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의 경우, 통상 소변검사를 통해 간이검사를 진행하고, 모발 및 기타 체모 일부를 절단하여 정밀검사를 진행합니다.
간이시약키트를 사용하여 진행하는 소변 검사는 검사 후 10분 내외로 양성인지 음성인지 결과가 나오는데, 투약한 마약류가 체내 신진대사 과정을 거친 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는 점을 이용한 검사로, 평균 10일 내외 투약한 마약 성분이 검출됩니다.
그렇기에, 수사기관에서는 소변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더라도, 마약 투약의 정황이 있는 경우에는 모발을 통할 정밀검사를 실시합니다. 정밀검사의 경우 모발을 검사하는 것이 보통이나, 다리털 등 다른 신체 부위의 체모와 손발톱을 통해서 검사하기도 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염색을 하거나 전신 체모를 제거하는 행위 함으로써 마약 정밀검사를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행위에 대해 종종 접할 수 있는데, 다양한 신체 부분을 통해 검사가 가능하므로 이러한 행동은 어히려 증거인멸을 통한 구속영장발부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모발 정밀감정 증거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디까지 유죄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약 사건에서 모발 정밀감정 증거의 한계"에 대해 대법원 판례(2023도8024)를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필로폰을 희석하여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주사하는 방법으로 이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수사과정에서 필로폰 투약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증거들이 확인되었습니다.
1) 길이 4~7cm의 모발 약 20mg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었는데, 모발의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을 통한 감정이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자 압수수색)
2) 피고인의 모발(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 모근부위 길이 약 3㎝에서 길이 약 6㎝까지의 절단모발, 모근부위 길이 약 6㎝에서 끝까지의 절단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고, 피고인의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 2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자 압수수색)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2021. 8. 24. 압수된 피고인 모발 중 ‘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에서 ‘메트암페타민 등’ 성분이 검출된 점, 피고인은 늦어도 2021. 7. 2. 경부터 2021. 8. 1. 경까지는 위 차량을 운행하였는바, 위 기간 내에 소형주사기 9개가 위 차량의 트렁크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변경된 공소사실의 일시에 일회용 주사기를 이용한 투약의 방식으로 필로폰을 투약하였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피고인에게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참고로 원심법원에서 판단한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시점은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 사이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는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4~7㎝가량의 모발에 대해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필로폰의 투약시점을 특정할 수 없음은 물론 모근부위부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도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6~9㎝가량의 모발의 모근부위부터 3㎝ 단위로 절단한 3개 구간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인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까지 필로폰 투약의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투약 방법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보이지 않는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소변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에서도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음은 물론 위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에서도 피고인의 사용을 추단케 할 만한 DNA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양쪽 팔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근접 촬영이 이루어졌음에도 주사 자국조차 발견되지 못한 점 등은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공소제기된 범죄 일시"와 "절단모발을 통한 정밀감정 결과"입니다.
우선 공소사실에 의하여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한 기간이 2021. 7. 4.부터 2021. 8. 5. 사이로 특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2021. 7. 4. 이전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더라도, 2021. 7. 4.부터 2021. 8. 5. 사이에 재차 투약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2021. 7. 3.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루어진 모발 정밀감정 결과는 당연하지만 2021. 7. 3. 이전의 투약 내용만을 확인해줄 뿐이므로, 이번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때는 절단모발 감정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통상 모발이 1달에 1cm 정도 자란다고 가정한다면, 2021. 7. 3.보다 약 4~7개월 이전의 어느 기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였음을 입증할 뿐입니다.
2021. 8. 24.자 압수수색에 따른 모발 정밀감정에서는 총 9cm의 모발에 대해 3cm씩 절단하여 검사하였고 0~3cm/3~6cm/6~9cm의 모든 모발에서 모두 필로폰 성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2021. 7. 4. 이후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1~2달 전 및 그 이전 기간 동안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면 위 모발 정밀감정 결과 모든 절단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피고인이 공소제기된 일시에 필로폰을 투약한 것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들이 추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 바, 대법원은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시 내용에 따라 피고인에게 필로폰 투약 관련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발 정밀감정을 통해 약 1년 전 투약한 마약 내역까지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형사소송에서 유죄 판단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하고 있고, 투약가능한 기간을 무기한 늘려서 공소제기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므로, 모발감정 결과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모든 사건에서 유죄판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변호인과 함께 논리적/법리적으로 대응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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