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오빠만 둘인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최근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주신 의뢰인분이 처음 건네신 말씀입니다. 의뢰인분께서는 평생 2남 1녀의 막내딸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속 재산을 정리하던 중, 인생을 뒤흔드는 사실을 알게 되셨는데요. 의뢰인분에게 모르는 언니가 한 분 계셨다는 것입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보니 낯선 이름이 하나 더 적혀 있었고, 부모님께서는 막내딸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입양을 보내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셨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으시겠지만, 생각보다 이런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과거 어려웠던 1960~70년대에는 부득이하게 자녀를 입양 보내고 평생 그 사실을 숨기고 사신 부모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자녀들이 상속 재산 정리 과정에서 뒤늦게 형제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그 형제자매가 입양 이후 양부모 성과 새로운 이름,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로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입양 보낸 자녀도 여전히 상속인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입양을 보냈으니 더 이상 친자관계가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데, 법적으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1960~70년대에 이루어진 대부분의 입양은 오늘날의 ‘친양자입양’이 아니라,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입양’ 또는 실무상 ‘사실상 입양 형태’였고, 이 경우에는 친생부모와의 친족·상속관계가 원칙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지 않습니다. 이 말은 곧, 입양 보낸 자녀도 여전히 친생부모에 대한 상속인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민법상 자녀는 모두 동일한 상속분을 가지므로, 평생 함께 살아온 자녀들과 입양 보낸 자녀의 상속 지분은 원칙적으로 같습니다. 예를 들어, 3남매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4남매였다면, 각자가 4분의 1씩 상속받을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 도입된 ‘친양자입양’처럼, 법에서 정한 특별한 입양 형태의 경우에는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가 단절되는 예외도 있어, 구체적인 입양 유형과 시점을 따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상속인이 되는 입양 보낸 자녀가, 입양 가정에서 새로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수십 년을 살아온 탓에 실제로는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의뢰인의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된 예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는 주민센터에서 주소를 조회해도 “해당 인물 없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분명 상속인이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적사항과 등록부상의 인적사항이 일치하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행방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찾을 수 없는 상속인, 그럼 어떻게?
돌아가신 부모님의 상속 재산을 처분하려면 원칙적으로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은행 예금 해지나 부동산 명의 이전과 같은 절차를 진행하려면, 공동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와 서명 등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 상속인이 다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살고 있어 소재를 전혀 알 수 없다면, 상속 재산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입니다. 부재자란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고, 생사도 분명하지 않아 재산관리가 어려운 사람을 말합니다.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연락이 닿지 않는 상속인(부재자)의 재산을 대신 관리할 사람을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고, 그 관리인이 부재자를 대신해 상속재산분할협의나 상속재산분할심판 절차에 참여하도록 합니다.
다만 재산관리인이 선임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상속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통상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 후에 법원의 별도 허가를 받아 상속재산분할이나 처분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재자에게 돌아갈 법정상속분은 공탁하거나 별도로 보관하여 보존해야 하고, 훗날 본인이 나타나면 그 재산을 인도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위 사례처럼 4명 중 1명이 행방불명이라면 4분의 1 지분은 부재자 명의로 따로 관리되고, 나머지 4분의 3만 각 상속인의 몫에 따라 실제로 가져오게 되는 구조입니다.
절차가 다소 복잡하고 사실조회·소명자료 준비도 까다롭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상속·가사 사건에 익숙한 전문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행방불명 상속인이 있는 상태에서 상속 재산을 합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이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 및 허가 절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도 존재
사실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보다 한 단계 더 근본적인 방법이 바로 ‘실종선고’입니다. 쉽게 말해, 오랫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을 법적으로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겠다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인데요.
다만 실종선고를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그 사람이 5년 이상 연락이 끊겨 있고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전쟁, 비행기 사고 같은 큰 재난을 당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년만 지나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 재산을 빨리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막연히 실종선고만 기다리기보다 ‘부재자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상속 절차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반대로 상속 재산 정리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처리해도 되는 상황이라면 실종선고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실종선고가 확정되면 그 사람은 법적으로 실종기간이 끝난 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상속에서도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가족들만을 기준으로 상속 순위와 상속분을 정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꼭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종선고가 내려졌던 사람이 사실은 살아 있었다거나, 사망 시점이 다르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취소하게 되고, 그 사람은 원래부터 실종선고가 없었던 것처럼 취급됩니다. 이미 상속 재산을 나누어 가진 가족들은 자신이 상속받으면서 이익을 본 부분에 대해 일정 범위 안에서 다시 돌려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선의로, 법을 믿고 정상적으로 상속 절차를 밟았던 상속인에게까지 과도한 책임을 지우지 않기 위해 실제로 남아 있는 재산 범위 안에서만 반환하도록 하는 등 보호 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입양간 형제자매의 이름을 아예 지워 달라고 문의하시지만 이 부분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해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단지 연락이 안 되거나 실종선고가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서 한 사람을 통째로 삭제할 수는 없습니다. 입양·파양,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인지 취소처럼 법적으로 친족관계를 끊거나 바꾸는 특별한 결정이 있어야만, 그에 맞게 기록이 정정됩니다. 즉, 앞서 설명드린 2가지 절차는 서류에서 이름을 없던 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의 법적 관계를 제도 안에서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는 절차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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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속 문제는 단순히 재산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역사와 감정이 얽혀있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특히 평생동안 몰랐던 형제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도 그 사람을 찾을 방법조차 없을 때는 법적 절차뿐 아니라 심리적 충격도 상당한데요.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분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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