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증여계약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본 까닭은
'전재산 증여계약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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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증여계약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본 까닭은 

유지은 변호사

부친이 자녀들에게 전재산을 물려준다는 증여계약서가 있습니다.

이 계약서는 자녀들이 부친에 요구한 것입니다.

날인이 이루어졌고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증여 대상 재산인 부동산도 매각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부친 마음이 바뀌어 매각대금을 약속대로 자녀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자녀들은 계약대로 이행하라며 소송을 냈죠.

하지만 법원은 이 증여계약서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라며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왜일까요?

부모 자식간이라도 감정이 개입되어 증여계약 내용이나 형식 등이 반사회적일 경우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증여계약의 무효요건인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전 재산 증여계약서' 작성 배경은 내연녀에게 재산을 뺏기지 않으려고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증여 계약 내용이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판례는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등 참조)고 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법률행위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인지는 그 법률행위가 유효로 인정될 경우의 부작용, 거래자유의 보장 및 규제의 필요성, 사회적 비난의 정도,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는 입장입니다.

위 판례를 바탕으로 아래 증여계약서를 한번 보시죠.

증여 계약서

피고는

1. 이 사건 아파트를 2023. 7. 10.까지 매도 후 매도 금액을 원고들에게 매도 즉시 증여한다. 주택 양도세는 피고가 부담하고, 근저당 1번에서 3번까지도 피고가 해결 후 매도한다. 증여 실행을 위해 위 부동산에 대해 원고 A이 30억 가압류를 설정하는 데 동의한다.

2. 증여 금액 확인을 위해 개인 또는 대주주 지위에 있는 법인의 재산을 2023. 4. 9. 원고들에게 확인시켜줬고 그 외 재산이 있거나, 차명 재산이 있거나, 해외 재산이 1원이라도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일주일 내에 전 재산을 원고들에게 증여한다.

3. 위 2항에서 확인한 국내 계좌는 인터넷에서 통합계좌 확인을 통해서 했고, 확인된 개인 계좌는 U, V, W, X, Y, Z, AA, BB, CC이고, 인터넷 뱅킹으로 표시되지 않는 비밀 계좌는 없다. 비밀 계좌가 있을 시에도 2항과 같은 조건으로 전 재산을 A, B, C에게 증여한다.

4. 위 2항에서 확인된 해외계좌는 홍콩에 DD계좌만 있고 2023. 4. 10. 기준으로 첨부된 거래 명세서 외에 최근 1년 사이에 추가적인 거래 내역이 전혀 없다는 피고 진술에 거짓이 없고, 해외에 다른 계좌가 있거나 기술한 내용과 다를 경우 위 2항에 의거해 전 재산을 같은 조건으로 증여한다.

피고는 부친을 말하고 원고는 자녀들입니다.

계약서 내용을 읽어보시니 어떠신가요?

가장 걸리는 부분은 바로 '다른 재산이 1원이라도 발견될 경우 전 재산을 증여한다.'는 항목입니다.

아무래도 피고인 부친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서같다는 생각이 들죠?


자녀들 주장은 이렇습니다.​

해당 부동산은 부모님 공동명의였다가 어머님이 사망하면서 해당 상속지분을 아버님이 모두 가져가는 것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답니다.

그런데 부친이 심장수술 후 퇴원한 집에 가보니 아버지의 내연녀가 있었다는 거죠.

더군다나 아버지가 내연녀와 함께 살거라고 선언을 했답니다.

사업체를 운영중인 아버지가 어머님 재산까지 모두 상속받은 뒤 내연녀에게 전 재산을 뺏기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적어도 어머님의 체취가 남아있는 집만큼은 자식들에게 넘겨달라고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래요.

그런데 왜 어머님이 살던 집 증여외에 단서가 붙은 '전 재산 증여계약서'를 쓴 것이냐.

자식들은 내연녀와 동거중인 아버지가 미웠다고 해요.

이렇게 된 거 모친이 남긴 부동산만 증여받으면 절연할 생각이었대요. 혹시 절연한 이후라도 자식들을 배신하고 몰래 내연녀에게 은닉재산을 넘겨줄까봐 감정이 상해 단서조항으로 넣은 거랍니다.

자식들 서운한 마음도 이해안갈건 아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이 결국 어머님이 남긴 집조차 자식들이 물려받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말았어요.

계약서 작성 당시 상황, 자녀들의 태도, 부친의 건강 상태, 계약서에 담긴 단서 조항 이 모든 것이 반사회적이라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증여계약서 작성 당시 부친의 의사능력이 있었음에도 증여 무효라고 판단한 이유

수원지방법원 2023가합20283판결

보통 부모가 자식들 앞에서 직접 체결한 증여계약이 무효가 되는 조건 중 가장 비중이 큰 원인은 바로 증여자의 의사무능력 상태입니다.

치매질환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계약서를 스스로 체결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해당 증여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다만 치매라고 하더라도 초기여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고 계약 당시 의식이나 의사 표현이 명료한 상태였다면 이 증여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피고 부친은 증여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심장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의사능력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고가 퇴원 후 약 12시간 동안 어떠한 안정과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원고들로부터 증여계약 요구를 받았고, 퇴원 다음 날 새벽 01:00경 이 사건 증여계약서에 날인을 하고난 뒤에야 위 상황이 종료되었던 점으로 보면, 원고들은 피고의 건강상태가 취약한 시점을 이용하여, 강압적으로 이 사건 증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습니다.

계약 내용의 반사회성

수원지방법원 2023가합20283판결

더군다나 ‘원고들이 확인한 피고의 전 재산과 달리 추가적인 차명재산 등이 1원이라도 있을 경우’ 피고의 전 재산을 원고들에게 증여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피고가 이 사건 증여계약 무렵 모든 계좌 등 재산 내역을 정확히 기억하여 원고들에게 알려주기 어려웠던 사정을 고려하면, 위 조건은 사실상 전 재산을 증여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자체로 피고의 재산권을 박탈하여 생존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피고와 원고들이 절연하는 것이 전제된 점을 더하여 보면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자녀들은 소송에서 패소했고 부모자식간 앙금을 깊게 남았습니다.

어쩌면 부친의 전 재산은 내연녀에게 모두 갈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면 자녀들은 다시 내연녀를 상대로 유류분 소송을 하게 될겁니다.

이런 판결 소식을 접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감정을 조금만 배제하고 법률조력을 받아 신중히 접근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것 같아도 굽이굽이 돌아 큰 바다에서 다시 만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족간 재산분쟁은 가급적 상황이 악화되기전에 이성적인 법률가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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