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감점제, 정의의 실현? 아니면 또 다른 불공정의 시작?
허소현 변호사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한창 수능과 대학입시 시즌이다.
최근 서울대와 경북대, 부산대 등
전국 6개 국립대에서
학교폭력(학폭) 가해 기록이 있는
수험생 45명을
불합격 처리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게 진짜 교육이다”라는 반응과
“사춘기 시절의 실수로 평생 낙인을 찍는 것은 가혹하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구체화된 ‘학폭 감점제’, 그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번 제도는 단순한 도덕적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 입시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강력한 제도다.
각 대학별 감점 기준을 보면
그 실효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경북대는 전형 총점을 기준으로
1~3호(서면사과, 접촉금지 등)는 10점 감점,
4~7호(교내·사회봉사, 출석정지 등)는 50점 감점,
8~9호(전학, 퇴학)는 무려 150점 감점을 부과한다.
이는 사실상 중징계를 받은 학생은
수능 만점을 받아도 합격이 어렵다는 의미다.
부산대역시 강력하다.
학생부 교과·논술전형(100점 만점)에서는
1~3호 30점, 4~5호 60점,
6~9호 80점을 감점하고,
정시(1000점 만점)에서는
각각 300점, 600점, 800점이 감점된다.
전북대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보이지만,
1~3호 5점, 4~5호 10점,
6~7호 15점, 8~9호 50점을 감점한다.
이처럼 대학별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1~2점 차이로 합격이 갈리는 입시 현실을 고려하면
감점제는 형식적 제도가 아닌
실질적 ‘입시 불합격제도’로 작용한다.
게다가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이 학폭 기록을
의무적으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일부 교육대학교(서울교대·부산교대·경인교대·진주교대 등)는
학폭 조치의 경중과 무관하게
모든 전형에서 지원 자체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 책임은 당연하지만… ‘조치의 공정성’은 또 다른 문제
많은 사람들은
“잘못한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조치 결정이 100% 정당하고 정확하다면,
그 결과를 감수하는 것이 교육적 정의일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사건을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면,
모든 조치가
그렇게 명확하고 공정하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건 중에는
허위 신고로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가해자로 지목되어 억울하게 처분을 받은 사례
서로 (쌍방) 가해행위가 있었음에도 한쪽만 가해자로 결정된 ‘맞폭’ 사례
충분한 소명 기회조차 없이 조치가 내려진 사례
이처럼 조치 결정에 대한 의문이 남는 상태에서,
그 기록이 대학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 피해는 단순히 ‘징계’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인생 전반을 바꿀 수 있다.
조치를 뒤집는 길은 멀고 험하다
잘못된 조치를 받았을 경우,
학생과 보호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법률 지식이 없는 개인이 혼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크고,
자료 제출·의견서 작성 등 절차가 까다롭다.
또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학생과 부모는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지내야 하고,
한편으로는 분노와 억울함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처분을 받는 경우라면
사실상 당해 연도 수능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억울함을 소명했음에도
조치가 유지되는 사례가 실제로 많다.
“책임”과 “공정”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을 직접 대면하고
그들과 그 가족들을 대리하여
사건을 수행하면서
제3자인 나조차 울음이 터지는 사건들이 많다.
피해학생과 그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오롯이 가해자측에서 책임지는 것이 옳다.
뿐만 아니라
학폭을 방치하는 사회는 교육의 기능을 잃는다.
그러나 공정하지 않은 조치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입시에 반영된다면,
그 또한 정의라고 부를 수 없다.
학폭 감점제는
분명히 폭력 근절의 강력한 신호이지만,
동시에 조치 결정의 정확성과
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그 제도는 또 다른 불공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학폭 감점제가 정의의 실현으로 남을지,
또 다른 불공정으로 남을지는
이제 ‘공정한 조치’가 실제로 얼마나 이뤄지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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