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3846 판결】
『3.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에 관하여(제2 상고이유)
가. 원심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조합원 분담금인 이 사건 계약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와 같이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납입한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하겠다고 약정함을 내용으로 한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은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러한 환불보장약정은 총회의 결의 없는 총유물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될 수 있고, 이는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로 되어 환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궁극적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
3)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목적은 피고로 하여금 조속히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게 하여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기한인 '2020. 6.'을 지키지는 못하였으나 2022. 4. 20.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고 2023. 5. 30. 사업계획승인을 받음으로써 결국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절차가 이행되었다. 따라서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주택건설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달리 그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 당시 원고가 우려하였던 사업 불발의 위험은 소멸하였다. 설령 당초에는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신청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조기에 조합가입계약에서 벗어나려는 원고의 의사'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내용이었다고 하더라도, 2020. 6.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이 사건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당초의 의사를 묵시적으로 철회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4) 반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안정적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위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에게 분담금을 반환함으로써 피고의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후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가 피고에게 분담금 반환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동안 피고가 이미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5)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게 분담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은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는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의 분담금 회수 및 미납입에 따른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다. 그런데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신의성실원칙 위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 관련 법리 - 실효의 원칙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 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2. 지역주택조합의 환불보장약정
지역주택조합(또는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이하 지역주택조합이라 합니다.)은 가입자들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예컨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 등) 가입자가 납입한 업무대행비를 포함한 납입금 전액을 반환한다는 취지의 내용(이하 ‘환불보장약정’이라 합니다.)을 기재한 안심보장증서(또는 안심보장확약서){이하 ‘안심보장증서’라 합니다.}를 교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임을 이유로 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취소 주장
환불보장약정과 관려하여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은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납입금에 관한 특약 사항을 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에 수반하여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체결된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다. 따라서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이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 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법률행위의 일부무효의 법리에 따라 이와 일체로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환불보장 약정이 없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합가입계약은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가정적 의사를 심리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위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에 의하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인 경우에 있어서 조합원은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므로 일부 무효의 법리에 따라 이와 일체로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 역시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합원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에 대한 착오가 없었다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조합가입계약의 중요한 부분인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착오에 빠져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착오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취소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4.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과 함께 체결된 환불보장약정과 실효의 원칙 -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3846 판결
실효의 원칙의 요건은
권리의 장기간 불행사 →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함) → 새삼스럽게 권리행사, 신의칙 위반인 것입니다.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3846 판결은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로 되어 환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궁극적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위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3846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과 함께 체결된 환불보장약정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실효의 원칙을 구체화 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이에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여 무효임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내지 취소를 주장하는 경우 실효의 원칙에 반하는지는 조합원이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는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 등의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