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원인급여 반환약정의 효력
불법원인급여 반환약정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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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원인급여 반환약정의 효력 

김은철 변호사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다272910 판결】

『2. 판단

가. 불법원인급여 후 급부를 이행받은 자가 급부의 원인행위와 별도의 약정으로 급부 자체 또는 그에 갈음한 대가물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은 그 반환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여기서 반환약정의 무효 여부는 반환약정 자체의 목적뿐만 아니라 당초의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경위, 쌍방 당사자의 불법성의 정도, 반환약정의 체결과정 등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고, 반환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은 수익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E가 당초 도박자금 명목으로 원고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 원고에게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해 줌으로써 5,000만 원을 반환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을 하였고, 피고도 그 반환약정에 따른 채무를 보증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E의 반환약정은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고, 이에 관한 D의 보증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1) E는 I의 소개로 원고로부터 먼저 3,000만 원(실제로는 선이자 300만 원을 제외한 2,700만 원)을 차용하고, 이후 2,000만 원을 추가로 차용하였다.

2) 위 3,000만 원 차용 당시 I가 E의 차용금 채무를 보증하였다. I는 위 돈 중 일부를 E로부터 건네받아 사용하고 E를 대신하여 원고에게 1,000만 원을 변제하였으나 이 사건 차용증에는 당초의 차용금액 5,000만 원이 기재되어 있다.

3) E가 차용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자 원고는 E와 I를 고소하였다. 그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원고와 E 사이에 합의를 위한 연락이 있었다.

4) E의 차용 시점 등과 관련하여, 피고들이 원심에서 진술한 2023. 11. 14. 자 준비서면에는 '원고가 2021. 2. 하순경 2회에 걸쳐 E에게 도박자금으로 4,700만 원을 이율 월 10%로 대여하였다. E는 도박으로 이 돈을 모두 잃은 후 원고의 변제 독촉을 받고 2021. 5. 4. 원고에게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하여 주었다. E가 약속한 변제일에 변제하지 못하자 E의 아버지인 D이 2022. 10. 26. 위 보증서를 작성해 주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E가 원고에게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해 줌으로써 별도의 반환약정을 한 것인지, 나아가 그 반환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E가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돈을 빌렸고 원고도 대여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D의 보증채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원인급여 후 그 급부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 불법원인급여

가. 의의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합니다.(민법 746조 본문)

이는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자가 그 불법을 원용하여 법의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리에 근거한 것으로서 한편으로는 불법적 원인행위를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나.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의 '불법'의 의미

대법원은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즉, 대법원은 민법 746조는 민법 제103조에 대응하는 규정으로, 민법 746조의 불법(不法)은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 행위를 말하고, 강행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강행법규 위반행위를 모두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공서양속위반설, 대법원 1965. 11. 30. 선고 65다1837 판결)

다. 급여 - 종국적 급여

급여가 종국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급여의 수령자가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별도로 법의 보호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는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자가 그 불법의 효과를 원용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급여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수령자도 급여의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법률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재화의 이용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저당권 설정이 민법 746조에 정한 급여에 해당한다고 보면, 채무자 및 저당권설정자는 채권자에게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고, 채권자 또한 채무자가 도박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경우 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없게 되어 위와 같이 법률적으로 무의미한 저당권이 그대로 남게 되는 결과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2.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약정

급여자가 수익지와 사이에 불법원인급여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하 ‘반환약정’이라 합니다.)을 한 경우 반환약정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가. 반환약정이 급여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

예를 들어 갑이 공무원인 을에게 뇌물로서 금원을 교부하면서 만일 일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을로부터 위 금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러한 반환 약정 또한 공서양속에 위배되므로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입니다.

나. 반환약정이 급여 이후에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예를 들어 갑이 공무인인 을에게 뇌물로서 금원을 교부하였는데 그 후에 일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자 다시 을로부터 위 금원을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갑은 위 반환약정에 기하여 을에게 위 금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가 문제됩니다.

이와 같이 불법원인급여 후 급부를 이행받은 자가 급부의 원인행위와 별도의 약정으로 급부 그 자체 또는 그에 갈음한 대가물을 반환하기로 한 경우에 관하여, 임의반환이 가능함을 이유롷 반환약정의 효력을 언제나 긍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은 [불법원인급여 후 급부를 이행 받은 자가 급부의 원인행위와 별도의 약정으로 급부 그 자체 또는 그에 갈음한 대가물의 반환을 특약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를 한 자가 그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와는 달리 그 반환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여기서 반환약정 자체의 무효 여부는 반환약정 그 자체의 목적뿐만 아니라 당초의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경위, 쌍방당사자의 불법성의 정도, 반환약정의 체결과정 등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한편 반환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은 수익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경우에 따라 반환약정 자체가 103조에 의하여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의하면, 위 사례와 같은 경우에는 반환약정 자체에 반사회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반환약정은 무효라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51994 판결은 [갑이 원고에 대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청탁을 하게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급한 후, 그 반환을 위하여 피고 앞으로 약속어음이 발행되고 그에 기한 공정증서가 작성된 사실을 인정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민법 제746조에 의하여 위 약속어음금을 청구할 수 없고, 따라서 위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 도박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린 후 위 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한 경우 반환약정의 효력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다272910 판결은 ‘갑이 2021. 2.경 도박자금 명목으로 원고로부터 돈을 받은 이후 2021. 5.경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차용하고 이를 변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준 사안’에서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이 판시하고 있는 법리를 인용하면서 [원심판결 이유와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갑이 당초 도박자금 명목으로 원고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 원고에게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해 줌으로써 5,000만 원을 반환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을 하였고, 피고도 그 반환약정에 따른 채무를 보증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E의 반환약정은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고, 이에 관한 D의 보증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수익자가 당초 도박자금 명목으로 급여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 급여자에게 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준 경우 차용증 작성이 불법원인급여 이후에 사후적으로 이루어져 별도의 반환약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반환약정은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할 것입니다.

반면, 수익자가 도박자금 명목으로 급여자로부터 돈을 받음과 동시에 급여자에게 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준 경우에는 이러한 반환약정 또한 공서양속에 위배되므로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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