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이나 지인의 나체 영상, 성착취물을 유통해 온 이른바 '패륜 사이트'가 적발되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AVMOV로 알려진 이 사이트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와 막대한 범죄 수익이 확인되었고,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죠.
안녕하세요.
8년간 판사로 역임한 변호사 강창효 입니다.
성범죄전담재판부 판사였던 경력 때문인지, 최근 AVMOV 관련 상담도 물밀 듯 밀려오는 가운데
"회원 수가 워낙 많은데, 설마 저까지 수사하겠습니까."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회원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오늘 이렇게 글을 씁니다.
📌 단순 시청은 괜찮다? 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직접 촬영하거나 유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을 벗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불법 촬영물의 촬영·유포뿐만 아니라, 이를 소지·구입·시청한 행위 자체를 명확히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운로드는 안 했고 그냥 스트리밍으로 봤는데도요?
네, 법적으로는 스트리밍 시청 역시 '시청'에 해당합니다.
특히 AVMOV처럼 유료 포인트 충전 → 특정 영상 선택 → 재생이라는 구조라면, 결제 내역과 접속 로그가 결합되어 '구입 및 시청'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사안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만약 시청하거나 소지한 영상 중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성폭력처벌법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시작하며(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 실무상 벌금형이나 가벼운 처분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죠.
판결문을 작성하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건은 '초범 여부'보다 행위의 내용과 반복성이 훨씬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지금이라도 지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당장 버리십시오.
수사 소식을 접한 뒤 급하게 파일을 삭제하거나, 앱을 지우거나, 계정을 정리해도 괜찮은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가 전제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 포렌식은 단순히 '파일이 남아 있느냐'를 보는 수준이 아닙니다.
언제, 어떤 경로로 파일이 생성되었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삭제되었는지까지 확인이 가능합니다(서울고등법원 2013. 2. 8. 선고 2012노805 판결).
✅ 증거인멸의 위험성
오히려 수사 개시 이후 삭제 흔적이 확인된다면 이는 증거 인멸 시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불구속 수사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집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인멸행위시에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합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4533 판결).
실무에서는 이러한 삭제 행위가 구속영장 청구 시 '증거인멸의 우려'를 인정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서버 자료, 접속 로그, IP 정보, 결제 내역 등 기기 외부 증거는 상당 부분 확보된 상태로, 이 상황에서 개인 기기에서의 삭제 행위는 방어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증거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책임을 인정하고, 어디서 다툴 것인지를 초기 단계부터 정리하는 일입니다.
AVMOV 사건은 N번방 사건 이후 등장한 가장 규모가 큰 디지털 성범죄 수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가볍게 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불법 촬영물이나 성착취물을 시청·소지한 흔적이 있다면 죄질은 결코 가볍게 평가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영상을 직접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불법 사이트에 금원을 지급한 기록 자체가 피의자 전환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용 이력이 문제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사건 흐름을 정확히 아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현재에도.
이런 사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초기의 판단과 대응이었습니다.
섣부른 행동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전에, 법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부터 차분히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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