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개요
매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다른 법무법인과 업무상횡령죄 형사공판 1심을 진행하던 의뢰인인 대표이사가 1심 업무상횡령죄 유죄판결 선고를 받고 저희 법인에 찾아오신 사건으로, 형사재판 항소심 사건, 형사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변론기일이 연기되어 있던(추정되어 있던) 민사 이사해임청구의 소 1심, 그리고 관련하여 직무정지가처분 사건까지 모조리 저희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의뢰인 갑과 상대방 고소인(원고) 을의 동생 병은 대형 슈퍼마켓을 함께 운영하기로 하고, A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5:5 지분으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같은 업종에 해당하는 슈퍼마켓을 개설하면서 B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역시 5:5 지분으로 하였습니다. 다만 실제 동업자 병은 자신의 명의를 사용할 수 없어 자신의 형 을의 명의로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이었기 때문에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한 것은 이해가 되고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업종의 차별성 없이 소유자들이 사실상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슈퍼마켓 두 개를 별개 지역에 개설하면서 굳이 그에 대응하여 별도의 법인 두 개를 설립하여, A회사가 A슈퍼마켓을, B회사가 B슈퍼마켓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위와 같이 두 개의 주식회사를 설립한 까닭은, 동업자 갑과 병은, 갑은 A슈퍼마켓을 운영하고 병은 B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슈퍼마켓 개설 초기에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가며 돕다가, 나중에 슈퍼마켓 경영이 모두 안정되면 갑은 A슈퍼마켓을 단독 소유하고 을(병)은 B슈퍼마켓을 단독 소유하기로 약정했는데, 이처럼 '서로 도움 주고 받기'와 '추후 각 마켓을 단독 소유하기'라는 약속 이행을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그리고 '주식회사' 대표가 되면 '간지'가 나기 때문에, 굳이 주식회사를 두 개나 만들면서 각 회사가 마트 하나씩 운영하는 형태를 취했다고 합니다.
납득이 잘 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의뢰인 갑과 상대방 병은 위와 같이 슈퍼마켓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갑의 A슈퍼마켓의 운영은 굉장히 잘 됐으나 병의 B슈퍼마켓의 경영은 어려웠고, 코로나19로 인해 유독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병은 갑에게 B슈퍼마켓(B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갑은 'A회사의 돈 상당액'을 B회사에 지원해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행정청의 식품위생법령 단속 회피 목적으로 갑의 배우자가 A슈퍼마켓 입구 밖 부분을 임차하여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꾸미기 위해 A회사 돈을 갑 배우자에게 이체했다가 다시 갑 배우자가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이를 A회사에 지급하여 계좌거래내역을 만드는 것 등에 대해 갑과 병은 서로 협의하며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병이 운영하는 B슈퍼마켓은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하고 망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병은 자신의 B슈퍼마켓은 폐업했는데 갑의 A슈퍼마켓은 잘 운영되는 것을 보고, 갑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였습니다. 갑이 이에 응하지 않자 병은 A회사 실질 주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A회사에 대한 엄청난 배당금 지급을 요구했고, A회사 경영을 감시하겠다면서 매일 A슈퍼마켓에 나타나 돈을 요구했으나, 갑은 병의 위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병은 위와 같이 '자신이 B슈퍼마켓에 금전지원을 요청'했음에도, "갑이 A회사의 대표이사임에도 A회사 돈을 갑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B회사에 주총결의도 없이 무단으로 지원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갑을 수사기관에 업무상횡령죄 혐의로 고소하였고, 업무상횡령죄를 이유로 갑에 대해 A회사 대표이사해임청구의 소 및 직무정지가처분을 신청한 것입니다.
업무상횡령죄 핵심 쟁점 - 1인 주식회사의 횡령죄/배임죄 성립 여부
1인 주식회사(1인 회사)란 주식회사의 주주가 1인인 회사로, 1인 주주로 이루어진 회사를 말합니다. 위 사안은 '2'인 회사이나, 1인 회사의 문제는 이 사안과 같이 극소수의 주주로 구성된 회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사안 형사사건에서의 핵심 쟁점입니다.
본래 대법원은 1인 주식회사에서 해당 주식회사의 재산을 1인 주주가 설령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 회사의 손해는 모두 회사 주인(구성원)의 손해로 귀속되고, 1인 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1인 주주에게 횡령죄나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74. 4. 23. 선고 73도261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은 이후 법인과 개인(주주)은 법률상 명백히 별개의 인격이라는 민사상 확립된 법리를 토대로, "주식회사의 주식이 사실상 1인 주주에 귀속하는 소위 1인회사에 있어서도 행위의 주체와 그 본인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며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배임죄의 죄는 기수가 되는 것"이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판례를 변경하여 1인회사의 배임죄 성립을 긍정했고[1983. 12. 13. 선고 83도2330 판결(전합)], 횡령죄에 있어서도 "1인회사에 있어서도 회사와 주주는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어서 1인회사의 재산이 곧바로 그 1인 주주의 소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실상 1인주주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금원을 임의로 처분한 소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판시를 하면서 1인 주주가 회사재산을 영득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9. 5. 23. 선고 89도570 판결 등 참조).
업무상횡령죄 1심 유죄 선고
결국 위와 같은 확립된 판례에 따라, 갑은 수사기관에서 "동업자이자 갑 외에 유일한 나머지 실질 주주인 을의 요청으로 병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회사에 돈을 지원한 것에 불과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병'만 이익을 봤고 갑은 아무 이익도 보지 못하고 실질적인 손해만 봤는데 횡령이라니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무죄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위 1인회사 배임/횡령의 법리에 따라 갑을 기소했고, 1심 법원에서도 갑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됐습니다(갑은 무죄를 확신했고 - 다른 이전 법무법인도 무죄를 강하게 주장 - 굳이 동업자를 고소하고 싶지 않아서 병에 대한 횡령죄 고소(갑이 횡령범이라면 이를 교사한 병이 공범이 되는 것은 당연하므로)를 진행하지 않았고, 수사기관도 굳이 을에 대한 인지수사는 하지 않음).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의 진행
을 측은 위 갑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자마자 곧바로 상법 제385조 제2항 소정의 이사 해임 청구 사유인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법령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에 당해 유죄판결이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갑의 대표이사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판례는 이사의 횡령이나 배임이 있는 경우,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한 때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3/10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데(상법 제385조 제2항), 여기에서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란 이사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고의적인 행위를 의미하고,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라 함은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에 견줄 정도로 이사가 고의로 법령이나 정관을 심히 위반하여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저버림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피고 C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 자금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 자금을 회사를 위하여 적정하게 보관·관리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2008. 4.경부터 2014. 10.경까지 12억 원이 넘는 회사 자금을 피고 회사 업무와는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여 피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이사의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이면서 법령 위반행위로서 그 행위의 내용과 횟수, 기간, 피해액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법 제385조 제2항이 정한 이사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6. 4. 28. 선고 2015가합101367 판결 등 참조)."는 취지의 판시를 통해 당연히 상법 제385조 제2항 소정의 이사 해임 청구 사유인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법령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에 이사의 횡령이나 배임은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민사 직무정지가처분에서는, 1) 현재 형사재판 1심 횡령 유죄판결에 항소하여 2심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1심 유죄판결이 선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인 점, 2) 형식적으로 볼 때 2인회사의 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당해 회사 재산을 역시 자신이 주주로 있는 다른 회사에 유출한 것도 사실인 점에 비추어 형사법적으로 현재 1인회사 횡령/배임 법리가 상당히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갑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죄가 아니다"라고 너무 드러내고 항변하는 것은 자제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당연히 전형적인 1인주주의 회사 재산 유출과 그 양상을 달리하여 횡령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의뢰인 갑이 그와 같은 회사재산 유출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집중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갑은 사익 추구를 위해 A회사 재산을 B회사에 빌려준 것이 아닌 점, B회사는 오히려 병이 경영하는 회사이고 추후 병이 단독 소유하게 될 회사인 점, B회사에 대한 자금요청은 이 사건의 실질 원고, 가처분 신청인, 고소인인 병이 직접 갑에게 부탁한 것이고 그에 따라 갑은 A회사의 동등한 최대주주인 병의 위의 요청 하에 병이 운영하는 B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형사적으로 갑의 위 행위가 횡령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갑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고 이사 지위에서 해임을 요구하는 을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위 횡령행위를 교사하고 동의하고, 횡령행위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본 을 측이 '법원 판단'을 통해 A회사 경영권까지 획득할 수 있게 된다는 식의 구체적 타당성이 완전히 결여된 부당한 판단이 내려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대응하였습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 결과
다행히 법원은 저희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1) 대표이사가 업무상횡령죄 1심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고 해임시킬 정도의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서 더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2) 단순히 형사 1심에서 횡령 유죄판결이 선고됐다는 것만으로 대표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다거나 가처분을 통해 시급히 직무에서 배제해야 할 필요성이 소명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여, 을(병)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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