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명호 변호사입니다.
직접적으로 아이를 해치거나 길거리에 내버려 둔 상황이 아님에도 '아동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당혹감과 함께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드실 겁니다. 하지만 법 실무에서 마주하는 아동유기의 기준은 부모님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폭넓고 엄격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을 중심으로 실무적인 기준을 정리해 드립니다.
"직접 때리거나 버린 게 아닌데도 처벌되나요?"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일부러 아이를 해치려던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동복지법상 유기는 적극적인 가해 행위가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유기는 보호자가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아 아동을 위험한 상태에 방치하는 '부작위'를 포함합니다. 특히 우리 법원은 실제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에 둔 것만으로도 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즉, 부모의 주관적인 사정보다 아이가 처했던 객관적인 위험성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곳에 맡기려 한 것도 유기에 해당하나요?"
인터넷을 통해 신원 불명의 제3자에게 아이를 인계한 경우입니다. "차라리 나보다 형편이 좋은 사람이 키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넘겼다고 항변하시지만, 법원의 시각은 냉정합니다.
상대방의 양육 능력이나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아이를 인계했다면, 비록 누군가에게 '맡겼다' 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유기로 판단합니다. 베이비박스나 고아원 같은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인 불리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병원을 안 데려가거나 아이를 두고 외출한 것도 문제가 되나요?"
많은 분이 "설마 이것까지 죄가 될까"라며 넘기시는 부분입니다.
아이를 집에 홀로 두고 상습적으로 장시간 외출하고 밥을 챙겨주지 않은 행위
아이가 다쳤음에도 형편이나 다른 사정으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행위
뇌에 물혹이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에 대해 필수적인 예방접종이나 및 정기 진료를 받게 하지 않은 행위
판례는 이 모든 경우를 기본적인 보호와 양육 의무를 저버린 유기로 보고 있습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거나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는 변호는 실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결과에 대한 미필적 고의, 즉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인식만으로도 충분히 유기죄의 고의가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아동유기 사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수는 본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낙관하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부모님의 '안타까운 사정'에 집중하기보다, 당시 아이가 처했던 '구체적인 위험'을 판례의 잣대로 분석합니다.
따라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당시의 선택이 법리적으로 어떻게 해석될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대응의 방향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재의 상황을 전문가와 함께 정확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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