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행위와 결과간의 인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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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행위와 결과간의 인과관계 

정영수 변호사



공무집행방해죄라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을텐데,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생소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형법 제13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통상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주로 취객들이 경찰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경우에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되곤 하죠.

그렇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할까요?

이는 형법 제137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 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어 공무집행방해죄의 법정형과 동일합니다.

간략하게 말한다면, 공무원을 속여서 공무원의 정상적인 업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데, 위계라는 표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판례에 의하면,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범죄행위가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4293 판결 등 참조)"라고 합니다.

위 판례에 의하면, 행위자가 공무원의 어떠한 요청사항에 대하여 허위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공무원으로 하여금 판단을 그르치게 하여 잘못된 처분을 하게 한 경우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래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1) 감사대상자가 감사관에게 허위 사실을 진술하거나 감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자료를 감추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감사관이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그와 같은 허위 진술과 자료만으로 자료 수집·조사 절차를 마쳤다면 이는 감사관의 불충분한 조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감사대상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감사관의 감사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사대상자가 적극적으로 허위 자료를 조작하여 제출하고 자료 조작 결과 감사관이 그 감사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조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감사관의 감사업무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5986 판결, 2018. 5. 15. 선고 2017도19499 판결 등 참조).

(2) 행정관청이 출원에 의한 인·허가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그 출원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인·허가할 것인지의 여부를 심사, 결정하는 것이므로 행정관청이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출원자가 제출한 허위의 출원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인가 또는 허가를 하였다면 이는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출원자의 위계가 결과 발생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1975. 7. 8. 선고 75도324 판결, 1997. 2. 28. 선고 96도282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출원자가 행정관청에 허위의 출원사유를 주장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허가관청이 관계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인·허가요건의 존부 여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으나 출원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인·허가처분을 하게 되었다면 이는 허가관청의 불충분한 심사가 그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 출원인의 위계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도2064 판결 등 참조).

(3) 수사기관이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는 피의자 등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 할 만한 객관적인 모든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한편 피의자는 진술거부권과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권리와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권리를 가질 뿐이고 수사기관에 대하여 진실만을 진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피의사실 인정에 필요한 증거를 감추고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와 같은 허위의 진술과 증거만으로 증거의 수집·조사를 마쳤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수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피의자 등이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고 그 증거 조작의 결과 수사기관이 충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 1609 판결, 2011. 2. 10. 선고 2010도15986 판결 등 참조).

(4) 법원은 당사자의 허위 주장 및 증거 제출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이 그 직무이므로, 가처분신청 시 당사자가 허위의 주장을 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법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어떤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로써 바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2012. 4. 26. 선고 2011도17125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왜 위와 같은 헷갈리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일까요?

이것은 형법의 적용에 있어 인과관계라는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위계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고, 공무원이 그릇된 판단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공무원에게 위계여부에 대한 조사 또는 수사권한이 있는 경우에는 행위자의 위계 사용과 공무원 의 그릇된 판단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행위자가 위계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공무원이 그릇된 판단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그릇된 판단은 행위자가 위계를 사용해서라기 보다는 공무원이 그에게 부여된 조사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위계와 직무집행 방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범죄에 있어 사람의 행위와 행위의 결과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 범죄의 기수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가 속임수를 써서 돈을 편취하려고 하였는데, 즉 사기죄를 범하려고 하였는데, 상대방이 속임수에 넘어가서 돈을 넘겨준 것이 아니라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불쌍히 여겨서 돈을 준 경우에는 기망과 돈을 건네는 행위에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살인죄에 있어서도 행위자가 상대를 칼로 찔렀고, 그 사람이 사망하였더라도 칼로 찌른 행위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병원 이송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라면(물론 사망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칼로 찌른 것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던 경우이어야 함), 칼로 찌른 것과 사람의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살인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고의여부에 따라 살인미수죄로 처벌될 수는 있겠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기망 행위가 있었고, 공무원이 그릇된 직무집행을 했던 경우라도 그 공무원의 조사 권한 유무에 따라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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