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금 통장주인 고소하는 것은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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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금 통장주인 고소하는 것은 무의미 

엄세연 변호사

"보이스피싱 당해서 통장주인을 상대로 고소했더니 돈 안돌려주던데요?"

실제로 상담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신 분들 대부분이 사기범이 사용한 대포통장의 명의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진행하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피해금을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인데요.

 

왜 그럴까요?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통장은 이미 금융회사에 의해 지급정지 조치가 취해진 상태이고, 통장 명의인은 그 계좌에 있는 돈에 대해 어떠한 인출권이나 처분권한도 사실상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통장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겨도 그 사람에게 별도의 재산이 없다면, 지급정지된 계좌에 묶여 있는 돈으로는 배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인 것입니다. 오늘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실질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올바른 법적 절차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장주인 상대로 소송해봐야 무의미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금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해야 하며, 그 계좌에 남아있는 잔액을 피해자들에게 환급할 의무를 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절차에서 통장 명의인의 의사나 동의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금법 제3조에 따라 지급정지가 이루어지면, 해당 계좌는 사실상 동결됩니다. 이때부터 통장 명의인은 그 계좌의 돈을 인출할 수도, 이체할 수도, 어떤 방식으로든 처분할 수도 없습니다. 법률적인 표현을 조금 정제하자면, 통장 명의인의 계좌에 대한 지급청구권 행사가 전금법상 절차에 의해 강하게 제한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많은 피해자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통장 명의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아도, 정작 돈이 묶여있는 은행 계좌에서는 한 푼도 받아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통장 명의인을 상대로 바로 그 계좌 잔액 자체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더라도, 해당 금전에 대한 처분·지배 권한이 이미 특별법상 절차로 금융회사 및 피해자 환급절차로 넘어가 있기 때문에, 통장 명의자에게 그 잔액을 돌려줄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또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도, 통장 명의인이 범죄에 가담했거나 범죄 가능성을 알면서 계좌·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계좌가 도용되었거나 다른 사기에 속은 또 다른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통상적으로는 고의·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아마 은행은 "법원 판결이 있어도 전금법에 따라 지급정지된 계좌이므로, 정해진 절차 외에는 임의로 지급할 수 없다"고 답변할 것입니다. 결국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현실적인 피해 회복 수단으로는 통장주인 상대로의 소송이 아니라 전금법에 따른 금융회사 상대 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럼 은행을 상대로 소송하면?

따라서 통장주인이 아니라 지급정지를 한 금융회사, 즉 은행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석입니다. 전금법 구조를 보면, 먼저 피해자의 신고를 기초로 지급정지가 이루어지고, 이어서 통장 명의인이 가지고 있던 예금채권을 소멸시켜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절차인 채권소멸절차가 진행되며, 마지막으로 전금법 제10조에 따른 피해환급금 결정 및 지급 단계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절차를 통해 통장 명의인의 예금채권이 일정 범위 내에서 소멸하고, 그 금액이 피해자들에게 환급되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모하게 통장 명의인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버리면, 그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미 걸어둔 지급정지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채권소멸절차와 피해환급금 결정·지급 절차가 중단되거나 진행되지 못하는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피해금을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전금법상 절차가 막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통장주인 상대 소송이 아니라 전금법에 따른 은행 상대의 정식 피해구제·환급 절차를 우선 활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

 

이 소송의 핵심은, 여러분이 정당한 피해자이며 지급정지된 계좌의 잔액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여러분의 피해금임을 법원에 소명하는 것입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은행은 전금법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지급정지된 계좌에서 직접 여러분에게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통장 명의인의 동의나 협조는 전금법상 환급 절차에서 필수 요소가 아니며, 이미 그 돈은 전금법에 의해 피해자 환급을 위해 별도로 관리되는 돈으로 취급됩니다.

변호사로써 추가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이런 소송을 생각하기 전에 반드시 해당 은행에 '피해구제 신청'을 먼저 해두어야 합니다. 전금법상 피해구제·지급정지·채권소멸·피해환급 절차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거나 환급이 거부·지연된 경우에 비로소 민사소송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지급정지된 계좌의 잔액 범위 내에서만 환급이 가능하므로, 계좌 잔액이 얼마인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송 준비할 때 꼭 챙겨야 할 것들

지급정지 및 피해환급금 지급청구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할 때는 몇 가지 실무적으로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첫째, 송금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체확인증, 통장 거래내역, 송금 당시의 대화 내용 캡처, 범죄사실 신고 확인원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금융회사에 사기이용계좌 신고를 했다는 사실과 지급정지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는 필수입니다.

 

둘째,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계좌에는 여러분 외에도 다른 피해자들의 돈이 함께 입금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계좌 잔액이 10만 원인데 피해자들의 피해금 합계가 100만 원이라면, 전금법 제10조에 따라 잔액을 피해 비율대로 안분하여 배분받게 됩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피해구제 절차를 거치면서 다른 피해자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소멸시효를 주의해야 합니다. 전금법에 따른 환급절차와 별개로,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피해 발생을 안 날로부터 3년, 피해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될 수 있으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신고하고 환급 절차를 시작해야 합니다. 실제로 "나중에 천천히 해야지"라고 미루다가 소멸시효가 지나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단순히 돈을 잃는 것을 넘어 피해자에게 큰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죠. 그렇기에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한데요. 통장 명의인을 상대로 한 고소나 소송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피해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지급정지를 실시한 금융회사를 상대로 전금법에 따른 피해구제·환급 절차를 밟고, 필요하다면 피해환급금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일반인 분들이 놓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챙길 수 있으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변호사 상담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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