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다.
체육 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발생한 ‘사고’였지만, 어쨌든 상대 아이가 꽤 크게 다쳤다.
담임 선생님께서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착한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아이의 말만 들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상황이 애매하다 싶으면 선생님께 직접 확인하거나 찾아가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이 커지기 전에 대응할 시간이 생긴다.
요즘은 체육 시간에 장난치다 다친 경우에도 학교폭력으로 신고되고, 심지어 경찰서에 접수되기도 한다. 단순히 ‘장난’이라며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실제로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폭행이 장난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되고 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 오해가 풀리거나 합의가 되더라도, 처음부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끝내기는 어렵다. 단순 폭행은 별개지만, 진단서가 발급되거나 부상이 생긴 경우라면 합의가 있더라도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고, 학교 내에서 마무리하지 못하고 교육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사고로 여겼지만, 학교폭력 조사와 경찰 조사 통보를 받으니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달았다. 생기부 기재는 물론이고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조치와 고소에 따른 형사절차는 따로 따로 별개로 진행된다. 즉 둘 중에 하나만 되는게 아니다.
학교폭력 조치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교육청 소관
① 서면사과
②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③ 교내 봉사
④ 사회봉사
⑤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⑥ 출석정지
⑦ 학급교체
⑧ 전학
⑨ 퇴학
소년보호사건 조치 (소년법 제32조) -가정법원
① 보호자에게 감호 위탁
② 수강명령
③ 사회봉사명령
④ 단기 보호관찰
⑤ 장기 보호관찰
⑥ 아동복지시설 또는 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⑦ 병원·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⑧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
⑨ 단기 소년원 송치
⑩ 장기 소년원 송치
따라서 최대한 빨리 상대 부모와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락하지 말라’는 조언만 믿고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다만 무례하거나 서투른 방식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심 어린 사과와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들 사이의 문제는 결국 부모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 사건의 90% 이상은 사실상 부모 간 갈등이다.
다행히 상대 부모가 전혀 막무가내인 분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원칙대로 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직접 찾아가 사과드리고 아이들 관계와 사건의 경위를 충분히 설명하자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다. 아이를 처벌하려던 것이 아니라, 사고 이후 학교 측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대응했던 것이라 했다.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장난 중 발생한 사고였다는 점을 상대 부모도 이해해 주었다. 합의서를 학교와 경찰에 제출하면서, 폭행치상이 아닌 과실치상임을 강조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폭행치상은 합의가 되어도 형사절차가 계속 진행되어 가정법원 소년보호사건으로 갈 수 있지만, 과실치상은 반의사불벌죄라 합의가 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만큼 절차가 훨씬 가볍게 마무리될 수 있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도 학교장 재량으로 정리되었고, 경찰 역시 과실치상 합의를 고려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만약 주변의 말만 듣고 절차에만 의존하며 가만히 있었다면 큰일로 번졌을지도 모른다.
신속히 대응한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위 이야기는 최근 실제 지인의 사례이고, 나는 합의서 작성을 포함한 법률 조언을 해드렸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부모가 아무리 노력하고, 변호사가 곁에서 최선을 다해도 상대방이 완강하게 나오면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중재에 나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측의 의사나 태도가 직접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서 왜곡되거나 오해가 덧붙여지면, 갈등이 더 커지고 사건이 불필요하게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물론 학교 입장도 이해는 된다. 자칫 합의를 적극 유도하는 모습이 피해학생 측에서는 ‘가해자 편을 든다’고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학교는 소극적인 관여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결국 부모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작은 가능성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초기에 대화를 놓쳐 끝까지 간 사건들의 결말을 수없이 보았다. 쌍방 학교폭력 신고, 학교폭력 조치 부과, 상해죄 고소, 가정법원 소년보호사건, 각종 교육 이수, 무고죄 고소, 이의신청, 손해배상청구, 채무부존재확인소송 등…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마무리 되면 아이들 관계도 평생 원수로 남는다. 요즘의 학교폭력 대응은 마치 “뭐라도 걸려봐라” 하고 덫을 놓고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학교폭력이 아닌 게 있나 싶을 정도다. 우리 아들도 고등학교 졸업할때 까지 가해학생, 피해학생, 관련학생의 신분을 얻지 않고 졸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심각하고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가 적극적으로 중재하여 사과와 화해가 이루어지고,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 학교 내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시스템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 사이의 관계도, 부모들 사이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정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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