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서양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임영근 변호사입니다.
최근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심의가 증가하면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조치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습니다. 학폭위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사안이라 하더라도, 법원의 엄격한 법리 해석을 통해 그 처분이 위법하여 취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1. 쟁점 행위 및 학폭위 조치 내용
- 쟁점 행위 (학폭위 인정 내용)
본 사건은 중학교 G학년 H반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했습니다. 피해학생 E가 가해학생 A(원고)를 추가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사안입니다.
학폭위는 원고 A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했습니다.
"얘한테 해" 발언 및 밀치기:원고는 D에게 '얘한테 해'라면서 피해학생을 살짝 밀어 D의 피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을 부추겼음.
소극적 대처:D이 피해학생을 책상에 눕히고 어깨를 누르는 것을 보고도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도와주지 않고 행위 장소를 이탈하여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음.
학폭위 조치 내용
학폭위는 위 쟁점 행위에 대해 원고 A에게 다음의 조치를 의결했고, 교육장이 이를 처분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요지 (서울행정법원 2023. 11. 22. 선고 2023구단63706 판결)
원고(가해학생 A)는 해당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어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 학교폭력의 정의 및 해석 원칙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과 학교폭력의 정의(상해, 폭행, 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12를 고려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다음과 같은 확대 해석 경계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학교폭력의 개념을 확대해석하여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만들어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는 것에도 그 취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경미한 갈등이나 다툼에 대하여도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하게 되면 ... 가해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조치 내역이 기재됨으로써 장래에 불이익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결과만 남을 수 있다."
❌ 원고 행위의 법적 평가 (학교폭력 아님)
법원은 쟁점 행위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얘한테 해' 발언 및 밀치기:
원고가 D에게 먼저 장난을 거부했던 점, 이전에도 D가 강제로 친구를 눕히는 행위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는 D가 피해학생에게 '강제로' 책상에 눕히는 학교폭력 행위까지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고의 행위(밀치기) 자체가 독자적으로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서 학교폭력에 해당할 정도라고 볼 수 없습니다.
원고의 행위가 D의 학교폭력 행위를 인지하고 이를 부추기거나 동조 또는 방조한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소극적 대처 및 이탈:
D이 피해학생을 강제로 눕혔다가 피해학생이 이탈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수초 정도로 길지 않았던 점.
원고가 D의 행위를 사전에 알고 부추기거나 동조, 방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아직 미성숙한 중학생에게 다른 학생의 학교폭력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할 것까지 기대하기 어려운 점.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도와주지 않고 이탈한 행위' 역시 학교폭력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원고의 행위를 학교폭력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3. 시사점: 학폭위 결정의 오류 가능성과 법률 전문가의 역할
본 판결은 학폭위의 판단이 법원의 엄격한 법률적 잣대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문제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위원회 구성 시 법률 전문가의 포함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법 제17조 제1항 참조)
결과적으로:
학교생활 중 발생한 경미하고 복잡한 갈등이나 다툼을 학교폭력예방법 상의 '학교폭력' 개념에 확대 해석하여 적용함으로써, 처분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에게는 장래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조치(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가 부과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의 중요성:
저처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법률 전문가는 사안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학교폭력의 정의 및 해석에 관한 법원의 태도를 충분히 고려하여 학생들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심의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만약 학폭위의 조치 결정으로 인해 억울함을 겪고 계시거나, 조치가 과도하다고 판단되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구제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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