원고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망자와의 중혼적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 승소)
8. 승소판결로써 사실혼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법률혼배우자를 제치고 주택임대차를 승계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대차보증금까지 공동으로 상속받을 수 있었습니다(사실혼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으나 임대차를 승계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상속권이 발생하고 다른 공동상속인과 지분이 균등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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