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달책(40차례) - 구속취소, 불기소처분
보이스피싱 전달책(40차례) - 구속취소, 불기소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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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전달책(40차례) 구속취소, 불기소처분 

박지훈 변호사

구속취소, 혐의없음

요즘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보이스피싱 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 범죄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수사기관 역시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전달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동일하게 범죄자로 단정하고 구속·기소하는 관행입니다. 최근 제가 맡았던 한 사건은 이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의뢰인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몇 차례 돈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것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에 이용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전달 횟수가 40여 차례에 달한다는 이유만으로 의뢰인을 조직의 일원으로 의심했고,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하여 구속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언론에서 접하던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니 사정은 달랐습니다. 의뢰인은 조직과 직접 연락한 적도 없었고, 범죄 수익이라는 인식도 없는 상태에서 단순 심부름을 반복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대가 역시 고작 몇 만원 수준으로, 범행에 가담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뢰인은 경찰 조사에서부터 일관되게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진심으로 반성했고,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런 점들을 하나하나 소명하며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핵심은 “전달 횟수”라는 양적 요소가 아닌 의뢰인의 주관적 인식과 가담 정도라는 질적 요소를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의도를 추정하는 것은 위험하며, 기계적 잣대로 개인의 형사책임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이 치밀하게 역할을 분리해놓기 때문에 말단 전달책조차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수사기관도 이러한 점을 받아들였습니다. 의뢰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취소되었고, 결국 ‘고의 부족’ 및 ‘가담 정도 미약’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수사 초기만 해도 “40여 차례 전달”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죄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사건이,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검토하고 법리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 = 모두 중범죄자”라는 단순한 등식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였습니다. 물론 보이스피싱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범죄이고, 단순한 전달책이라도 피해 발생에 기여한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고의가 있었는지, 범행 구조를 인식했는지, 이익을 취했는지, 역할이 조직적이었는지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공정한 형사사법이 작동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책임”입니다. 전달책이라는 결과만 보고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대신, 행위자의 인식과 의도를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정의에 부합합니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 치열한 법리 검토와 적극적인 변호 활동을 통해 억울한 구속을 막고 무죄에 준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자, 형사사법 절차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단순한 엄벌주의를 넘어, 범행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진짜 주범과 말단의 경계를 정확히 가려내는 수사와 재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동시에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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