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대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대금지급의무의 귀속 주체, 사업비용 공제, 계약 해제, 신의칙 위반, 상계 등 다양한 항변을 제기하였으나, 이를 모두 배척하고 약 29억 7천만 원 전액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사건의 개요
원고(주식회사 A)는 의약품 수입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피고(주식회사 C)와 2020. 8. 10.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20. 10.부터 2021. 1.까지 합계 33억 7,212만 8,430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였습니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을 원고의 완전 자회사인 D에 다시 공급하였고, D는 TV홈쇼핑을 통해 해당 물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로 사업이 운영되었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물품대금 중 4억 원만을 지급한 채 나머지 29억 7,212만 8,430원의 지급을 거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소송 진행 중 원고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관리인이 소송을 수계하고, 이후 회생절차가 종결되면서 원고가 다시 소송을 수계하는 등 절차적으로도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2. 피고의 주장 및 대응 전략
피고는 물품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다음과 같이 7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항변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치밀한 분석과 체계적인 반박 논리로 대응하였습니다.
① 물품대금 지급의무가 자회사 D에 있다는 주장
피고는 물품공급계약이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에 불과하므로, 미판매 재고 물품에 대한 책임이 D에 있고 피고에게는 대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이에 대해, 피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점, 재고 물품의 소유권 및 보관 의무가 피고에게 있는 점, 피고가 별도의 마진을 취득하는 구조인 점 등을 입증하여, 계약의 실질적 당사자가 피고임을 밝혔습니다.
② 사업비용 및 재고비용 공제 주장
피고는 사업 수행 과정에서 약 17억 5천만 원의 사업비용을 지출하고, 약 14억 4천만 원 상당의 재고물품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이를 물품대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해당 비용은 피고가 계약 이행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출한 것이고, 재고 물품 역시 피고 소유로서 피고가 보관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서 공제할 이유가 없음을 논증하였습니다.
③ 물품공급계약의 해제 주장
피고는 원고가 법정관리 신청을 당하여 계약서 제1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해당 조항은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갖는 '해지'에 관한 규정이지 소급적 '해제'에 관한 규정이 아닌 점, 원고가 발주에 따라 물품을 모두 공급하여 이행불능이 없었던 점, 피고가 실제로 해지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주장하였습니다.
④ 신의칙 위반 및 권리남용 주장
피고는 원고와 피고, D 사이에 물품대금을 D의 판매대금으로 충당하기로 하는 합의가 묵시적으로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대금 청구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계약이 피고의 이익을 위해 체결된 점, 피고가 D에 대한 채권을 보유하면서도 원고에 대한 채무를 부인하는 것이 오히려 모순적인 점,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적극 주장·입증하였습니다.
⑤ D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주장
피고는 D에 대한 약 16억 원 상당의 물품대금 채권으로 원고의 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상계의 자동채권은 상대방(원고)에 대한 채권이어야 하고, 제3자(D)에 대한 채권으로는 상계할 수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여 배척하였습니다.
⑥ 사무관리·부당이득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주장
피고는 약 17억 5천만 원의 사업비용 지출에 대해 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이 있다며 상계를 주장하였습니다.
→ 해당 비용은 계약 이행을 위해 피고가 자체적으로 지출한 것이므로, 사무관리나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음을 논증하였습니다.
⑦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주장
피고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었고,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기대이익 약 2억 8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피고가 실제로 해지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없고, 계약은 자동 연장된 점, 원고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정도 없는 점을 주장하여 배척하였습니다.
3. 결과
법원은 피고의 7가지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전액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2,972,128,43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7.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50935, 2023. 8. 17. 선고)
4. 마치며
이 사건은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 구조가 복잡하고(원고 → 피고 → 자회사 D → TV홈쇼핑), 원고의 회생절차 개시라는 돌발 변수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피고가 대금지급의무의 귀속, 비용 공제, 계약 해제, 신의칙 위반, 다양한 상계 항변 등 총 7가지에 달하는 방어 논리를 제기한 사안이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이 다수의 항변을 제기하는 경우, 각 항변에 대한 법리적 분석과 사실관계에 기반한 체계적인 반박이 필수적이며, 특히 계약서 조항의 해석, 상계의 요건, 신의칙 적용 법리 등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품대금 청구 소송이나 공급계약 관련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상황이라면, 전문적인 법률 조력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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