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최근 몇 년간 경제 불황과 고금리 상황 속에서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 프로그램이나 이른바 ‘공유경제형 재테크’라는 명목의 사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투자나 상부상조 형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다단계식 자금 돌려막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 피해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구조를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단순히 투자자이자 홍보 참여자 정도로 연루된 사람들이 수사 과정에서 ‘관리자급’ 혹은 ‘주도적 공모자’라는 무거운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건 역시 그러했습니다. 제 의뢰인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인의 소개를 통해 한 재테크 프로그램에 투자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업의 ‘중간관리자’ 혹은 ‘핵심 운영자’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고, 결국 검찰로부터 무려 징역 10년의 실형을 구형받는 초유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전과도 없었고, 실제로 얻은 이익도 없고 오히려 피해만 많은 상황이었는데도 그러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저희가 어떤 방식으로 의뢰인의 결백과 정상 참작 사유를 입증했는지, 그리고 결국 집행유예라는 고무적인 결과를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이 사건의 출발은 2023년 봄이었습니다. 의뢰인 박OO씨(가명)는 평범한 40대 직장인으로, 한 지인을 통해 ‘A 재테크 클럽’이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 모임은 상부상조 성격의 투자 프로그램으로서 일정 금액을 예치하면 순환 방식으로 투자금이 불어나고, 후발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전원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운영진 측은 “합법적인 재테크이며 이미 수천 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라고 홍보했습니다.
박OO씨는 처음에는 소액을 투자했습니다. 투자금은 3개월 주기로 30%, 60%, 100%의 순차적 이익을 보장받는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몇 차례 초기 수익금을 수령하자, 그는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돌아간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가 ‘투자자’에서 ‘권유자’로 자연스럽게 포지션이 바뀌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박OO씨는 지인들에게 투자 사실을 알렸고, 몇몇 지인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같이 하면 좋겠다” 정도의 인식이었고, 이 모임의 불법성이나 다단계 구조는 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박OO씨는 자신을 통해 모임을 알게 된 지인들이 피해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발벗고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4년 초, 이 재테크 프로그램이 사실상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전형적 돌려막기 구조였음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집단 고소를 제기했고, 경찰은 이 사건을 대규모 사기·유사수신행위 사건으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수사의 초점은 운영 총책과 핵심 관리자들에게 맞춰졌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OO씨는 ‘사실상 주범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노력했던 것이 오히려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박OO씨를 지목하게 하는 트리거가 되었던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박OO씨를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서울 지역 본부장’이라는명칭을 붙여, “총책의 오른팔격인 관리자급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하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총책이 구속되었기에, 이 사건은 엄청난 규모를 가진 사건(피해자는 몇백 명에 달하였고, 총 피해액도 매우 큰 액수였습니다)치고는 비교적 신속하게 구공판으로 넘겨졌습니다.
의뢰인은 저를 만나기 전 선임했던 변호사에게서 “평생 감옥에서 살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은 것도 무조건 다 했다고 인정하고 빌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받고 아무것도 다투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OO씨가 단순 홍보 수준을 넘어 투자자 모집 구조 속에서 핵심 연결 고리 역할인 ‘서울 지역 본부장’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1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구속되어 있는 총책에 이어 두 번째로 무거운 구형량이었습니다.
변론이 종결되고 징역 10년이라는 엄청난 구형을 선고받은 다음에야, 뒤늦게 저를 찾아오시게 되었습니다. 10년의 구형이 나온 상태에서 다시 변론 재개가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이대로 두면 실형, 그것도 장기형이 나올 것이 분명하였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의뢰인과 의뢰인의 가족, 그리고 새로 선임된 변호사인 저는 의뢰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우선 사건 선임계를 제출하자마자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열람등사하여 확인하였습니다. 우선 수사 단계의 경우, 초기 수사에서 변호인 도움 없이 혼자 조사에 임한 탓에 일부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리하게 해석된 상태였습니다. 공판 단계에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선임 직후 즉시 변론 재개를 신청해 재판부로부터 방어권 보장을 위한 추가 변론 기회를 확보했습니다. 이어 사건 전 과정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여 단순 투자 시기, 지인 소개 시점, 소규모 모임 참여 시점 등을 세밀히 구분했고, 이를 통해 박OO씨가 핵심 관리자라는 검찰 주장의 허점을 드러내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또한 투자금 입출금 내역을 확보해 초기 투자 후 추가 이익을 본 사실이 거의 없음을 입증하고, 재테크 클럽에서 활동한 다른 사람들의 진술서나 녹취록, 그리고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있던 회원 명단 파일을 통해 박OO씨가 본부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리적으로도 공모공동정범의 요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구성요건, 미필적 고의 법리를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계획에 대한 의사의 결합,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기능적 행위 지배, 범죄 전체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있어야 하지만 기록을 살펴본 결과 박OO씨의 행위는 대부분 단발적이고 수동적이어서 고의가 매우 약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실제 사업 설명 자료와 운영진이 발송한 문자 메시지, 초기 투자자들의 진술서 등을 통해 관련자들이 불법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점, 이러한 조직의 특성상 투자자와 권유자를 명확하게 나누기가 어렵다는 점을 소명했습니다.
또한 범행기간 특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검찰에서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박OO씨의 범행기간을 총책의 범행기간과 동일하게 산정했는데, 계좌거래내역을 보면 실제 해당 클럽과 연관된 기간은 그것보다 8개월 이상 짧아서 매우 차이가 컸습니다. 그래서 범행기간 수정을 위한 공소장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도 별도로 제출하였습니다.
이외에 양형변론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기에(피해액이 너무 커서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상황), 저희는 각종 사실확인서, 선처탄원서, 가족관계증명서, 준법서약서, 반성문, 그리고 장기간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건강 악화 상태 자료까지 제출해 피고인의 죄질이 검찰이 주장하는 것만큼 중한 것이 결코 아니고, 재범 위험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추가 심리 과정에서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박OO씨가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참여했을 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공판이 거듭될수록 재판부는 박OO씨의 역할이 과연 관리자급 공모자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실제로 지시·관리 행위를 했다는 직접 증거가 있는지를 물었지만 검찰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공동피고인 중 일부가 법정에서 “박OO씨는 본부장이 아니다”라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이 점점 더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당연히 최종 양형에서도 중요하게 반영됐습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다시 한번 박OO 씨가 서울 지역 본부장이 맞다고 강조하면서, 다수의 투자 피해자 모집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희는 이에 맞서 최후 변론에서 박OO씨가 실질적으로 본부장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가 아무것도 없고, 그저 풍문 정도의 전문진술들 뿐이며, 반대로 실질적으로 역할을 한 것이 별로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박OO씨가 이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취한 것이 전혀 없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오히려 본인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한 피해자에 가까운 상황임을 부각했습니다.
3. 사건 결과
저희 의뢰인의 억울함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었지만, 워낙 구형이 높게 나왔기에, 판결 선고 직전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재판부는 박OO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판결문에서는 ‘피고인이 본부장이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명확히 설시해 주기도 했습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가 나온 것만큼이나, ‘본부장’이라는 오명을 벗게 된 것을 기뻐했습니다. 한 가정의 가정이자 아버지였던 박OO씨는 이로써 중형 실형 위기에서 벗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습니다. 사건을 이끌어온 변호사로서 저의 보람과 성취감 또한 매우 컸습니다.
4. 마치며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초기 수사 대응에서 변호인 역할의 중요성입니다. 의뢰인 분은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될 만큼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초기 수사에서 변호인 조력 없이 조사받아 불리한 진술이 그대로 기록됐습니다. 만약 초기에 변호인을 선임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했다면 실형 구형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으로는, 공모공동정범 판단의 엄격성 문제입니다. 각종 다단계나 재테크, 투자 조직에서는 단순 투자자와 실질 운영자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공모공동정범으로 의율한다면 형사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공모 인정 요건을 다시 한 번 엄격히 적용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 투자자가 어떻게 중간관리자라는 누명을 쓰고 중형 위기에 몰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변호인을 선임하여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며,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한 결과 집행유예라는 선고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초기 진술과 대응은 향후 재판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혹시 유사한 사건에 연루되셨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서아람 변호사는 언제나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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