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보이스피싱범들이 대출을 받기 위하여는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여 자신의 계좌로 돈이 입출금되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은 보이스피싱범들이 위 계좌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하도록 하고, 이를 다시 보이스피싱범들이 관리하는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후 위 피해자들이 계좌명의인에 대하여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기도 하는바, 이에 대하여 어떤 방향으로 대응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장에 기재된 금액 전액을 책임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귀하께서 대출 사기에 속아 통장과 OTP를 넘겨주었고, 입금된 돈으로 아무런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부당이득반환 책임은 면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통장을 제공한 행위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일부(통상 20~50% 수준) 인정될 수 있으며, 이마저도 귀하의 과실이 없음을 적극 주장하여 다퉈볼 수 있습니다.
2. 관련 법규범
부당이득 반환 책임: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하는 책임 (민법 제741조)
공동불법행위(방조) 책임: 타인의 불법행위를 알면서 돕거나, 과실로 인해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 경우 함께 손해를 배상할 책임 (민법 제760조).
3. 판례 법리
법원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 명의인의 책임을 판단할 때, '부당이득 반환 책임'과 '공동불법행위(방조) 책임'을 구분하여 판단하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부당이득 반환 책임: '실질적 이득'이 있었는가?
법원은 계좌 명의자가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여 이득을 얻은 경우가 아니라면 부당이득 반환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돈이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 명의자가 그 돈을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다른 곳에 송금하는 등 처분할 권한 없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즉시 인출해갔다면 '실질적 이득'이 없다고 보아 책임을 부정합니다.
나. 공동불법행위 책임: 계좌 제공에 '과실'이 있었는가?
계좌 명의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알면서(고의로) 계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과실로 범행을 도운 경우에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과실 판단 기준: 법원은 계좌를 제공하게 된 경위, 대가 수수 여부, 거래 방식의 비정상성,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예견가능성)'를 기준으로 과실을 판단합니다.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 계좌 명의인 본인도 대출 사기나 취업 사기 등에 속아 계좌 정보를 제공했고, 범죄 이용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되면 과실이 없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책임이 일부 인정되는 경우: 비록 속았더라도 대출 절차가 비정상적이거나(예: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등),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점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 과실 책임을 인정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피해자(원고)가 보이스피싱에 속은 과실을 참작하여(과실상계) 계좌 명의인의 책임을 손해액의 20% ~ 50%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검토 및 적용
귀하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조현미, ㈜비티올)은 '부당이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귀하의 법적 책임은 다음과 같이 분석됩니다.
가.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 대하여 (승소 가능성 높음)
귀하는 대출을 받기 위해 사기범의 지시에 따랐을 뿐,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이 즉시 빼내 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판례에서 말하는 '실질적 이득'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원에서 부당이득 반환 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 (승패가 갈리는 핵심 쟁점)
1) 귀하에게 유리한 점 (책임 부정 주장 근거): 귀하 스스로가 '대출 사기'의 피해자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입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사기범의 말에 속아 OTP 등을 넘겨주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입증할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귀하가 범죄를 돕는다는 '인식'이나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할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2) 귀하에게 불리한 점 (책임 일부 인정 가능성): 반면, 법원은 "정상적인 대출이라면 통장과 OTP까지 넘겨주지 않는다"는 사회 일반의 인식을 기준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쇼핑몰 연동, 5억 한도 설정 등의 과정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범죄 이용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 과실 책임을 일부 인정할 수 있습니다.
3) 결론: 재판에서는 귀하가 대출 사기에 속게 된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입증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설령 책임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원고들 역시 보이스피싱에 속은 과실이 있으므로 이를 적극 주장하여 귀하의 책임 비율을 최소화(예: 20~30% 수준)하거나 면제받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5. 실무상 체크포인트
소장 부본 송달 및 답변서 제출: 소장을 받으셨으므로,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패소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답변서 작성 방향:
본인 역시 보이스피싱 사기의 피해자임을 명확히 밝히고, 사기범('이유나')에게 속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상세히 기술해야 합니다.
보유하고 계신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모든 증거자료를 첨부하여 주장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피해금이 입금된 후 본인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즉시 인출된 사실(거래내역 등)을 통해 '실질적 이득'이 없었음을 주장하여 부당이득반환 책임이 없음을 강조해야 합니다.
사기범에게 속아 정상적인 대출 절차로 믿었기에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음을 주장하여 손해배상(방조) 책임 역시 없음을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예비적으로, 만약 책임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원고들 역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크다는 점을 주장하여 과실상계를 통해 책임이 대폭 감경되어야 함을 주장해야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고려: 현재 신용회복 중인 무직 상태라는 점은 민사상 배상 책임 자체를 면제시켜주는 사유는 되지 않습니다. 다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변제 능력이 없다는 점은 추후 강제집행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송을 포기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신다면 전액을 배상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상당 부분 책임을 면하거나 감경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6. 결어
저는 이처럼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속아서 범죄에 연루되었음에도 또다른 피해자들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신 분에 대하여 적절한 답변서를 작성해 드린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소송 대응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사안을 검토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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