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은 결혼 생활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이혼과는 달리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부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소설가 이외수씨와 부인 전영자씨의 경우 결혼 생활 44년만에 졸혼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이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에는 부인 전씨는 남편의 간호를 위해 졸혼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죠.
이혼이 아닌 졸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이혼과 달리 법률상 배우자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일겁니다.
그래서 보통 부부가 졸혼합의서를 쓸 때 가장 먼저 넣는 문구가 바로 '각자의 사생활에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어요.
'사생활에 참견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면 졸혼 상태에서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도 괜찮을까?'
오늘은 졸혼과 부부의 의무 중 성적성실의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졸혼합의서의 효력
졸혼 합의서는 부부가 서로의 생활 방식에 대해 합의하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을 문서화하는 것입니다.
보통 자주 등장하는 졸혼합의서 문구들에는 ‘개인적인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 ‘유학 간 아이의 일에는 적극 참여한다’, ‘남편은 월 생활비 XX만원을 준다’ 또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졸혼을 유지한 뒤 이혼한다' 등의 내용이 담깁니다.
일반적으로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졸혼합의서가 작성된 것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재산 분할, 생활비 지급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공증까지 받아둔다면 위반시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졸혼 합의서를 아예 이혼 조정조서에 기재하기도 하는데요,
졸혼을 유지하되 졸혼 합의를 위반하거나 특정 기간 후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재산분할 비율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이 향후 이혼 재산분할에 대비해 재산을 미리 처분하거나 은닉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고 졸혼 후 추가의 소송없이 재산분할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졸혼 후 다른 이성 만나는 것도 사생활일까?
졸혼 합의서에 '개인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는 경우 상대방이 다른 이성을 만나거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다면 이 역시 사생활 문제이니 간섭할 수 없는걸까요?
졸혼은 여전히 법률상 배우자의 신분이 유지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민법이 정하고 있는 부부간 의무, 동거/부양/협조/성적성실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졸혼하고 별거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는 부부의 의무에 반하지만 두 사람의 상호 합의가 있는 경우라면 가능합니다.
민법 제826조 단서조항에는 부부간 동거의무에 대해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부가 일시적으로 별거에 합의한다면 별거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는 졸혼 합의서에 사생활 간섭 금지 조항이 있다는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판례는 "졸혼 계약서가 부부 사이에 부정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성적 성실의무까지 면제해주지 않는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졸혼 상태에서 상대방이 외도하면 이는 유책사유가 되며 제3자에게는 상간소송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안전하게 졸혼하는 방법 '별거 조정'
별거 조정이란 가정법원이 부부간에 일정 기간 동안 '별거'를 명함으로써 부부 관계 회복 및 합의 도출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절차로 가족 및 친족 간의 분쟁을 가정법원이 중재하는 가사조정의 일부입니다.
별거 조정은 부부 중 한쪽은 이혼을 원하고 다른 한 쪽은 원하지 않는 경우, 또 부부 일방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을 때, 법원이 두 사람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절차입니다.
별거 조정 절차 역시 가사 조정 절차와 같아 부부 중 한 쪽이 법원에 조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대방에게 송달된 후 조정 기일이 잡히면 출석해 상대방과 구체적인 별거 조정 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합니다.
별거 조정은 별거 기간 동안 협의한 내용을 지키도록 노력하되 만일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혼 청구를 다시 해 혼인 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으므로 이혼 소송에 준하는 세세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조정조서에 기재되는 졸혼의 조건에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합의내용이 기재됩니다.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제사 등 가족행사에 상대방을 동반하지 않으며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기
-서로 상대방과 협의 없이 거액의 부채를 발생시키는 등 부부 재산 상황의 변동을 일으키지 않기
- 남편 B 씨는 주취상태에서 A 씨와 자녀들에게 폭언,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하지 말 것
- 남편 B 씨는 자유롭게 면접교섭을 하되 21시 이후에는 방문하지 않기
- 주취상태에서는 면접교섭을 하지 못한다
- A 씨가 자녀들과 거주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1500만 원을 지급하고, 매달 양육비 300만원을 지급하라
이 같은 조정 결정은 사건 당사자 양측이 받아들이면 확정된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법적인 효과를 가지게 되고 만일 이러한 조정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혼 소송에서도 졸혼 조건의 불이행을 근거로 소송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어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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