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 업무적으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구속전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흔히 영장실질심사 절차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어떤 변호사는 수입적인 측면에서는 "금방 끝나니 좋다"고 하는데요....
원래 사건은 선임하지 않았는데, 구속전피의자신문 절차만 선임하게 되면, 가성비가 뛰어나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일단은 수임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왜냐하면, 하루, 이틀 만에 사건을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의견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매우 촉박하고, 영장의 기각을 요하는 의뢰인들의 절박감이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구속전피의자신문 절차만 단건으로 수임한 것이 아니라, 원래 진행해 오던 사건의 의뢰인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에서 갑자기 구속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하게 되면, 예정 없이 들어오는 것이라서, 시간을 빼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잡소리는 그만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구속전피의자신문은 참 피가 마르는 절차입니다....
한번도 구속된 경험이 없는 의뢰인이거나, 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이 있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 더욱 더 그렇겠지요.
일반적인 사건에서 구속전피의자신문 절차에는 판사, 변호사, 피의자, 법원직원 1,2명, 검사 외 다른 사람은 출입할 수 없는 작은 법정에서 이루어 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에서 검사는 참여하지도 않지요. 결국 직원을 제외하면, 사전영장의 경우 피의자가 보는 사람은 판사와 변호인 외 다른 사람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판사가 먼저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간략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범죄내용을 알려준 후 이에 대해 변호인의 의견을 묻습니다.
검사가 출석한 사건의 경우에는 먼저 검사에게 의견을 묻고, 다음으로 변호인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만약, 구속전피의자신문에서 사선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줍니다. 그러므로, 피의자는 통상 변호인이 의견을 말하고 난 후에 판사의 질문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해 답변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 거의 아무말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부인하는 사건인 경우에 변호인의 의견진술이 길어지고 자백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의견진술이 짧게 진행될 것입니다.
부인하는 사건의 경우를 예를 들면, 사건의 난이도가 높고 기록이 방대한 경우 능력있는 변호인이 변론을 하게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건의 경우 수사가 잘 이루어진 상태라고 하더라도 판사가 신속히 사건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우 변호인의 변론이 수사기관의 사건요약서보다 판사를 납득시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노련한 변호인의 입장에서 구속영장신청서의 범죄사실 및 신청이유를 읽어보면, 수사가 얼마나 잘 진행되었는지, 수사의 헛점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집중적으로 판사에게 변론하다보면,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피의자의 경우에는 사실 오직 변호인에게 의지하는 외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구속전피의자신문절차입니다.
그러므로, 변호인이 30여분간(드물게 1시간이 걸릴수도 있습니다) 의견을 진술할 때 이를 경청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변호인의 시야 에서 왼 앞쪽에 앉아 있는 피의자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어 굳이 피의자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피의자의 표정을 알 수가 있습니다.
피의자로서는 변호인의 의견진술이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을수록 안색에 희망의 빛이 느껴지고, 변호인의 의견 진술에 따라 변화하는 판사의 표정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변호인은 정면을 응시하면서 의견을 진술하더라도, 피의자와 판사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범행 자체가 중대한 경우 이를 부인하는 의견으로 시작하면 판사는 기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 억지주장하는 것 아니냐" 라는 속내의 안색을 보여줍니다.
변호인이 수십장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를 토대로 의견을 진술하지만, 판사의 입장에서는 의견서를 실시간으로 읽기는 어렵기 때문에, 변호인은 되도록 평이한 구어체로 판사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의견을 진술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의견서 를 읽게되면 읽는 본인도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있고, 판사도 이해가 되지 않아 뜻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의 경우 20여 쪽이 넘는 의견서를 그대로 읽지 않고,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임합니다.
판사에게 의견서의 페이지 수를 말해주면서 의견서를 따라오도록 하지요.
처음에 판사의 뚱하던 표정이 의견 진술과정에서 "어 그런가?"라는 식으로 바뀌어 가면, 변호인의 변론이 먹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 변호인의 말이 일리가 있는 점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므로 얼굴 표정도 바뀌는 것이지요. 그러한 경우 거의 동시에 의뢰인의 표정도 희망의 빛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서 변호인이 의견 진술을 마치고 나면, 판사가 변호인이나 피의자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거나 변호인의 의견에 대해 판사의 의견을 내비칩니다.
판사에 따라서 속 마음을 더 많이 보여주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데, 어떤 경우 기각하려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판사도 있습니다.
통상 이러한 경우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수사절차의 하자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경우이지만 이러한 경우는 흔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수사절차의 하자는 구속영장 발부를 하기 어렵게 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와 관계없이 기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도 모든 변호사에게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요.
또한, 판사의 개인 성향에 따라 발부/기각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 영장을 많이 기각하는 판사를 검사들이 매우 싫어하곤 하였는데, 변호사가 되다보니, 입장이 바뀌어 그런 판사를 더 선호하게 되니, 사람은 항상 자기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선호/비선호를 결정하는 것 같네요....
어쨌든, 법원은 기본적으로 영장 기각율을 전국적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판사들은 일정 수준의 사건을 기각하려고 애씁니다. 적절하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나는 일입니다.
결국, 모든 경우의 수가 잘 맞아들어가면, 그 피의자는 영장이 기각되어 석방되고, 말도 못하는 감격과 안도를 느끼고, 변호인도 승리의 기쁨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영장이 기각되는 것은 일정부분 운도 따르는 것이지만, 결국은 변호인이 어떻게 사건의 맹점을 잘 공격해서 판사를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다만, 능력있는 변호사는 수임료가 비싼 것이 흠입니다.
그리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수임료가 비싸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쉽게 확인되지만, 실제로 그 금액에 걸맞는 능력이 있는지는 막상 사건을 맡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 사항입니다.
그런데, 비싼만큼 능력이 있는지는 아리송하지만, 수임료가 싸면 능력이 없을 확률이 높고, 능력이 있다고 해도 능력을 발휘할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하신다면, 수임료를 높게 주더라도 능력이 있는 변호사, 능력이 있을 것 같은 스펙을 갖춘 변호사를 선임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담당판사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고르려고 하는데, 의외로 그런 변호사를 만나기 어렵고, 요즘 세상에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발부할 사건을 기각하는 판사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판사와 인연이 있던 없던, 능력을 갖춘 변호사인 경우 어떻게 해서라도 사건의 맹점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중요 한 부분입니다.
3년 가량 변호사 생활을 하다보니, 대부분 부인하는 의뢰인들의 사건을 선임해 왔는데, 상담 단계에서는 막연한 느낌이고, 돌파구가 없게 느껴지다가, 수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고민하다보면,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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